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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의 미국이야기/미국 간호사 이야기

미국 간호사인 내가 미국 병원에서 하면 안되는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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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블로그에 자주 와 주시는 독자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2019년 5월에 미국 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간호사시험을 합격 해 미국 병원에 취업했습니다.

 

가끔 미국 취업이 힘들다던데 처음부터 영주권이 있었던건지, 유학생이 어떻게 영주권도 없이 미국에 취업 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저는 제가 입사한 병원에서 인터뷰를 볼 때 영주권 스폰을 확답받고 지금은 취업 영주권 수속중이랍니다.

 

2012년 9월, 만 15살의 나이에 미국 공립 고등학교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처음 와서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끝나고 2013년 6월 한국으로 돌아가 그해 8월 한국에서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보았지요.

 

교환 학생 프로그램이 끝나고 한국에 갔을 때, 한국 고등학교로 돌아가라는 아빠의 말씀에도 불고하고 미국 간호학과에 진학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준비해 2015년 8월 미국 대학교 유학생으로 다시 미국에 돌아왔어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때는 그런 용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한국은 1학년 부터 4학년까지 쭉 간호학과이지만 미국은 4년제 대학의 경우 1, 2,학년은 간호예과(Pre-nursing), 예과때 받은 학점과 입학시험으로 간호본과(Nursing)에 들어 갈 수 있게 됩니다.

 

예과가 끝나고 본과로 넘어갈 때도 엄청난 경쟁을 뚫어야 하고, 본과에 들어가서도 C이하 (75%이하)를 두번 받으면 간호학과에서 쫓겨나게 된다는 규칙 때문에 대학 생활 내내 힘든 시간들의 연속이였는데, 어느새 졸업한지도 2년이 다 되어가네요.

 

 

간호학생 시절 수술실 실습을 나간 날 찍은 사진이랍니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도 한 학년 다녀보고 미국 대학교를 졸업했지만, 미국생활 7년차인 지금도 아직은 한국어가 훨씬 편하답니다.

 

아,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어에 영어를 섞어 쓰는게 제일 편해요.

 

제가 사는 이 주변에 한국인 친구들은 한 명도 없고 동양인 자체를 찾아보기 힘든 조지아주의 중소도시에 살고 있기 때문에 한국어를 말 할 일이 거의 없어서 한국어 단어보다 영어단어가 먼저 생각 날 때가 많거든요.

 

병원에서도 일을 하며 한국인은 커녕 동양인 환자는 딱 한명 봤답니다!

 

그래도 영어는 못하고 스페인어만 쓰는 환자들은 종종 보는데요, 그럴때마다 아이패드로 화상 통역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환자에게 바로 이야기 할 수 없으니 간호사인 저도, 제 말이 끝나고 통역을 기다려야 하는 환자분도 답답 할 때가 많아요.

 

일은 엄청 바쁘고 병원에서 일할 때 가지고 다니는 핸드폰은 계속 울리는데 화상 통역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통역 서비스에 전화를 걸어 대기하는데 시간도 걸리고 통역사님이 저와 환자가 한 말을 하나도 빠짐없이 그대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영어를 쓰는 환자와 대화 할 때보다 2~3배의 시간이 걸리거든요.

 

많이 아프신 환자분들이나 노인분들의 말은 스크린 넘어의 통역사님이 알아듣기 힘들 때도 많고 반대로 귀가 어두우신 환자분들은 통역사님의 말씀을 잘 알아듣지 못하실때가 사실 대부분이랍니다.

 

한번은 정말 통역사님이 환자의 말도 못 알아들으시고 환자도 통역사님의 말을 못알아들어서 시간이 엄청 지체가 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통역 서비스를 이용하느라 너무 지쳤었고 답답했던 저는 "저 환자가 한국인이라 차라리 통역사 필요 없이 나랑 한국어로 소통 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고 생각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지요.

 

엄마같이 항상 잘 챙겨 주시는 수간호사 선생님한테 가서 "환자랑 통역사님이랑 서로 말을 못 알아들어서 너무 답답하고 그래서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요. 환자가 한국어를 쓰는 한국인이였으면 너무 좋았을 텐데요!" 라고 투덜거리니 수 선생님께서 뭐라고 하셨을까요?

 

수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한가닥의 희망마저 사라져버렸잖아요!

 

"아이고 고생이 많네, 그런데 만약 그 환자가 한국인이였어도 시술이나 수술 동의서나 중요한 서류에 싸인을 해야 할 땐 환자에게 한국어로 이야기 하면 안돼. 니가 한국어를 잘 하는 건 알지만 의료통역사 자격증이 없으니까 환자에게 영어로 설명하고 한국어 통역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게 병원 규칙이야!"

 

수 선생님의 설명에 영어보다 한국어를 더 잘하는 제가 한국어로 환자에게 설명을 하면 안된다니 이건 무슨 상황인건가 싶었어요!

 

환자와 저 둘 다 한국어가 완벽한 한국인인데 제가 굳이 영어로 말하고 화상 통역 서비스를 통해 환자가 한국어로 전달 받는 상황도 생각해보니 너무 웃긴거예요.

 

이 글을 위해 간호학 교과서를 찾아보니 환자의 가족을 포함 해 의료통역 자격증이 없는 사람에게 통역을 맏기는 것은 삼가하라고 써있고 구글검색도 해보니 비슷한 내용이 있더라고요.

 

 

스페인어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간호학생이 스페인어만 쓰는 환자와 스페인어로 대화해도 되는지 올린 질문에, 

간호석사 학위를 가지고 계시고 수술실과 간호 교육이 전문 분야이신 16년차 간호사 선생님께서

 

"내가 일하는 곳은 공인된 통역사를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꼭 이용하도록 요구합니다: 건강력 조사, 동의서, 그런 것들. 두개 언어를 하는 간호사들은 통증 수치 등 일반적인 케어를 제공하는 상황에서는 환자에게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질문 할 수 있어요...중략... 우리 병원에 스페인어에 능통한 몇몇의 마취과 의사가 있는데 그들은 공인된 통역사가 되기 위해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마취 동의서를 받기 위해서는 통역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답니다."

 

라고 답해주셨더라고요.

 

저희 병원만 이런 규칙을 가지고 있는게 아닌가봐요.

 

이 동네에 한국인이 워낙 없다보니 이 병원에서 제가 한국인 환자를 돌보게 될 일은 없을 것 같지만, 만약 한국인 환자를 돌보게 되고 동의서를 받기위해 통역서비스를 이용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환자도 저도 서로 어이없어서 웃을 것 같아요!

 

그래도 이 글을 쭉 쓰며 생각해보니 이런 규칙이 어느정도 일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미국에서 간호학과를 졸업했기 때문에 사실 저 영어로 의학용어는 알아도 한국어로는 잘 모르거든요.

 

얼마 전 한국에 있는 엄마랑 통화를 하며 엄마가 갑상선 "항진증"에 대해 이야기 하셨는데 갑상선 "항진증"이 무엇인지 몰라서 인터넷에 검색 해 봤잖아요.

 

검색했더니 hyperthyroidism이라고 나와서 바로 이해했어요!

 

미국 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간호사가 되었지만 뼛속까지 한국인인 제가 미국 병원에서 한국어로 환자에게 동의서 등 중요한 서류에 싸인을 받을 때 한국어를 쓰면 안된다니, 미래에 언젠가는 만날 한국인 환자를 위해 저 의료통역사 자격증도 따야 될려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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