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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의 미국이야기/미국에서의 일화

미국사를 싫어하는 미국친구들에게 건넨 말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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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학생들이 외워야 할 것이 많아 어렵다는 이유로 역사 과목을 싫어하는 것 처럼, 많은 미국 학생들도 같은 이유로 역사 과목를 싫어합니다.

 

저도 역사를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여서 역사의 중요성을 알고 꼭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역사 교과서나 역사책을 피면 몇 줄 읽기도 전에 졸음이 쏟아진답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1학년 1학기를 다닐 때, 집중이수제로 주 6시간 한국사를 배웠습니다.

 

한 학기 안에 한국사 전 범위를 끝내는 집중이수제다 보니 선생님 한 분은 한국사 교과서의 시작인 선사시대와 고조선의 건국 부터 가르치셨고, 다른 한 분은 교과서의 중반부터 가르치셨습니다.

 

선생님 두 분이 교대로 들어오셔서 정말 정신없이 한국사를 가르치셨지요.

 

선생님 두 분 모두 꽤 재미있게 가르쳐 주셔서 열심히 한국사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열심히 필기도 하고 교과서도 읽고 문제도 풀었음에도 불고하고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아서 한국사는 제가 썩 좋아하는 과목이 아니였습니다.

 

복잡하고 외워야 할 것도 많은 역사 과목은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과목이였지요!

 

고등학교 1학년 1학기가 끝나고 미국 고등학교 교환학생을 가서도 역사 과목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외국인 교환학생들에게 미국사 과목은 최소 한 학기는 꼭 들어야 하는 필수 과목이였는데, 영어가 부족한 저를 배려 해 카운슬러(상담사)선생님은 1학기에는 쉬운 과목으로 시간표를 짜주셨고, 2학기에만 미국 역사를 배우게 하셨습니다.

 

비교적 수월한 과목으로 짜여졌던 1학기가 끝나고 2학기 부터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미국사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2학기여서 저는 중간부터 미국 역사를 배우기 시작했고, 예상대로 사람 이름, 사건 이름 등외워야 할 것이 정말 많았습니다.

 

2학기 대부분을 역사 선생님 대신 교생 선생님께서 가르치셨습니다.

 

교생 선생님께서는 숙제를 많이 내주셨었는데, 그래서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미국 친구들이 미국사 시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죠!

 

 

 

 

 

미국사 시간의 숙제들입니다.

 

 

더군다나 외워야 할 것이 정말 많은 미국사 과목이여서 대부분의 미국 친구들이 어려워 했고 좋은 점수를 받는 학생이 다른 과목에 비해서 적었습니다.

 

미국사도 만만한 과목은 아니였지만, 솔직히 말하면 미국사는 한국사에 비하면 쉬운 과목이였습니다.

 

한국사보다 영어로 배우는 미국사가 점수도 더 잘 나왔고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발표를 할 기회가 많았기 때문에 미국사는 어렵기도 했지만 여러 사람의 생각을 들어보고 내 생각도 말 해 볼 수 있었던 꽤 재미있는 과목이였습니다.

 

미국사 시간의 수업은 선생님께서 설명을 해 주시고 남은 시간동안은 친구들끼리 모여 그 날 내주신 숙제를 하는 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숙제를 집까지 가지고 가기 싫어 남은 시간 동안 학생들 모두 열심히 숙제를 했었는데 어느날은 저와 함께 앉아 숙제를 하고 있던 친구들이 불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사는 너무 어렵고 재미없어서 싫어. 외워야 될 것도 많고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

 

친구들의 불평을 들은 저는 그들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미국사가 외워야 될 것이 많지만 그래도 한국사보다는 나을껄? 미국사는 (미국 교과서 첫 단원을 기준으로) 약 250년이지만 한국사는 거의 5000년이야! 한국사를 공부하는 것 보다 차라리 미국사를 공부하는게 낫겠지?"

 

제 말을 들은 미국 친구들은 한국사 교과서는 그럼 정말 두껍겠다며 깜짝 놀랐습니다!

 

(사실 한국의 역사가 미국의 역사에 비해 훨씬 길긴 하지만 미국사 교과서가 한국사 교과서보다 두배 이상 두껍습니다^^;;)

 

그러더니 미국사를 공부하는 것이 복받은거라며 불평을 멈추고 다시 열심히 숙제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생각엔 미국사가 5000년의 긴 한국의 역사만큼 많은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미국사도 미국사 나름대로 외워야 되는 것이 정말 많은데, 제 말 한마디를 듣고 미국사를 배우는게 차라리 다행이라며 다시 숙제를 열심히 하는 친구들을 보니 제 말이 미국사를 싫어하는 친구들에게 위로 아닌 위로가 된 것 같아 웃음이 났습니다.

 

주제에는 벗어난 여담이지만 제 친한 미국 친구 카너와 한국의 역사에 대해 얘기 했던 적이 있습니다.

 

제가 왜 일본에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지 한국의 아픈 역사를 전혀 모르는 카너는 그 이유가 궁금했던 거죠!

 

부족한 영어실력 때문에 핸드폰 사전을 찾아가며 일제 강점기, 위안부, 독도 등에 대해 열을 내며 열심히 설명 해 주니 그때서야 왜 제가 일본에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는 눈치였습니다.

 

카너에게 "한국사를 공부하다보면 일본 때문에 얼마나 화나는지 알아? 내 조상님들이 일본인들한테 당하셨을것을 생각하면 화가나서 공부를 못하겠어! 이제 내가 왜 일본을 좋아 하지 않는지 알겠지?" 라고 말하니 "그래도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잖아! 일본을 너무 미워하지는 마!" 라는 카너의 천진난만한 대답에 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미국사나 한국사나 외워야 할 것도 많고 공부하기 쉽지 않는 과목이지만 한국사에 비해 아픈 역사가 그나마 적어 역사를 공부 할 때 한국 학생들에 비해 슬픔을 덜 느낄 미국사를 배우는 미국 친구들이 가끔은 부러웠습니다.

 

미국에도 식민지 시대, 남북전쟁, 인종차별 등 아프고 힘든 역사가 많은것은 사실이지만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6.25전쟁, 6.25전쟁으로 인한 이산가족 등 한국사에 아픈 역사가 더 많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순전히 제 생각 입니다^^)

 

비록 호국 보훈의 달, 6월이 다 끝나가지만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워주신 조상님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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