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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의 미국이야기/미국에서의 일화

이석증 때문에 갔던 미국병원, 병원비와 약값은 얼마 나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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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미국 조지아주의 여름더위가 한참 시작하던 6월의 초 였습니다.


금, 토, 일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풀타임으로 일하던 저는 여느때와 같이 금요일 아침 6시 20분쯤 병원 주차장에 도착했지요.


멀쩡히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병원건물을 들어서는데 갑자기 어지럽기 시작하더니 심한 어지럼증 때문에 속까지 울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있으면 괜찮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나이트 간호사한테 제가 돌볼 환자들의 리포트를 받고 있었는데 마지막 환자의 리포트를 받고 있는 와중에 결국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안색이 안좋아 진 것을 본 병동 Secretary 는 매니저에게 제 상황을 말한 뒤, House supervisor (병원 전체의 간호사, 조무사 등의 스케줄을 조정하는 일을 합니다.) 에게 전화 해 우리 병동에 토하고 있는 간호사가 있다며 집에 가야 할 것 같다고 지금 보내 줄 수 있는 간호사가 있다면 저희 병동으로 보내 줄 것을 요청했고, 매니저 또한 Off 인 간호사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제 대타를 찾고 있었어요.


아침엔 워낙 바쁘고 정신이 없기 때문에 대타 간호사가 올 때까지 기다리며 환자들을 사정하고 차팅을 끝낸 뒤, 아침 약만 주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첫번 째 환자를 청진하려고 몸을 숙이는데 또 토할 것 같아서 환자 방을 뛰어나와 또 다시 화장실로 갔었지요.


제 상태를 본 수 간호사와 매니저가 얼른 병원에 가거나 집에 가서 쉬라고 제 등을 떠밀었는데 병원 1층의 응급실에 가기엔 병원비가 너무 무섭고, 운전을 해서 차로 10분거리에 있는 저희 병원 Urgent care (응급실에 갈 정도는 아니지만 지금 당장 치료나 진료가 필요할 경우에 가는 병원) 에 가기엔 너무 어지럽고 토할것같아서 다른 간호사들에게 제 환자를 한명씩 주고 저는 간단한 약이나 처치를 제공하는 1층의 Employee health에 가서 Antiemetic (항구토제)를 먹고 누워있다가 약기운이 돌기 시작했을 때 얼른 Urgent care에 운전해서 갔지요.


다 각자 바쁜 아침인데도 빨리 집에 가라며 걱정해주고 토하는 저를 보고 탈수가 걱정된다며 스포츠 음료까지 사다 준 제 병원 식구들한테 얼마나 미안하고 고마웠는지 몰라요.


어지럼증은 그대로였지만 구토는 좀 나아져서 그렇게 일시적인 약기운으로 Urgent care에 왔는데 하필 그날엔 의사는 없고 Physician Assistant (PA-의사 보조자. 약 처방권이 있고 의사의 감독하에 의사의 일부 업무를 할 수 있습니다.) 만 있었어요.


PA에게 제 증상을 설명하고 구토를 하고 물도 못마시겠다고 말하며 수액을 놔 줄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코로나 증상 일 수 도 있다며 코로나 검사를 했고 Urgent care에서 수액을 놔주긴 하는데 놓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네요?


Urgent care에는 PA 한명과 Medical assistant 그리고 receptionist (접수 담당자)만 있었는데 PA는 혈관주사(IV)를 해 본지 20년도 넘었고 Medical assistant도 할 줄 모른다고 해서 간호사 유니폼을 입고 명찰까지 달고있던 저에게 직접 놓을 수 있으면 해 보라고 IV 바늘을 가져다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젓가락으로 다져진 미세한 손놀림 덕분에 저희 병원 주말팀 중 저 IV 잘하기로 유명한데 도저히 제 팔을 제가 찌를 자신은 없어서 거절하고 병원 방문했던 이유와 무슨 약을 처방했는지 써있는 Discharge Summary를 받아 항구토제를 받으러 약국으로 갔어요.


병원을 나와 차에 앉아 제 Discharge Summary를 봤는데, 제가 분명 어지럼증이 제일 문제이고 어지럼증 때문에 구토를 하는 거라고 말했는데도 어지럼증 얘기는 쏙 빠지고 Nausea&Vomiting (메스꺼움&&구토)라고 써있길래 가서 따지고 싶었지만 그럴 힘도 없어서 그냥 약을 받으러 약국으로 차를 운전해서 갔어요.


참 도움 안됐던 PA는 어지럼증엔 약도 없다며 이석증이라는 말도 안해주고 그냥 항구토제만 처방해줬더라고요.


미국병원은 보통 제 진료가 끝나면 제가 지정한 약국(=제 보험을 받아주는 약국)에 처방전을 바로 보내서 저는 처방전을 들고 갈 필요가 없는데, 미리 처방전을 보냈음에도 약을 짓는데 얼마나 시간이 오래 걸리던지 약국에 가서 좀 기다린 후 약을 받았답니다.


그런데 약값 보고 한 번 더 토 할 뻔 했잖아요.


다행히도 저는 제 병원의 그룹보험을 가지고 있어서 약값은 한푼도 내지 않았지만 항구토제 영수증에 $280.99 (한화 약 33만원)이 써있는게 아니겠어요?




Zofran(Ondansetron) 8mg 30알을 받아왔는데 비싼 약인걸 알고 먹어서인지 보통 병원에서 환자들이 먹는 용량(4mg)보다 많은 용량이여서 였는지 약 효과는 대단하더라고요.


지금은 제 병원 덕분에 좋은 보험을 가지고 있지만 일반 유학생들이 학교를 통해 가입하는 학교보험을 가지고 있으면 조금 할인된 가격에 약을 구입하거나 보험이 없으면 저 돈을 다 내야 됐을 거예요.


제가 대학교를 다닐 때 학교보험으로 알러지 안약을 처방 받은적 있는데 조그만한 안약이 한국돈으로 8만원 정도 했었거든요.


물론 알러지 때문에 눈이 충혈 된 것이 아닌 제 렌즈 때문이였어서 비싼 안약이 효과도 없었지만요.


이렇게 금요일에 시작된 원인불명의 어지럼증은 일요일이 되어도 나아지지 않았고 탈수증상이 여전해서 Urgent care에 전화를 했는데 수액을 놔 줄수 있는 의사가 있다고 해서 다시 Urgent care에 갔습니다.


일하면서 몇 번 본적있는 레지던트 의사를 만나 진료를 보는데 제가 고개를 돌렸을 때 눈동자 떨림이 없다고 이석증은 아니고 스트레스 때문인것 같다며 수액을 처방 해 준다고 했습니다.


혹시 빈혈기가 있는지 피검사도 요청했는데 수액을 놔 준다며 금요일에 본 Medical assistant가 들어오더라고요.


그러더니 자기는 사실 간호학과 학생이라 IV 못한다며 이실직고 하길래 제가 알려줄테니 한번 해보라고 용기를 줬더니 다행히 한번에 성공했어요.


그렇게 영양제 성분은 전~혀 없는 식염수 1000mL 맞고 집에 오니 탈수증상이 좀 덜해서 그나마 좀 나았어요.


그렇게 어지럼증 5일차 (화요일)에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제가 힘들때마다 도와주시는 고마운 한국인 Nurse Practitione언니한테 제 증상을 말하니 언니가 이석증인것 같다며 눈동자 떨림이 없어도 이석증일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유튜브에 Epley maneuver를 검색해서 따라해보고 어지럼증을 일시적으로 도와주는 Antivert 를 먹어보라고 하셨어요.


어지럼증 6일차 (수요일)에 너무 오래 앓았더니 기력도 없고 여전히 어지러워서 다시 Urgent care에 갔어요. 


Urgent care가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을 알았지만 그 주 금, 토, 일도 일을 못 할 것 같아서 아파서 일을 못한다는 걸 증명해 줄 제 병원에 제출해야 될 서류가 필요했거든요.


Urgent care에 갔더니 어지럼증 첫날이였던 금요일에 봤던 PA가 있더라고요.


제가 생각해도 이석증이 맞는 것 같아서 PA에게 이석증인것 같다고 했더니 그때서야 NP 언니가 말해준 Epley maneuver이 적혀있는 종이를 주면서 Antivert를 처방해주겠다고 하더라고요.


NP 언니가 Epley Maneuver을 알려준 날 부터 3-4일을 열심히 하고나니 이석증이 신기하게 많이 나아졌고 어지럼증 9일차였던 토요일이 되니 거의 멀쩡해져서 일요일은 집 청소도 하고 편하게 하루 푹 쉬었지요.


그러면, 이석증 때문에 3번 Urgent care에 갔고 Zofran(항구토제)와 Antivert(어지럼증을 일시적으로 도와주는 항히스타민)을 처방받고 총 얼마가 나왔을까요?




이석증이 다 나아서 어지러웠던 느낌도 잊혀져 갈 때쯤 집으로 병원비 청구서가 날라왔어요.


세번 째 병원에 갔던 것은 Follow up care 라고 병원비를 청구하지 않았고 첫번째 방문때의 진료비(+코로나 검사비)+두 번째 방문때의 진료비(+수액+피검사)+피검사를 검사실로 보내서 검사한 비용까지 총 $983.57 (한화 약 117만원)을 병원에서 청구했더라고요.


하지만 이 금액은 보험사와 병원이 합의를 하기 전 비용이라 이 비용을 다 내는 것은 아니에요.


보험이 없을 경우 이 금액을 다 내야하지만 이 마저도 병원에 사정을 말하거나 현금으로 병원비를 지급하는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병원과 합의를 해서 병원비를 깎을 수 있답니다.


정말 미국 답지요?


병원에서 $983.57을 청구했지만 "너 A보험을 가지고 있으니 할인 해줄게~" 라는 병원의 생색아닌 생색에 총 금액이 $523.73 (한화 약 62만원)으로 깎였고, 여기서 보험 적용이 되서 제가 내야하는 총 금액은 $53.73 (한화 약 6만 4천원)으로 깎였지요.



저 위에 이미 포함되었지만 피검사 비용은 따로 날라왔는데 보험이 없으면 적혈구, 백혈구, 헤모글로빈 등 간단한 피검사도 $133.57 (한화 약 16만원)을 내야하네요.


보험덕분에 약값은 한푼도 내지 않았지만 영수증을 보니 보험 없이 어지럼증 약 Antivert는 30알에 $25 (한화 약 3만원) 정도 했던 것 같아요.


미국에서 왜 보험이 이렇게 중요한지 아시겠지요?


제가 일하고 있는 병원에서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그룹 보험 덕분에 저는 $53.73 만 내고 끝이 났지만 만약 보험이 없고 할인도 못받았다면 병원비 $983.57 (한화 약 117만원)+Zofran $280.99 (한화 약 33만원)+Antivert $25 (한화 약 3만원), 총 $1289.56 (한화 약 153만원)을 냈어야 되는거죠.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만난것도 아니고 시술이나 치료를 받은 것도 아닌데 보험이 없다면 어지럼증 때문에 병원 몇번 가고 두종류의 약 처방에 153만원이라니 왜 미국 병원비가 살인적이라고 하는지 아실 것 같지요?


아, 여러분들중에 왜 이석증인지 진단도 못내리는 실력없는 Urgent care를 계속 갔는지 궁금해하실 분이 계실텐데요, 저희병원에서 제공하는 보험으로 저희 병원의 경쟁 병원을 가면 보험적용이 거의 되지 않는답니다.


제가 직원 오리엔테이션때 들은 바로는 저희 병원이 속해있는 그룹의 병원들을 가야지 보험적용이 제대로 되고, 저희 병원의 그룹에 속하지 않은 병원 (=미국 전역의 대부분의 병원)에 가면 보험적용이 거의 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참 알면 알수록 헷갈리고 이해가 안되는 미국의 병원비 시스템이에요!


미국 간호사는 보통 시급으로 매 2주마다 주급을 받는데 어지럼증 때문에 6번 일을 못해서 제가 나중에 돈으로 받으려고 고이 모아놓은 PTO (Paid Time Off-유급휴가)를 6시간 남기고 다 써버려서 마음도 아팠고 병원비 청구서를 받고 속도 쓰렸지만 그래도 이석증이 낫고 나니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더라고요.


덕분에 환자들이 Zofran을 달라고 할 때 왜 그렇게 저를 다그쳤는지도 알게 되었고, 환자들이 아플 때 어떤 마음이였는지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23년이 조금 넘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이렇게 오래 아팠던 적이 없었어서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면서도 건강한 것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피부로 느낀적은 많이 없었거든요.


거의 10일을 어지럼증 때문에 하루종일 잠만 자고 누워만 지내다보니 마트에 가서 장을 보는 평범한 일상이 그리웠고, 환자들의 마음을 생각 해 볼 수 있어서 간호사로서 조금 더 성장한 계기였던것 같습니다.


미국 병원비와 약값 이야기를 하다가 다른길로 잠깐 샜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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