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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의 미국이야기/재미있는 미국문화

미국인들이 무례하다고 느끼는 한국의 전화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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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남자 친구 알렉스와 재미있게 보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얼마 전 종영을 하고 나니 행복한 결말에 마음이 따뜻해지면서도 이만한 힐링 드라마가 또 있을까 싶어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도 듭니다.

드라마를 보지 않는 저에게도 정말 재미있는 드라마였고 변호사인 알렉스에게는 한국의 법과 문화를 배울 수 있어 흥미로운 드라마였는데요, 저희 둘 말고도 이 드라마를 푹 빠져서 본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알렉스의 어머니 티아 여사인데요, 저와 알렉스는 워낙 바쁘고 시간이 안 맞아서 드라마를 끝내기까지 오래 걸렸는데 뒤늦게 우영우 열풍을 아시고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티아 여사는 저희보다 훨씬 일찍 이 드라마를 끝내셨답니다.

그러시고는 드라마에 나오는 미국과 너무나 다른 한국 문화에 궁금한 점이 생기시면 저에게 연락하셔서 한국문화에 대해 물어보시곤 하셨어요.

이전 글에서 다루었던 한국 아이들의 치열한 학업 열풍을 풍자한 "방구뽕" 에피소드도 티아 여사께는 참 낯설었지만 그보다 드라마 속에서 배우들이 전화 통화하는 모습이 티아 여사에겐 정말 이상하고 무례하게 보였나 봐요.

어느 날 알렉스와 같이 있을 때 스피커폰으로 티아 여사와 통화를 하는데 "드라마에서 배우들이 통화를 할 때 상대방이 말하면 다른 쪽은 "나", "아"라고 말하는 중간에 대답을 하는데 왜 그러는 거야? 그게 무슨 뜻인데?"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영어에서 네 와 나 의 중간 어디쯤의 발음인 Nah는 No를 뜻하는 부정어인데 티아 여사께는 한국어의 "네" 발음이 영어에서 부정을 뜻하는 "나"로 들렸나 봐요.)

그래서 제가"네" 알았다는 Yes의 뜻이고 전화로는 상대가 보이지 않으니 상대편의 말을 귀 기울여 잘 듣고 있다고 알려주기 위해 "아" 또는 "어"라고 추임새를 넣어주는 게 한국의 전화 예절이라고 알려드렸어요.

우리 한국인들은 전화 통화할 때 "아", "어", "네네", "그래서?", "진짜?" 등등의 추임새를 넣어 상대방에게 내가 지금 상대의 말을 열심히 듣고 있다고 표시를 꼭 내주잖아요.

그러면 미국인은 어떻냐고요?

미국인과의 전화통화에선 상대방이 얘기를 할 때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가만히 듣고 있는 게 매너입니다!

제가 전화로 신나서 무슨 얘기를 해도 상대방은 제 이야기가 다 끝날 때까지 아무런 추임새 없이 진짜 조~용 해요.

미국에서 8년을 넘게 살았어도 아직까지 한국 습관을 못 버린 저는 가끔 미국인들과 통화할 때 저도 모르게 "Wow!", "Really?" "Yea" 등의 추임새를 넣는데 뒤늦게 미국의 전화예절을 떠올리곤 저 스스로를 자제시킨답니다.

알렉스에게 말하는 중간에 상대방이 추임새를 넣으면 어떤 느낌이냐고 물어보니 "그래, 얼른얼른 얘기해봐" 라고 재촉하는 느낌이 들고 말하고 있는 본인의 이야기를 끊는 느낌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한국과는 영 딴판인 미국의 전화문화에 익숙한 티아 여사께서 드라마 속에서 배우들이 통화하는 모습을 보시곤 무례하다고 느끼실만하지요?

반대로 미국 생활 초기 미국 문화를 몰랐던 저에겐 이런 미국식 전화문화가 무례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미국 문화에 익숙한 지금이야 저도 제가 말하는 동안 상대방이 조용하면 "내 말을 잘 듣고 있나 보다" 하지만 미국의 이 전화문화를 알기 전엔 아무런 추임새 없는 상대방에게 제 말을 잘 듣고 있는지 묻곤 했었습니다.

"내 영어가 서툴러서 내 말은 안 듣고 다른 일 하고 있나?"라는 생각에 기분이 나쁜 적도 있었어요.

2012년, 제가 미국 공립 고등학교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저를 돌봐주셨던 호스트 맘과 지금도 자주 연락하며 지내는데 호스트 맘과 전화 통화를 할 때 제가 얘기를 하고 있으면 정말 조용하십니다.

지금이야 저에게 얘기할 시간을 충분히 주려는 배려이고 이것이 미국식 매너라는 것을 잘 알지만 미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던 때는 호스트맘께서 제 얘기에 집중하지 않으셔서 아무런 말씀이 없는 줄 알았어요.

미국 문화에 훨씬 익숙해졌던 미국 대학교 시절 호스트 맘과 통화를 하던 어느날 "한국에서는 전화를 할 때 상대편에게 잘 듣고 있다고 알려주기 위해 상대방이 말하는 중간에 추임새를 넣어주는 게 예의인데, 제가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셔서 제 얘기를 듣지 않고 있다고 오해했다." 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는 한국 문화를 알려드리며 그동안 호스트 맘께서 말씀드릴 때 자꾸 끼어들어서 죄송했다고 무례할 의도는 없었다고 사과도 드렸어요.

인종도, 자라온 문화도, 언어도, 관심분야도 모두 다르지만
서로의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고 존중하며 더 성장하는 저와 알렉스입니다!


미국인들과 통화할 때 제가 말하는 중에는 아무 말이 없으니 실수로 전화가 끊기면 뒤늦게 상대방이 다시 전화를 걸어야 그때서야 전화가 끊겼다는 걸 알게 되는 단점이 있지만 방해받지 않고 말할 시간을 충분히 준다는 점은 미국 문화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한국에서 나고 자란 저는 제가 신나서 이야기할 때 상대방이 "아!",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헐!", "진짜?", "우와!" 등등 추임새를 넣어주며 저에게 공감해 주는 한국문화가 더 좋답니다!

여러분은 한국과 미국의 전화 문화 중 어떤 문화가 더 좋은 것 같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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