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의 나이로 처음 미국에 와서 모든 것이 신기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미국 대학생이 되었고 미국 생활 4년차가 되었습니다.
학기가 끝났던 지난 12월, 마지막 기말고사를 치루고 제 간호학과 친구의 초대로 한시간 거리에 있는 일식집에 미국친구들과 초밥을 먹고 왔었는데요, 친구들이 저에게 미국화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는지 물어보더라고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유학생활을 돌아보며 방학때 한국에 가서 "내가 미국화 되었구나!" 라는 생각을 했던 순간들을 친구들에게 이야기 해 주었는데, 친구들이 재미있어했지요.
"I feel I'm Americanized when I ....! (나는 내가 ...할때 미국화 되었다고 느껴!)"
미국친구들이 재미있어했던 제 대답, 여러분들도 들어보세요!
미국화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1. 민낯으로 쫄바지를 입고 아무데나 잘 돌아다닐 때
예전의 포스팅에서 미국 여자 대학생들은 어떤 옷을 주로 입고 학교에 오는지 소개 한 적 있지요?
2017/06/30 - 미국 대학생, 한국 대학생과 어떻게 다를까!?
윗 글에서 소개했듯, 많은 미국 여자 대학생들은 몸매에 상관없이 편한 티에 쫄바지(레깅스?)를 입고 학교에 옵니다.
매주 있는 시험때문에 저는 보통 학교가 끝나고 도서관에 가서 새벽까지 공부를 하다 기숙사에 돌아오는데, 그렇다보니 실습복(=간호사복)을 입는 날을 제외하곤 편한 쫄바지를 주로 입고 학교에 가지요.
매일 쫄바지만 입고 생활하다보니 몸에 딱 달라붙어 잘 늘어나지 않는 스키니진이 얼마나 불편하게 느껴지는지 한국에서도 집 근처에 나갈 땐 미국에서 매일 입고다니는 쫄바지를 입고 다녔습니다.
어느 저녁에 엄마랑 마트에 가려고 또 쫄바지를 집어드는데, 엄마가 정말 그 옷을 입고 마트에 갈 거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쫄바지는 딱 달라붙어서 몸매가 드러나니 한국에서 입기는 조금 민망하다고 하시면서 말이죠.
또한, 한국에선 여자들에게 화장은 필수이지만 미국에서는 민낯으로 학교에 오는 학생들이 많고, 민낯으로 돌아다니는게 전혀 어색한 일이 아닙니다.
저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항상 민낯으로 학교에 가는데 한국에 갔을 때는 남들처럼 저도 화장을 항상 하고 다녀야 하니 귀찮더라고요!
화장을 안하다 화장을 하니 귀찮고 아무렇지도 않게 한국에서도 쫄바지를 잘 입고 다녔던 제 모습을 돌아보니 미국화 되긴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미국화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2.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 줄 때
미국 사람들은 항상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줍니다.
바로 뒤에 사람이 있을 때 정말 당연히 뒷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지만, 뒷 사람이 조금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뒷 사람이 올때가지 문을 잡고 기다리고 있지요.
2015/11/16 - 나를 착각하게 만든 미국인들의 매너
미국에서는 문을 잡아 주는 것이 정말 당연한 매너이지만, 한국에서는 보통 그렇지 않지요.
재작년 여름, 한국에 갔을 때 자동문이 아닌 마트 후문을 통해 마트에 들어가고 있었는데 제 뒤에 저 멀리서 한 할머니가 바퀴달린 장바구니를 끌고 오셨습니다.
저는 아무 생각 없이 당연하게 할머니가 들어오실 수 있도록 문을 잡고 할머니가 들어오시길 기다리고 있었지요.
그랬더니 할머니께서 자신을 위해 제가 문을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아시곤 정말 고마워하시더라고요!
할머니를 정말 배려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어서보단 그냥 아무생각 없이 나온 제 행동에 제가 미국화 되었음을 느꼈답니다!
미국화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3. 나도 모르게 영어와 영어 감탄사가 나올 때
미국 교환학생으로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영어가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한국어 감탄사가 나오곤 했었습니다.
신기한 것을 보면 "와우!" 가 아니라 "우와!" 라며 놀랬고, 큰 개를 봐서 깜짝 놀랐을 땐 "엄마!" 하며 도망가곤 했었지요.
미국에 계속 살게 되고, 영어가 익숙해 지고 나니 반대로 한국에 가서도 한국어 감탄사 대신 저도 모르게 holy crap!, Oh my gosh!, Oops! 등의 영어 감탄사가 나오더라고요!
영어 감탄사 뿐만 아니라 저도 모르게 한국어보다 영어가 먼저 튀어나올 때가 있습니다.
방학을 맞아 한국에 갔을 때 저도 모르게 "Hello~" 라고 전화를 받을 때도 있었고, 길을 걷다 사람과 부딪히면 저도 모르게 "Sorry!" 라고 말하며 지나가게 되더라고요.
미국화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4. 기다림에 익숙해 질 때
한국은 모든 것이 빠르지만 미국은 마트를 가도, 은행을 가도, 병원을 가도 일처리가 느립니다.
지금도 답답 할 때가 있지만, 뭐든지 빠른 한국에서 평생을 살다가 미국에 처음 왔을 때는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답답했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짜증이 나기도 했지요.
문제가 생겨서 일처리가 늦어지면 뒷사람이 눈치를 줘서 마음이 불안해 지는 것은 한국에선 당연하지만, 미국에서는 계산을 할 때 천천히 돈을 꺼내고 시간이 걸려도, 문제가 생겨서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뒷사람이 눈치를 주는 일은 거의 없답니다.
미국 생활을 막 시작 했을 때는 미국의 동전에 익숙하지 않아 지폐와 동전으로 물건을 계산 할 때 동전을 다 꺼내고 계산을 해서 지불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그렇다보니 계산하는데 남들보다 당연히 시간이 더 걸렸지만 뒷사람들은 눈치 한번 주지않고 제가 헤메고 있으면 친절히 도와주기도 하고 천천히 하라며 저를 안심시켜주기도 했었지요.
저도 그런 배려를 받다보니 이제는 기다림에 익숙하게 되었고, 오히려 한국에 갔을 때 허둥지둥 급하게 계산 해 주는 계산원의 모습이 불안해보이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했었답니다.
미국은 땅이 워낙 넓다보니 물건을 주문하고 보통 일주일이 되야 택배가 오는데요, 빠르면 내일, 늦어도 내일 모레면 택배가 도착하는 한국과는 달라서 일주일을 꼬박 기다려야 하지요.
이제는 기다림이 그나마 익숙해져서 "잊고있으면 택배가 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택배를 기다린답니다!
미국화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5. 모르는 사람과도 어색함 없이 얘기할 때
미국인들은 횡단보도를 기다릴 때나 계산을 기다릴 때, 혹은 병원 대기실에서 진료를 기다리고 있을 때 주변의 모르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기도 하고 가벼운 얘기를 나눕니다.
이런 가벼운 인사와 대화를 Small talk 이라고 하는데, 영어가 익숙하지 않았던 미국 생활 초기엔Small talk이 참 낮설고 부담스러웠지요.
미국생활에 익숙한 지금이야 모르는 사람들의 Small talk을 잘 받아주기도 하고 제가 먼저 "당신의 아이가 참 귀엽네요!" 라며 먼저 말을 걸기도 하지요.
미국 문화를 하나씩 배워가던 교환학생 때, 호스트맘을 따라 큰 안과병원에 간 적이 있습니다.
대기실에 사람이 많았고 호스트맘과 저는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호스트맘을 포함에 여러명의 아주머니들이 Small talk을 시작했습니다.
처음만난 아주머니들이 10년은 알고 지낸 사람들처럼 얼마나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시던지 Small talk에 익숙하지 않았던 저는 신기하게 그 모습을 처다보고 있었지요.
호스트맘께서는 10년은 알고 지낸 듯 한 처음보는 아주머니들에게 저를 소개하기도 했었고, 다른 아주머니들 또한 자기 자식 이야기, 남편 이야기를 하며 즐겁게 진료를 기다리시더라고요.
처음엔 영어에 대한 부담감 말고도 낮선 사람들과 이야기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고 어색했는데, 지금은 제가 아무렇지도 않게 먼저 말을 걸기도 하고 다른사람들의 Small talk을 자연스럽게 받아줄 때 저는 제 자신이 어느정도 미국화 되었음을 느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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