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교환학생으로 10개월 동안 지냈던 미시간주는 꽤 춥습니다.
한국보다 훨씬 추운 것은 아니지만, 겨울도 길고 눈도 많이 와서 여름보단 겨울을 좋아하는 저도 미시간주의 겨울 날씨에 적응을 하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2월의 어느날, 호스트맘과 옆 동네에서 열린 축제에 가서 찍은 사진입니다. 썰매도 타고 따뜻한 칠리도 먹으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눈이 많이 온 날 집 앞에서 호스트맘께서 빌려주신 옷을 여러겹 껴입고 호스트맘과 함께 눈사람을 만들었습니다!
수업도중 전교생이 집으로 돌아가야 했던 그 날은 바람이 심하게 불고 소복히 쌓인 눈이 조금씩 녹고 있었던 2월의 어느 날 이였습니다.
눈이 녹아서 땅이 질퍽질퍽했고, 눈과 눈이 녹은 물이 섞여 길에는 얼음이 얼어 있었습니다.
전날 밤, 안 좋은 날씨 때문에 등교가 취소 될 거라고 많은 학생들이 기대 했었는데, 바람도 심하게 불고 길이 어는 등 좋지 않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나와야 했던 학생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들리던 아침이였습니다.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학생이 스쿨버스를 타거나 스쿨버스를 타고 등교합니다. 눈이 많이 오거나 밤새도록 온 눈이 얼어 땅이 미끄러우면 등하교시 사고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학교는 학생들에게 등교하지 말라고 전화를 돌리고 지역 뉴스에 학교가 취소되었다는 자막이 나옵니다. 폭설 뿐만 아니라 안개, 태풍 등등 날씨가 좋지 않거나 일기예보에서 등하교 시간에 눈이나 비가 많이 온다고 하면 등교시간이 연기되거나 학교가 취소된답니다.
2014/08/26 - 눈이오는 밤, 미국아이들이 한마음 한 뜻으로 바라는 것 ↑ 이 글을 읽고 오시면 이해가 더 잘 되실 것입니다:)
대부분의 미국 학생들은 겨울 밤에 눈이 많이 오면 잠자리에 들기 전 간절한 마음으로 등교가 취소 되기를 기도합니다. 제가 다녔던 학교도 겨울 동안 10번 가까이 등교가 취소되었답니다.
미시간주에서 날씨로 인한 등교 취소는 6번까지는 괜찮고 7번째 부터는 방학이 하루씩 늦춰진다고 하는데요, 저희 학교는 10번 가까이 등교가 취소 되었음에도 무슨 이유 때문인지 방학이 연기되지 않아 학부모님들과 친구들이 의아해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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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선생님의 배려로 학생들은 아침급식을 먹으며 1교시 미술수업을 했었는데, 그 날도 여느때처럼 (제 입맛에만)맛있는 아침급식을 먹으며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미술 수업이 거의 끝나 갈 때 쯤, 갑자기 불이 꺼졌습니다.
누군가가 스위치를 잘 못 누른 줄 아셨던 선생님께서는 스위치 앞에 앉아 있던 학생에게 불을 켜 달라고 부탁하셨고, 스위치를 껏다 켰다 해 봐도 불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잠시후, 학교를 포함한 동네가 정전이 되었다는 교내 방송이 나왔고 복도에는 몇 개의 전등에만 불이 희미하게 들어와 있어서 무척 어두웠습니다.
(비상전원으로 교내 방송을 할 수 있었고 복도의 전등에도 불을 켤 수 있었습니다.)
교실 창문에 커튼이 쳐져 있어서 미술 교실은 매우 어두웠고, 흐린 날씨여서 커튼을 걷었음에도 여전히 어두워서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상황이였습니다.
1교시 수업이 끝나고, 곧 전기가 들어오니 2교시 교실로 가라는 교내 방송을 듣고 모든 학생은 어둠 속에서 각자의 2교시 교실로 갔습니다.
(미국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각자의 시간표에 따라 매 시간 교실을 옮겨 다니며 수업 받는다는 것 아시죠?^^)
제가 다녔던 미국 학교는 난방이 잘 되서 겨울에도 쪼리를 신거나 반팔을 입고 오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그날 따라 포도송이가 달린 쪼리를 신고 갔던 저는 정전때문에 난방이 되지 않아 추위에 떨고 있었습니다.
수업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신 2교시 미국사 교생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에게 자유시간을 주셨고, 교생 선생님 -2학기 초 부터 중순까지 교생선생님이 오셔서 수업을 진행하셨습니다-께서는 불우한 이웃을 돕기 위해 학생들이 가져온 통조림을 자기의 차에 옮기는 것을 도와달라고 하셔서 몇몇의 친구들은 선생님을 도와 통조림을 차에 옮기고 있었습니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교실 안에만 있기 답답했던 저도 쪼리를 신었으니 교실에 있으라는 친구들과 선생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친구들과 함께 선생님을 도와드렸습니다.
그러다 눈에 발이 빠져서 교실에 돌아와 언 발을 녹이느라 고생을 해야했었지요!
저희 반과는 다르게 어둠속에서도 수업을 꿋꿋히 하는 반도 있었습니다.
1학기, 저에게 영어를 가르치셨던 할퍼 선생님의 반은 교실에 비해 그나마 환한 복도에 나와서 수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2교시가 끝나 갈 때쯤, 교내 안내 방송이 나왔습니다.
학교에 전기가 언제 다시 들어올지 모르니 학생들 모두 집으로 돌아 갈 준비를 하라는 안내 방송이였고, 스쿨버스가 몇시에 떠나니 서둘러야 한다고 했습니다.
미국 친구들 모두 신나서 가방을 챙기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에 올랐습니다.
집에서부터 학교까지 차로 3분 거리에 살아 스쿨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호스트맘의 차로 통학을 했었던 저는 호스트맘께 데리러 와 달라고 전화를 했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호스트맘은 집전화도, 핸드폰 전화도 받지 않으셨습니다.
어쩔 수 없이 학교 어딘가에 있던 가장 친한 친구 카너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 데려다 달라고 했고, 카너의 아빠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 갈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 카너는 만 15살이여서 운전을 할 수 없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호스트맘과 연락이 되지 않아 당황하고 있던 저에게 카너 아빠의 도움은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던 차속에서 "If you need a ride, just let me know! (차편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나한테 얘기 해!" 라고 말씀하시던 카너의 아빠께 정말 고마웠습니다!
집에 아무도 없으면 카너의 집으로 가자고 제가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 갈 때까지 차속에서 저를 보고 있었던 카너아빠와 카너에게 호스트맘이 집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일찍 집에 돌아온 저를 보고 놀라신 호스트맘은 밖으로 나와 카너아빠와 카너에게 고맙다며 인사를 하셨습니다.
호스트맘의 말씀을 들어보니 넓은 정원을 가꾸시느라 정전이 된 줄 도 몰랐고 집 밖에 있느라 집안에 둔 핸트폰 벨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하셨습니다.
허무하게도 집에 돌아오자마자 동네에 곧 전기가 다시 들어왔고 정전 때문에 냉랭했던 집에도 다시 온기가 돌았습니다.
전깃줄이 낮게 있었던 작은 시골마을인 제가 살던 동네는 심한 바람이나 쌓인 눈의 무게 때문에 나뭇가지가 부러져 전깃줄을 치거나 날씨가 안 좋은 날이면 여러가지 이유로 자주 정전이 되곤 했었습니다.
학교 수업 중 갑자기 정전이 된 덕분에(?) 집에 일찍 돌아오게 되었던 경험은 저에겐 무척 신기한 경험이였습니다.
한국에서는 날씨 때문에 정전을 경험 한 적도 없었고 학교가 정전이 되어서 집으로 돌아가야 했던 상황도 없었으니까요!
갑작스러운 정전 덕분에 일찍 학교를 마치게 된 친구들 모두 환호하며 기뻐했었는데 어느 나라나 학생들은 모두 똑같은가봅니다^^
<이런 글도 있어요!>
2014/08/05 - 아침마다 날 설레게 했던 미국학교의 무료 아침급식
2014/08/26 - 눈이오는 밤, 미국아이들이 한마음 한 뜻으로 바라는 것
2014/10/16 - 나를 놀라게 했던 미국 고등학교의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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