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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의 미국이야기/미국 고등학교 이야기

다름을 인정하는 미국교육, 그렇지 않은 한국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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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가을학기였던 지난 학기에 교양과목으로 1학점짜리 요가 수업을 들었습니다.


월요일 아침 8시 수업이여서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요가를 배우러 체육관에 갔지만 요가 수업은 제가 좋아하던 수업이였습니다.


40분에서 50분의 짧지도 길지도 않은 수업시간동안 스트레칭도 하고 여러가지의 요가 동작을 배우고 체육관을 나오며 마셨던 아침공기가 그렇게 상쾌 할 수 가 없었고, 매일 책상에 앉아있느라 뭉친 근육을 풀어주니 기분도 너무 좋더라고요.


무엇보다도 요가 선생님이 예쁘고 상냥했었거든요!


학기 첫날 요가 선생님께서 syllabus (실라버스 - 수업에 대한 계획, 수업규칙, 점수가 어떻게 매겨지는지 등 수업에 대한 전반적인 안내가 쓰여있어요.)를 나눠 주시며 수업에 대해 설명 해 주셨는데 선생님이 점수를 주시는 방법은 파격적이였습니다.


"결석이 없거나 1번의 결석은 A, 2번에서 3세번의 결석은 B, 4번에서 5번의 결석은 C, 5번에서 6번의 결석은 D, 그 아래는 F(낙제)예요."


"매주 수요일마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Discussion (토론 - 요가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적어야 했어요.) 이 있는데 글을 작성하지 않는 것도 결석에 포함되요."


요가수업 토론을 위해 읽어야 했던 책. 


"요가를 잘하고 못하느냐는 점수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아요. 이 수업은 출결로만 성적이 매겨지는데 누가 결석없이 수업에 성실하게 출석하는지 성실성만 본 답니다."


한 학기 동안 요가 수업을 하면서 "내가 진짜 미국에 있구나." 라는 것을 항상 느끼곤 했었습니다.


요가 수업중에 선생님께서 항상 하셨던 말씀이 있거든요.


"우리는 모두 다른 환경에서 자라왔고,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요. 옆에 사람과 자신의 자세를 비교하지 말고 할 수 있는 정도만 하세요. 하다가 힘들면 언제든지 쉬어도 되요."


선생님께서 매 수업마다 하셨던 이 말씀은 저에게 완벽함과 결과만 중요시 여기는 한국 교육이 아쉽다는 생각을 들게 했고, 다름을 인정하는 미국 교육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요가 수업에는 백인 남자, 흑인 남자, 백인여자, 흑인여자, 그리고 동양인인 저까지 다양한 인종과 배경을 가진 학생이 있었습니다.


피겨스케이팅과 발레 등의 운동을 했던 저는 다른 학생들보다 훨씬 유연하고 요가 자세도 선생님과 비슷했지만, 학교 축구선수인 제 남자 사람친구와 헬스를 즐겨하는 제 친구는 그렇지 못했지요.


체력이 약해 수업시간에 쉬어야 했던 시간이 많은 학생이였어도, 몸이 유연하지 못해서 따라 할 수 없었던 자세가 많았더라도 공평하게 출결로만 성적이 매겨졌습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우리는 모두 다른 배경과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서 유연성과 체력은 사람마다 다 다르고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당장 변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요.



요가 수업을 하고 보니, 미국 고등학교 교환학생 때의 경험이 떠 올랐습니다.


그 당시에는 미국 대학교에 올 계획이 전혀 없었어서 합창단, 미술 (1학기에는 드로잉, 2학기에는 페인팅), 체육 (1학기에는 팀스포츠, 2학기에는 기초체육) 등의 예체능 수업을 많이 들었었습니다.


예전에 미국 체육수업에 대해서 쓴 글이 있지요?


2015/08/06 - 미국 고등학교의 체육수업, 한국과 어떻게 다른가


이 글에서 이미 소개 했듯이, 합창수업, 미술수업도 마찬가지로 능력 위주가 아닌 수업에 얼마나 성실하게 참여했는지, 얼마나 노력했는지로 성적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미국 학생들에 비해 체육을 잘 하지 못했던 저도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지요.


미술시간에도 마찬가지로 그림을 얼마나 잘 그렸는지가 아닌 얼마나 노력했는지, 떠들지 않고 수업에 얼마나 열심히 참여했는지로 점수가 나왔습니다.


그림을 잘 그렸는지, 못 그렸는지를 떠나서 학생이 그린 그림을 보면 선생님 눈에는 대충 그린 그림인지, 노력해서 열심히 그린 그림인지 딱 보이지요.




미술시간에 그렸던 그림들


합창 수업도 마찬가지로 노래 실력에 상관없이 누가 열심히 수업에 참여했는지에 따라 점수가 매겨졌는데, 그렇다보니 합창단 공연에 결석했거나, 무단결석이 많은 학생은 낮은 점수를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에 돌아가기 일주일 전 마지막 합창단 공연날 미국 친구들과. 


선생님의 주관이 들어 갈 수 있어서 불리한 점수를 받는 경우도 간혹 있을 수 있겠지만, 학생들 대부분은 다 자기 점수에 수긍했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수업에 참여했는지, 수업에 집중했는지는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이 잘 아니까요.


처음에는 아무리 요가를 잘 해도 결석이 있으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는 것,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합창단 공연에 결석하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결과만을 중요시 하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저는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예체능 과목은 특히 사람마다 능력이 다 다르고, 나는 열심히 노력했어도 재능있는 친구를 따라가기 힘든 경우가 있으니 오히려 다름을 인정하고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미국 교육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 교육을 경험하고 보니 이제는 한국 학교에서의 가창시험, 뜀틀 시험, 농구 시험등의 다양한 예체능 과목의 시험들과 미술시간엔 학생이 그린 그림만으로 칼같이 점수를 매기는 것이 오히려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요가 선생님이 항상 하시던 말씀대로 우리는 모두 다른 환경에서 자라왔고,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서 사람마다 신체적 능력과 잘 하는 것이 다른데, 다름을 인정하기보다는 하나의 잣대로 사람을 평가하는 한국의 교육제도가 아쉽고 개선되야 할 부분이지 않은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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