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신고정신이 투철하다는 말, 들어보신적 있으신가요?
모든 경우와 사람을 일반화 할 순 없지만 한국인들이 "설마 아니겠지~" 라고 가뿐히 넘길 일도 미국인들은 "혹시 모르니까~" 라는 생각으로 일단 경찰에 신고부터 하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굴을 아는 이웃이라고 해도 집에 어린아이가 혼자있다거나 아동학대, 또는 가정폭력이 의심되면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주저없이 경찰에 신고를 하지요.
예전에 누군가에게 들은 얘기로는 한인 부부가 잘 아는 미국 백인 이웃에게 잠시 아기를 맡겼는데, 동양 아기의 몽고반점에 익숙하지 않은 백인 부부는 아기의 부모를 잘 알고 있음에도 불고하고 몽고반점을 멍으로 생각해 경찰에 신고한 일도 있었다고 해요.
(백인 아기들은 Birth mark-출생모반이 보통 빨간색이거나 분홍색이거든요.)
미국 생활을 하며 처음으로 미국인들은 신고정신이 투철하다는걸 제가 직접 경험한 일이 있었는데요, 신고정신 투철한 미국인들 덕분에 제 집에 밤늦게 경찰이 찾아온 사연을 들려드릴게요!
때는 일년도 더 지난 작년 7월 초, 미국 간호사 시험 NCLEX-RN 을 합격하고 입사할 병원이 있는 이곳으로 이사오기 전까지 친구들의 아파트에서 같이 살며 제 인생에서 가장, 이 세상 누구보다 게으른 나날들을 보내던 시기였습니다.
미국 대학교를 졸업하고 입사한 병원이 있는 지금의 도시로 오기 전까지 6주동안 살았던 친구들의 아파트.
빈방이 있다며 같이 살자고 해 준 친구들 덕분에 좋은 추억 많이 만들었어요!
경찰이 저를 찾아왔던 그 날, 제가 입사할 병원(지금의 제 병원)에서 간호대학을 갓 졸업한 신규간호사를 위한 환영파티가 오전에 있었는데요, 집에서 입사할 병원의 거리가 세시간 반이나 되어서 그 전날 출발했다가 호텔에서 한밤 자고 환영파티가 끝난 뒤 한인마트에 들러 한국음식을 한가득 사서 집으로 돌아왔지요.
같이 살던 친구 두명은 각 각 일이 있어서 집에 없었고 밤 10시가 넘은 시간 텅 빈 집에 저 혼자 빗소리를 들으며 누워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문을 엄청 세게 두드리는게 아니겠어요?
그러더니 "경찰이에요!!! 여기 미스 김 살아요??? 좀 나와보세요!" 라며 아파트가 떠나가라 큰 목소리로 저를 부르더라고요.
한국처럼 초인종에 카메라가 달려서 누가 왔는지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였어서 대문에 달린 렌즈로 밖을 내다보니 덩치 큰 흑인 남자가 서있었는데 문앞에 가까이 붙어있어서 얼굴만 보였고 무슨 옷을 입고 있었는지는 보이지도 않았었어요.
제 방에서 현관으로 가던 그 짧은 순간 얼마나 많은 생각이 제 머릿속에 스쳤는지 몰라요.
"경찰이 여기 왜 왔지?"
"경찰이 내가 여기 사는 줄 어떻게 알았을까? (친구들의 아파트에서 6주 정도 살았어서 차를 포함해 대부분의 주소를 바꾸지 않았었습니다. 이 당시에는 차를 포함해 대부분 학교 주소로 되어있었어요.)"
"나 미국 간호사 시험 합격해서 간호사 된지 2주 밖에 안됐는데 범죄경력 때문에 2주만에 간호사 면허 취소되는거 아니야?"
"입사할 병원이 있는 동네에서 빨간불로 막 바뀔때쯤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는데 그것 때문에 여기까지 쫓아왔나?"
"내가 무슨 죄를 저질렀을까?"
"만약 저 사람이 진짜 경찰이 아니라 범죄자면 어떡하지?"
"뭐야,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아?"
저는 비오던 그 밤, 경찰이라는 사람에게 문을 열어 줬을까요?
제 집에 갑자기 왜 찾아왔을까요? 여러분도 궁금하시죠?
미국이라면 밤 늦은 시간인 10시가 넘은 시간에 혼자있는 아파트에서 문을 열까 말까 한참 고민하다가 제 이름을 하도 부르길래 일단 문을 열었습니다.
네, 일단 진짜 경찰은 맞았고요, 제가 미스 김이 맞다고 하니 4시간 반을 운전하고 한인마트까지 들리느라 피곤해서 쉬고있던 저에게 잠이 싹 달아날만한 서프라이즈 소식을 전해주시더라고요.
"다름이 아니라 당신 차가 털린 것 같아요. 차 문이 열려있고 차 속이 좀 어지럽혀져있다고 당신 이웃이 신고해서 온건데, 빨리 나오셔서 저랑 뭐가 없어졌는지 같이 확인해보셔야 될 것 같아요."
이미 예전에 차를 한번 털린 적이 있어서 더 불안해졌던 저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에 집에서 뛰어나와 사건 현장으로 가서 제 차를 봤는데 진짜 운전석 문이 활짝 열려 있는건 왜죠?
그리고 그 때 떠올랐습니다.
제가 운전석 문을 열고 차에서 나온 건 기억은 있지만, 차에서 나와 운전석 문을 닫은 기억은 없다는것을요.
입사할 병원이 있는 도시에서 한밤 자고 오느라 여행가방도 있었고 한인마트에서 산 음식들 때문에 양손가득 짐을 들고 집에 들어왔는데요, 조수석에 놔뒀던 짐을 들고 내린다고 글쎄 차에서 내리며 운전석 문을 닫는 걸 깜빡 한거죠.
제가 생각해도 너무 어이없는 실수라 차마 그 늦은밤 저를 찾아오신 경찰아저씨와 옆에서 지켜보고 계셨던 이웃분들께 사실을 말 할 수 가 없겠더라고요.
그래도 몇시간 문이 열려있었으니 혹시 없어진게 없나 경찰아저씨가 비춰주시는 손전등으로 차속을 대충 둘러봤는데, 생각해보니 제 차 속에 훔쳐갈만한 것도 없었을 뿐더러 차 속도 제가 어지럽혀놓은 그대로였어요 (사실 그렇게 어지럽혀있지도 않았습니다).
그때서야 정신이 좀 들어 경찰아저씨께 저를 어떻게 찾았는지 물어봤지요.
이때 당시 차 주소가 학교 기숙사에 살던 시절의 학교 주소로 되어있어서 차량 조회로는 제 주소를 찾을 수 없었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경찰아저씨께서 "차량 조회를 해보니 차 주소가 00대학교로 되어있었는데 당신 차가 여기 있으니 당신도 여기 있거나 여기에 살지 않을까 싶어 아파트 우체통을 다 열어봤어요. 1B호 우체통에 당신이름으로 온 우편이 있어서 당신이 1B 호에 사는구나 했죠." 라고 하시더라고요.
다행이 제가 기숙사를 퇴실하며 학교 우체국에 학교주소로 오는 우편물들을 제 친구들의 아파트로 보내달라고 서비스 신청을 해놨었거든요.
제가 없어진 물건은 없는 것 같다고 하니 혹시나 나중에 없어진 물건을 발견하면 연락달라며 유유히 사건 현장을 떠나셨습니다.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최초 신고자이자 이웃이였던 분들은 "비가 오는데 차 문이 열려있길래 혹시나 싶어 신고했는데 늦은 밤 당신을 놀라게 했다면 미안해요." 라며 그 분들도 집으로 들어가셨어요.
그 분들께 신고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집으로 돌아오는데 차량조회로 제 전화 번호까지 알았는지 경찰서에서 전화가 와서 경찰을 보냈는데 경찰이 왔었는지, 없어진 물건은 없는지 다시한번 확인을 했어요.
이런일이 가능한가 싶은 바보같은 실수 때문에 비오던 밤 경찰아저씨가 갑자기 찾아와서 깜짝 놀랐지만, 신고정신 투철한 미국인들 덕분에 누가 진짜 제 차를 털어가기 전 차 문이 열려있다는 걸 제가 알아서 너무 다행이었어요.
이미 누가 차 문이 활짝 열린 제 차를 보고 털러 왔다가 훔칠 물건이라곤 전혀 없고 제 차속엔 제가 운전하며 하나씩 먹는 민트 사탕과 립밤 그리고 쓰레기들만 있다는 것을 보고 다시 돌아갔는지는 모를 일이지만요.
이 사건 이후로 차키 리모콘으로 차를 잠그며 꼭 뒤를 돌아 차 문이 다 닫혔나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답니다.
여러분이시라면 밤 늦은 시간 비 맞고 있는 문이 활짝 열린 차를 보시면 신고 하시겠어요?
솔직히 저라면 "주인이 잠깐 어디 갔거나 아니라면 다른사람이 신고 하겠지~" 라는 마음으로 그냥 지나갔을 것 같아요.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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