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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의 미국이야기/미국에서의 일화

미국인 남자친구가 오징어 게임을 보고 느낀 문화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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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지요?

미국에 살면서 저는 요즘 "한국의 문화가 이 정도로 큰 인기를 끈 적이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드는데요, 그동안 케이팝이 인기가 있었다고 한 들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특정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였지만 이번 오징어 게임은 진짜입니다.

같이 일하는 미국 병원 동료들도 오징어 게임 속 게임들에 대해 저에게 물어보고 오징어 게임 덕분에 한국 돈 가치에 대해서까지 알게 되었으니 미국에서 Squid Game이라고 불리는 오징어 게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제가 미국 공립 고등학교 교환학생으로 처음 미국에 왔던 2012년만 하더라도 미국인들에게 한국은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르는 그냥 동양권의 아주 작은 국가였고 북한을 떠올리며 저에게 독재자가 사는 나라가 아니냐며 묻는 사람도 많았는데, 언제 한국이 이렇게 성장했고 한국문화가 큰 유행이 되었는지 요즘 같은 때는 국뽕에 취하지 않으래야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평소 TV는 별 관심이 없어서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도 없고 제가 마지막으로 본 드라마는 몇 년전 큰 인기였던 스카이캐슬이었는데, 인터넷을 켜도 주변을 둘러봐도 오징어 게임 얘기들 뿐이고 제 동생과 부모님도 오징어 게임이 그~렇게 재미있다길래 저도 뒤늦게 미국인 남자 친구 알렉스와 오징어 게임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출처: https://www.cheatsheet.com/entertainment/squid-game-did-netflix-k-drama-plagiarize-japanese-movie.html/


오징어 게임을 보기 시작하면서 아무리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도 꼭 우리 둘이서 같이보자고 단단히 약속하고 1화부터 마지막 화까지 서로 시간이 맞을 때마다 3주에 걸쳐서 같이 봤는데요, 알렉스의 아버지께 저희가 요즘에 핫 하다는 오징어 게임을 보기 시작했다고 말씀드렸을 때 본인은 벌써 다 보셨다고 하셔서 저희를 깜짝 놀라게 하셨답니다.

알렉스 아버지께서도 보셨다는 오징어 게임이 얼마나 재미있을지 한 화를 끝날 때마다 그 다음 내용을 궁금해하며 추측해보는 재미도 있었지요.

전 세계인을 겨냥 해 만든 넷플릭스 드라마라고 하지만 드라마속 게임들부터 소소한 장면들까지 한국문화가 많이 섞여 있어서 미국에서 나고 자란 뼛속까지 미국인인 알렉스는 오징어 게임을 보며 이해 못 하는 장면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알렉스가 오징어 게임을 보고 느낀 문화충격과 오징어 게임 속 이해할 수 없었던 장면들을 소개해 보려고 해요.

약간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으니 혹시 오징어 게임을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오징어 게임을 끝까지 다 보시고 다시 찾아와 주세요!

1. 상우가 욕조에서 목욕하는 장면?

출처: https://kbizoom.com/surprisingly-foreign-viewers-interpreted-park-hae-soos-bathtub-scene-in-squid-game-in-a-completely-different-way/

드라마 초반 상우가 화장실에서 연탄을 피우고 욕조에 들어가 술을 마시는 장면이 나오지요.

한국인이라면 "아, 상우가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바로 들 텐데 이 장면을 보니 미국에서는 이런 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다는 것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해서 알렉스에게 지금 저 사람이 뭐 하려고 하는지 아냐고 물어봤었어요.

알렉스는 연탄엔 신경도 안 쓰고 상우가 욕조에 들어가 목욕하려고 하는 거 아니냐고 했고 연탄에 담긴 그 큰 뜻을 이야기해 줬더니 그런 의미였냐며 깜짝 놀랐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 장면을 본 외국인들은 상우가 욕조에 들어가 향을 피우며 아로마 테라피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하더라고요.

알렉스는 미국인들이 극단적 선택을 할 때 더 빠르고 쉬운 방법(=총)을 사용한다며 오히려 연탄을 사용하는 한국을 신기해했답니다.

문화 차이를 실감하고 저와 알렉스 모두 신기 해 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했던 마음이 더 컸어요.

2. 편의점 앞에서 라면을 부셔먹는 장면

편의점 앞에서 깐부 할아버지와 기훈이 우연히 만나게 되어 같이 술을 마시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안주거리가 딱히 없자 할아버지가 라면을 꺼내 기훈에게 보여줍니다.

그러곤 비 오는 밤 편의점 앞에서 라면을 부셔 안주로 먹는데 알렉스가 이 장면을 보며 라면을 끓이는 게 아니라 저렇게도 먹냐며 신기해했어요.

그래서 제가 한국인들이 하도 라면을 과자처럼 부셔먹어서 부셔먹는 라면 모양의 과자도 있다고 알렉스에게 얘기해 줬더니 라면을 부셔 먹어 볼 생각은 해 보지도 못했다며 재미있어하더라고요.

나중에 한인마트에 가게 되면 부셔 먹는 라면 과자 하나 사다 줘야겠어요!

3. 깔끔하고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지하철역

출처: https://taskandpurpose.com/culture/netflix-squid-game-military-service/

드라마 초반에 지하철역에서 기훈이 공유와 지하철역에서 딱지치기를 하는 장면이 나오지요.

한국에 못 간지도 3년이 되어가는데 TV 속에서 오랜만에 본 한국 지하철역의 모습은 제가 봐도 참 깨끗하고 밝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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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침침하고 사람도 많이 없는 애틀란타 지하철


미국에 7년을 넘게 살면서도 미국 지하철을 이용해 본 건 이때가 처음이었는데 생각과는 영 딴판이었던 미국 지하철 때문에 대중교통 천국인 한국에서 온 저는 충격 좀 받았더랬죠.

애틀란타 공항쪽에 호텔을 잡고 애틀란타 다운타운으로 가던 지하철은 그래도 오전이고 사람도 많아서 괜찮았지만 날이 어두워지고 애틀란타 중심가에서 공항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은 아직도 알렉스와 "그때 우리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잖아~"라고 말할 정도로 너무 무서웠어요.

적어도 애틀란타와 제가 살고 있는 동네는 차를 구입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인식이 강한데 그래서인지 지하철역에 죽어있는 바퀴벌레들도 많았고 이상한 냄새도 났고 관리를 잘 안 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더 더럽고 다이나믹하다는 뉴욕 지하철도 타 본 알렉스는 한국 지하철역에는 안전을 위해 더블 도어(=스크린도어)도 설치되어있고 지하철과 지하철이 엄청 깨끗하다며 감탄했지요.

4. 운수 좋은 날 (One lucky day)

오징어 게임의 마지막 회의 이름은 "운수 좋은 날 (영어 제목 One lucky day)"입니다.

기훈이 오징어 게임의 최종 우승자가 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쓰러져있는 어머니를 발견하는데요, 오징어 게임에서 이긴 것 자체만 봤을 때는 어쩌면 큰 행운이 맞지만 우승 후의 기훈의 삶을 봤을 때 오징어 게임의 우승자가 된 날은 과연 정말 운수 좋은 날이 맞을까요?

마지막화의 제목과 내용을 봤을 때 한국인들이라면 당연히 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서 읽은 "운수 좋은 날"을 떠올리셨을 것입니다.

츤데레의 원조 인력거 꾼 김첨지가 나오는 그 현진건의 소설 말이에요.

마지막화를 보고 나서 알렉스에게 기훈이 오징어 게임을 이겨서 제목이 "One lucky day"인 것만은 아니라고 이야기해주며 츤데레의 원조 김첨지를 알리 없는 금발머리의 파란 눈 알렉스에게 운수 좋은 날의 줄거리를 짧게 말해줬어요.

이 소설을 중학교 때 배운 걸로 기억하는데 중학교를 졸업한 지 10년이 되었는데도 잊혀지지 않는 명대사 "설렁탕을 사 왔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까지 얘기해주니 제목 속에 큰 뜻이 있었다며 재미있어했답니다.

소설 "운수 좋은 날"을 모르는 외국인들은 왜 제목이 "운수 좋은 날"이 되었는지 그 속에 담긴 뜻을 모를 것 같아 저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답니다.

5. 포장마차 앞 돈가방

기훈이 오징어 게임에서 우승을 한 뒤 포장마차를 운영하고 있는 상우 어머니께 새벽의 동생을 맡기며 돈이 가득 담긴 돈가방을 건넵니다.

가방을 건넨 기훈은 떠나고 가방 속에 돈이 가득 담겨있는 것을 발견한 상우의 어머니는 돈 가방을 그 자리에 놓고 기훈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는데요, 상우의 어머니를 돌보겠다는 약속을 지킨 기훈의 모습에 제 마음은 따뜻 해 졌지만 알렉스는 이 장면을 보고 경악했습니다.

"저 돈을 저렇게 두면 어떻게!!! 얼른 숨겨야지!!!"라고 외치면서 말이죠.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자리 맡고 지하철 자리 위 선반에 가방 올려두는 나라에서 온 저는 "돈 누가 안 가져가니까 걱정하지 마. 1000원, 10000원도 아니고 저렇게 큰돈은 누가 안 건드려."라고 알렉스에게 얘기했는데 가방이나 노트북으로 공공장소에서 자리를 맡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미국에서 나고 자란 알렉스는 이 장면을 보고 그렇게 불안했나 봐요.

제가 "한국인들은 카페에서 노트북이나 가방으로 누가 자리를 맡아 놓은 것을 보면 그 자리를 탐내지 노트북이나 가방엔 관심도 없다"라고 "한국인들은 착하고 시민의식도 뛰어나다"고 얘기했는데 "오징어 게임에서 돈을 받기 위해 서로를 배신하고 죽이는 모습을 보니 한국인들이 착하다는 건 믿을 수 없다"며 알렉스도 반문했지요.

알렉스와 오징어 게임을 같이 보며 한국과 미국의 문화 차이 때문에 더 재미있었는데 오징어 게임의 배우분들의 대단한 연기력과 간절하고 애절한 대사가 영어 자막으로는 다 전해지지 않았던 것 같아 아쉬운 마음도 들었답니다.

한국어 대사를 들으며 영어 자막을 보니 실제로 디테일이 많이 빠진 의욕들이 꽤 많았거든요.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며 별 상황을 다 접하게 되어 웬만해선 잘 울지 않는 저도 구슬치기 장면은 울면서 봤는데, 평소 TV에 조금만 슬픈 장면이나 감동적인 장면이 나와도 우는 알렉스가 구슬치기 장면을 울지 않고 본 것을 보니 영어 자막으로는 배우들의 감정이 100% 다 전달되지는 않았던 거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린시절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 저리가라 할 정도로 초등학교 앞에서 뽑기 할머니가 파시는 뽑기를 간절하게 별 방법을 다 동원 해 잘라내던 것 그리고 운동회 때 손바닥이 다 까지도록 줄을 잡아당겼던 우리들의 그 때 그 시절 감성을 미국인들을 포함한 외국인들은 이해 할 수 없을 거라는 점이 또 한번 아쉬웠고요.

어찌 됐든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오징어 게임을 어린시절 했던 게임들을 추억하며 오역과 의역 없는 원어로 볼 수 있었다는 게 큰 축복처럼 느껴졌고 오징어 게임 덕분에 미국에 또 한 번 크게 불고 있는 한류 열풍에 지난 몇 달간 제 마음은 참 뿌듯하고 자랑스럽답니다.

아직 오징어 게임 시즌 2가 나오려면 멀었겠지만 시즌 2가 나온다니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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