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무섭게 늘어나던 지난 2월, 잠잠했던 미국은 이제 시작이였습니다.
한 밤 자고 일어날 때 마다 미국 곳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었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올 것 같지 않은 미국 조지아주 북쪽 중소도시인 이곳에도 확진자가 수두룩하게 나오고 있었는데요, 때는 3월 초의 어느 금요일, Shortness of breath (숨가쁨) 을 호소하던 환자가 저희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가 Chest x-ray (흉부엑스레이)를 찍었는데 폐사진이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에게 주로 나타나는 모습이여서 코로나 바이러스 의심환자가 되어 응급실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마치고 저희 병동에 하나 있는 음압병실로 옮겨졌지요.
제 동기이자 절친인 그레이스가 환자를 받고 음압병실 문에 airborne precaution (공기전염주의) 안내문과 병실 출입 전에 담당 간호사에게 허락을 꼭 받아야 한다는 경고문을 붙이고 환자의 가족들에게 빨리 병원을 떠나 줄 것을 요청했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 당시 티비에서 하루종일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서 나오는데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성과 전염성에 대해 모르는지 사랑하는 아버지를 혼자 두고 떠날 수 없다는 가족들, 결국 퇴근하려던 저희 매니저까지 나와 환자 가족들을 설득시켜 집으로 돌려 보내야 됐어요.
물론 종이 마스크는 쓰고 있었지만 집에 돌아가기까지 여러명의 병원 관계자들과 이야기하고 여기저기 다 만지고 돌아다녔던 환자 가족들,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자세한 교육 없이 그저 독감처럼 대처하면 된다는 병원의 지시 때문에 저희 병동 간호사들 다 신경이 곤두서 있었지요.
그 때 당시, 그 환자가 저희 병원의 두 번 째 코로나 환자였기때문에 가이드라인도 없어서 환자가 먹은 식기를 어떻게 처리해야되는지 사소한거 하나하나 다 물어보고 처리를 해야 했었지요.
이날 하루종일 숨쉬기 힘든 N95 마스크를 쓰고 몇 시간을 보낸 그레이스는 그 다음날인 토요일 두통 때문에 병원에 나올 수 없어서 제가 그 환자를 돌보게 되었는데요, 이른 아침 회진을 마치고 음압병실에서 나오는 의사와 이야기를 하고나니 환자가 코로나 바이러스 증상을 보이지 않아서 이 환자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확률은 극히 낮다는 의사의 말에 걱정을 한시름 놓을 수 있었지요.
저희 병동은 보통 간호사 한명당 환자 5명을 보는데, 코로나 환자를 돌보는 특혜? 로 코로나 환자까지 세명을 돌보게 되었답니다.
대신 코로나 환자와의 접촉을 최소화 하기 위해 간호사였던 제가 조무사, 청소부, 식당직원들의 일까지 모두 해야 됐어요.
심지어는 환자가 병원음식이 맛 없다며 신용카드를 주면서 일층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를 사다달라는 심부름 까지 해야 했었지요.
처음 환자를 만나 환자를 assess (건강사정)하고 아침약을 주러 무장을 하고 들어갔는데 high flow nasal cannula (가온가습 고유량 비강캐뉼라)를 통해 산소를 공급받고 있는 것 말고는 코로나 바이러스 증상인 열도 없고, 기침도 없고, 통증도 전혀 없어서 저도 이 환자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아니겠다 싶었어요.
한국 뉴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료진들이 입는 얼굴을 포함한 전신을 감싸는 흰 옷같은 거, 미국 병원에는 없어요. 쓰레기봉지같은 비닐옷과 숨 쉴때마다 습기가 차서 앞도 잘 안보이는 고글, 숨쉬기 힘든 N95 마스크가 전부였지요. 뉴욕에서 코로나 환자 수가 폭증했을 때, 이 비닐옷도 부족해서 쓰레기 봉지를 잘라다가 입었데요.
환자 본인도 "I feel great!"이라며 컨디션 좋다고 했었고요.
그렇게 토요일, 일요일 이틀동안 제가 이 환자를 돌봤는데 일요일 까지만 해도 정말 멀쩡했었어요.
이때당시만해도 코로나 검사 키트가 너무 부족했고, 검사를 하면 5-6일이나 지나야 결과가 나오던 때라 금, 토, 일 일하던 저는 환자가 멀쩡했던것만 보고 월요일부터 4일 OFF에 들어갔지요.
화요일날 늦잠을 자고 일어나 핸드폰을 확인했는데 주말팀 수간호사 선생님한테서 문자가 와있더라고요.
"스텔라, 00번 방에 있던 네가 돌봤던 코로나 의심환자, 코로나 확진이래. 월요일부터 갑자기 안좋아져서 Intubation(기관삽관) 하고 중환자실로 내려갔어."
모두들 코로나 아닐거라고 믿고있었는데 제가 돌봤던 환자가 코로나 환자가 맞았다니, 갑자기 숨쉬기도 좀 힘든 것 같고 머리도 아프고 열도 나는 것 같은건 왜죠?
그렇게 그 주 주말까지 몸이 안좋아서 출근을 해서 열을 재봤는데 37.5도가 나오더라고요.
그냥 단순한 감기였는지 아니면 진짜 코로나에 걸렸다가 별 증상없이 나아진건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너무 무서웠던 경험이였어요.
이때 당시엔 병원에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임신한 만삭의 간호사들도 코로나 환자를 돌봤고 이 병동 저 병동의 음압병실에 다 코로나 환자가 있었어서 그냥 일반병실에서도 코로나 환자를 돌봤었어요.
상황이 좀 더 심해지고 더 많은 수의 코로나 환자를 받게 되면서 병원에서도 코로나 환자를 돌보는 수칙 등 여러가지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고 음압병실이 부족해 일반병실의 창문을 뜯어내고 구멍이 뚫린 플라스틱 판을 대고 음압병실처럼 만들었지요.
음압병동처럼 이중으로 된 문도 아니였지만 코로나 환자를 받기 위해 개조된 "음압병동"
코로나 환자를 막 받기 시작하던 시기엔 마스크를 5번 쓰고 버리라고 했지만 시간이 가면서 PPE(보호장비)가 많이 부족해 하루종일 같은 마스크를 써야했고 Face shield 는 하나씩만 제공되어서 똑같은 것을 계속 써야했어요. PPE를 벗을 때 가장 많이 감염이 된다고 하는데 썼던 마스크를 또 쓰려니 너무 찝찝했어요. 그래도 잘 안보이는 고글을 쓰다가 앞을 잘 볼 수 있는 Face Shield이 제공되어서 좋았어요!
진짜 음압병실에만 있는 PPE 입는 곳. 왼 쪽에 보이는 것처럼 마스크를 플라스틱 통에 넣고 하루 종일 사용했어요. 병실 복도에서 문을 열면 이 곳이 나오고 싱크대의 오른쪽에 문이 하나가 더 있는데 그곳을 열면 환자가 있는 음압병실이에요.
코로나 환자들을 돌보는 간호사가 일반 환자들도 같이 돌보고, 이 병동 저 병동 여기저기에 코로나 환자를 받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 병원은 나중엔 저희 병원의 5층 전체를 코로나 병동으로 만들어서 4층 내과 외과 병동에서 일하던 저는 코로나 환자에게서 벗어 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코로나 병동에 지원을 가야 될 수 도 있어서 그게 언제가 될지 공포에 떨어야 했지만요.
코로나 환자가 늘어나던 3월 초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임신한 간호사도 코로나 환자를 돌봐야 했다는 것, PPE가 부족해서 일회용인 PPE를 하루종일 써야 했다는 것, 검사 결과를 받는데 짧게는 4일에서 길게는 6일까지 걸린다는것, 코로나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가 일반 환자들도 같이 돌본다는 것, 제대로 된 음압병실이 터무니없게 부족해서 일반 병실에서 코로나 환자들을 돌본 것, 그 와중에도 쓰라는 마스크는 안쓰고 코로나에 대해 신경도 안쓰는 미국인들 등을 겪고보니 한국이 얼마나 위대한 나라인지 또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마트를 가보면 손님의 반 정도만 마스크를 썼었는데마스크 없이는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상점들이 늘면서 다행히도 마트같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안 쓴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환자가 막 발생하던 시기 한국에서는 정부가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며 감염관리에 최선을 다했고 국민들 또한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열심히 실천해 감염을 최소화했는데, 미국에서는 인권침해라며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지 않을 뿐더러 정부가 마스크를 쓰라고 강요하는 것 조차 자유의 땅 미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대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따위 개나 줘버린 미국인들을 보니 속이 터지다 못해 화까지 났습니다.
미국에서는 마스크를 쓴 다는 건 곳 아픈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했어서 코로나가 막 터진 시기 인종차별을 당할까 마스크 쓰는 것 조차 무서웠는데 마스크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이제 마스크 쓰는게 당연시 된 것에라도 감사해야 할까요?
아무리 제가 살고 싶어서 온 미국이라지만 이럴 때 보면 선진국이 맞나 싶고 한국이 어느때보다도 더 대단한 나라인 것 처럼 느껴지고 자랑스럽습니다.
날씨가 더워지고 코로나가 지속되며 안일해 진 탓에 한국에도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하는데 모두 조금 더 노력해서 빨리 코로나 전의 일상으로 돌아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코로나 환자를 돌보느라 피땀 흘리고 계신 의료진 분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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