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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의 미국이야기/재미있는 미국문화

사람사는 곳 다 똑같다! 한국남자와 미국남자의 공통점 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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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을 하면서 학생때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환자들과 보호자들을 만났습니다.


학생시절 성인간호학1 수업을 들으며 본격적인 병원 실습을 막 시작했을 때 Out patient surgery center (외래 수술 센터)로 실습을 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외래 수술센터는 입원 해 있는 환자들이 아니기 때문에 수술을 받고 당일 퇴원을 위해 아침 일찍 부터 내원을 하는데, 간호사는 환자가 내원하면 Health history(건강력)와 알러지 등을 물어보고 IV (정맥주사)로 수액을 주기 시작합니다.


외래 수술센터로 실습을 갔던게 벌써 거의 3년전의 일인데, 지금까지도 생각나는 한 노부부가 있답니다.


할아버지의 수술을 위해 내원한 노부부였는데, 간호사 선생님이 할아버지께 평소 앓는 지병이 있는지, 수술 한 적이 있는지 등 Health history에 대해 질문을 할 때마다 할아버지께서는 아내분께 질문을 하시더라고요.


본인의 Health history 를 묻는 질문인데도 말이죠!


(아, 한국에서는 노인분들을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지칭하지만, 영어에서 Grandfather, Grandmother는 모든 노인분들이 아닌 무조건 나의 친할아버지, 친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를 지칭한답니다. 이 글에서는 편의상 노부부를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칭할게요!)


간호사: "환자분, 당뇨, 고혈압, COPD (만성 폐쇄성 폐질환)등 평소에 앓는 지병이 있나요?"


할아버지: "허니, 내가 평소에 앓던 지병이 있던가?"


할머니: "응, 자기 당뇨 있잖아."


간호사: "집에서 드시는 약 리스트 가져오셨나요?"


할아버지: "허니, 내 약 리스트 챙겨왔어?"


할머니: "응, 여기"


간호사: "수술 받으시거나 마취경험 있으신가요? 있으시다면 마취 부작용은 없었나요?


할아버지: "허니, 나 예전에 무슨수술 받았었지? 그때 나 부작용은 없었지?"


할머니: "자기 00수술 받았었잖아. 그때 별 부작용은 없었지."


이렇게 간호사 선생님이 Health history 에 대해 할아버지께 질문 할 때 하나하나 다 아내분께 물어보셨어요.


두 분은 정말 행복해보이시던 부부셨는데 질문 하나하나마다 할머니께 컨펌받는 두분의 대화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내과&외과 병동의 정식 간호사가 되면서 입원 환자를 받으면 위와 같은 질문들을 포함 해 담배는 피는지, 술은 마시는지 등등 많은 질문들을 하게 되는데 그때도 마찬가지로 할아버지들이나 남자 환자들의 입원수속을 할 때는 보통 아내들이 대신 대답하더라고요.


입원 수속을 진행 할 때, 환자분들께 개인적인 질문들을 할텐데 보호자가 옆에 있어도 되냐고 물어보면 여자 환자분들은 남편에게 나가서 기다려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지만 남자환자들의 경우 대부분 아내가 옆에 있어도 상관 없다고 하십니다.


입원 수속을 위한 질문중에 "Do you feel safe at home? (집에서 안전하다고 느끼나요?)" 이라는 질문이 있는데,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를 발견하기 위한 질문이지요.


보통 행복해 보이는 부부라면 특히나 남자 환자인 경우 보호자가 있는 상태에서 이 질문을 하게 되는데, 이 질문 마저도 아내분들이 대답 해 주신답니다.


그럼 제가 남자 환자분께 "이 질문의 대답은 당신으로부터 직접 듣고싶어요." 라고 말하면 웃으시며 대답을 하시는데 "집에 총이 많아서 안전하다고 느껴요.", "내 아내가 잔소리를 많이 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그래서 안전하지 않은 것 같아요." 등등 웃긴 대답들을 해 주십니다.


입원 수속 뿐만 아니라 입원 중 환자식이 맛없어서 컴플레인을 걸 때, 무엇인가가 필요해서 간호사를 부를 때도 남자 환자대신 보호자인 아내분들이 나서서 말씀해주신답니다.


한국에서 간호사 생활을 해 본 적이 없어서 한국 환자분들이 어떤지는 잘 모르지만 저희 가족의 경우도 컴플레인하거나 누구 하나가 나서서 얘기를 해야 할 때 아빠 대신 엄마가 나서서 하시고 한국의 병원 다큐멘터리 등을 보면 응급실이나 일반 병동에서도 아내분들이 남편을 대신해 질문들에 대답을 하시고 컴플레인도 하시는 걸 쉽게 볼 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있답니다.


요즘 한참 대학교 풋볼 시즌이라 미국에서는 풋볼의 열기가 장난이 아닌데요, 몇 주 전 조지아대학교 풋볼 팬인 미국인 남자친구와 프렌차이즈 바에 풋볼 경기를 보러 갔었답니다.


경기 시작 시간보다 일찍 갔는데도 자리가 없어서 30분정도 기다려야 된다고 하길래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차속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요.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담당하시는 분께 우리는 풋볼을 보러 온 거라 무조건 TV가 잘 보이는 쪽에 앉아야 한다고 신신당부 했었지요.


그 분께서도 분명 알았다고 하셨고요. 


프렌차이즈 바 웹사이트에서 내 앞에 몇명이 남았는지 확인 할 수 있어서 차속에서 계속 확인하며 TV 앞의 좋은 자리를 주려고 늦나보다 생각하고 예상대기시간이 훨씬 지난 1시간이 넘도록 아무말 없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자리가 났다고 문자가 와서 들어가보니 웬걸 바에 널린게 TV 인데 무슨일인지 TV는 보이지도 않는 구석의 자리더라고요.


남자친구가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그 자리에 앉으려고 하길래 제가 "우리 풋볼 보러 온거잖아. 나 여기 앉기 싫어." 라고 말하고 제가 대신 자리를 안내 해 주신 분께 컴플레인을 했어요.


처음엔 자리가 여기 말고는 없다고 하더니 제가 TV 잘보이는 자리 달라고 미리 말했었고, TV가 잘 보이는 자리를 주려고 오래걸리는 줄 알고 아무말 없이 한시간 넘게 기다렸다고 하자 그때서야 바를 둘러보더니 TV 앞의 명당자리 정리하시고 그 자리를 내주셨어요.


평소 여느 미국인들 처럼 낮선사람들과도 말 잘하는 남자친구인데 자기 부모님께서도 컴플레인 할 일이 있으면 아빠 대신 엄마가 한다고 하면서 자기도 유난히 컴플레인은 못하겠데요.


 

풋볼을 보기 위해 갔던 레스토랑겸 바.

동영상을 캡쳐한거라 사진이 흐려요!



경기를 보는 세시간동안 끊임없이 이것저것 시켜먹었어요. 

음식을 가져다주시던 분이 둘이서 정말 잘먹는다고...ㅎㅎ


저희 아빠의 경우도 처음만난 사람과도 쉽게 얘기하고 친해지는 편인데 컴플레인 하시는 건 유난히 못하시더라고요.


이 상황을 겪으며 그동안의 미국 생활과 미국 간호사 생활을 떠올려보니 "사람사는 곳 다 똑같다고 한국 남자나 미국 남자나 컴플레인 잘 못하는건 마찬가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래 사진들은 카페에서 음료가 잘못나왔을 때 남자들의 반응이라고 하는데 정말 공감가죠?


여자들이였다면 "저 00 주문했는데 잘못나왔어요~" 라며 컴플레인 했겠지요.



남자가 여자보다 우월하다는 부정적인 마초이즘 말고 남자가 여자보다 힘이 쎄니까 여자를 보호해줘야한다는 긍정적인 마초이즘 문화가 강한 미국에서 컴플레인을 해야 할 때나 누구 한 사람이 나서야 할 때 보통 남자대신 여자가 나서서 얘기한다는 것은 조금 의외 일 수도 있지만, 제가 미국 병원에서 간호사 생활을 하며 겪어본 바로는 이런 커플이나 부부들이 더 행복해 보이더라고요.


서로를 믿고 사랑하니까 남편이 아내를 (혹은 남자친구가 여자친구를) 믿고 의지하는거 아니겠어요?


아내도 남편을 (혹은 여자친구가 남자친구를) 사랑하니까 대신 나서서 말해주는 것도 있겠고요.


물론 case by case, 사람 by 사람이겠지만 "미국에서 살아보니 한국 남자와 마찬가지로 미국남자도 이렇다더라~" 라는 글이니 가볍게 받아들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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