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게 경쟁했던 간호 예과 (1, 2학년)가 끝나고 간호 본과 (3, 4학년)에 합격하며 기뻐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더 지나 3학년이 끝났습니다.



학교 실습실에서.


이전 글에서 몇 번 이야기 했듯이 미국 대학교에서는 간호 예과 (pre-nursing, 보통 1, 2학년)와 본격적으로 간호학을 배우기 시작하는 간호본과 (nursing-보통 3, 4학년) 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한국과는 다르게 1,2 학년때 높은 학점(평점?)을 받고 입학시험에 합격해야만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3학년 간호 본과에 올라갈 수 있는데요, 간호예과때는 간호본과에 합격하기만 하면 경쟁도 덜 하고 좀 쉬울 줄 알았더만, 간호본과에서 일년을 보내보니 간호예과때 공부는 아무것도 아니였더라고요.


제가 다니는 미국 대학교 기준으로 90점 이상이면 A, 80점 이상이면 B, 70점 이상이면 C, 60점 이상이면 D, 그 아래는 F 이지만, 간호학과는 성적기준이 달라서 75점 이상이 C이고 74.99점 부터는 낙제입니다.


첫 번째 낙제는 봐 주지만 과목에 상관없이 두번째 낙제부터는 간호학과에서 쫓겨나는지라 일년 내내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공부했고, 낙제를 하게 되면 다음학기 모든 과목을 들을 수 없고 다시 낙제 한 과목이 열리는 다다음 학기에 간호학과로 돌아 올 수 있기 때문에 곧 한국으로 돌아 가게 될 수 도 있다는 불안한 마음으로 지내야 했었지요.


간호예과 시절엔 간호본과에 합격만 하면 모든 것이 괜찮아 질 줄 알았고, 간호본과 지원을 준비하는 친구들과 더 이상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얼른 간호 본과에 입학하고 싶었지만 본과에 입학하고 나서 더 강력한 라이벌을 만났지요.


그 라이벌은 바로 "내 안의 또 다른 나"인데요, 예과때는 좋은 학점을 받아서 본과에 합격해야 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으니 한시도 방심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지만, 본과에 합격하고 나니 "A를 받건 C를 받건 패스만 하면 어차피 간호사가 될 텐데 그냥 패스만 하자." 라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공부량이 워낙 많아서 사실 75점으로 겨우 수업을 패스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언젠가 저를 돌아보니 너무 힘들고 지쳐서 초심은 온데간데 없고 끌려가듯 수업을 따라가고 있더라고요.


밤 늦게 까지 공부를 하고있으면 매일 밤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오늘 이만큼 했으면 많이 했어. 이제 그만 자도 돼." 라며 말을 걸어 왔고, 수업이 없는 날이나 주말 아침엔 "어제 밤 늦게까지 공부했으니까 오늘은 늦잠좀 자" 라며 말을 걸어왔지요.


점수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쪽지시험들과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험들이 매주 있었고 병원으로 실습을 가는 날엔 새벽 3시 반에 일어나야 했기때문에 학기 중에 보통 하루 4-5시간 정도 밖에 자지 못하는 날이 허다해서 "그래, 나 어제 밤 늦게까지 열심히 했으니가 늦게 일어나도 돼. 일찍일어나서 공부한다고 시험결과는 크게 바뀌지 않을거야." 라고 생각하며 알람을 끄고 늦잠을 자곤 했지요.


조금 더 자고 싶은 나를 이기고 아침 일찍 도서관에 가는 것, 같이 놀자는 친구들의 제안을 거절하고 기숙사로 돌아와 책상 앞에 앉는 것, 당장 자고 싶은 나를 이기고 할일을 다 끝내고 잠자리에 드는 것...


"내 안의 또 다른 나" 라는 누구보다 강력한 라이벌을 이기는게 얼마나 힘들던지, 이 라이벌을 이기기 위해 독하게 마음먹고 독하게 공부했습니다.


첫번째 학기보다 공부량이 훨씬 많고 더 전문적인 간호지식을 배우느라 힘들었던 이번 학기였지만, 이길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강한 라이벌을 이기고 나니 첫번째 학기보다 더 좋은 성적을 받았고 심적으로는 훨씬 편안했던 한 학기였습니다. 


2012년-2013년 미국 고등학교 교환학생 때만 해도 그저 막연했던 미국 간호학생이라는 꿈을 이루었고, 간호사가 되어 내가 힘들게 배운 것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그 꿈이 한 발짝 더 가까워졌습니다.


이번 학기, 제가 자신 스스로에게 참 가혹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룸메이트가 저에게 잠은 자면서 공부하는거냐고 물어볼 정도였으니 말이죠.


한 학기동안 열심히 공부하느라 힘들기도 했지만 새로운 간호지식들을 배우고 실습을 시작하며 교과서에선 배울 수 없는 간호사 선생님들의 꿀팁들도 배워서 뿌듯했던 한 학기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번학기 목표로 세웠던 "더 열심히 공부 할 수는 없겠다 싶을 정도로 후회 없이 공부하자!" 라는 목표를 이루어서 제 스스로가 참 대견하기도 합니다.


간호학과 학생들에게는 필수인 여름학기가 5월 15일에 시작해서 이번 여름엔 한국에 갈 수 없지만 그래도 기쁩니다.


학기를 잘 끝내고 지금은 맘껏 여유를 부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학기 시작 일주일 전부터는 다시 전투태세를 갖추고 짧아서 더 힘들다는 여름학기도 또 잘 버텨야겠지요.



일년동안 배웠던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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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dorable St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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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프라우지니 2018.05.05 01: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간이 참 빠르네요. 벌써 3학년이라니..
    저도 요새 잠시 고민중입니다. 간호사공부를 마져 할까 하는 마음에 말이죠.
    나이가 들어서 쉽지 않을거 같기도 하지만..^^;

    • Adorable Stella 2018.05.06 15: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교환학생을 끝내고 유학을 준비하며 블로그를 시작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일년 후면 졸업이라니, 시간 정말 빠르죠?ㅎㅎ 안그래도 얼마전에 지니님 블로그 봤어요! 일도 공부도 뭐든 열심히 하시는 지니님이시라 간호사 공부를 시작하신다면 잘 하실 것 같아요:)

  2. 타과생 2018.05.07 05: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3년 전부터 잘 읽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의대 재학 중이지만 간호사분들 너무 대단한거 같아요. 저흰 3시간 수면도 일상이긴 하지만 타지에서 하시는거 존경스럽습니다. 같이 자랑스런 의료인이 되길 바라요.

    • Adorable Stella 2018.05.08 00: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타과생님 고맙습니다:) 의대생이시라니 공부량이 정말 어마어마 하겠어요! 간호학 공부하면서 학과 친구들과 간호학 공부도 힘든데 의사는 진짜 공부의 신이 아니고서야 못하겠다고 우스겟소리로 얘기하곤 한답니다ㅎㅎ

  3. 박주연 2018.05.07 13: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저도 올해 cc에서 3년 컴퓨터 공부하고 3학년으로 편입하는데요..ㄷㄷ요새는 기숙사 문제며 학교성적에 거기선 잘 버틸수 있을까 이런생각하느라 머리 아프네요ㅠㅠ진짜 미국 처음온게 3년전인데 벌써 cc졸업이라니..편입후는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갈까요?(사실 그러길 희망...ㅋㅋㅋ) 걱정되는건 영어책 읽는게 아직도 많이 힘든데 편입후 어떨지 모르겠어요ㅠㅠ 제 과가 인문계가 아니라 영어를 많이 요구하진 않지만 혹시 모르니까요. 저도 영어 수업 들을떄 어차피 c나 a나 다 패스인데 뭐 열심히 할 필요 있겠어? 이러고 막ㅋㅋㅋㅋㅋ 전공이나 점수들어가는 과목들만 하고 그랬는데ㅋㅋ스텔라님 글 읽으니 그때 생각나네요

    • Adorable Stella 2018.05.08 00: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4년제 대학교가 CC보다 어렵긴 하지만 잘 하실수 있을거예요! 노력하면 안될 것이 없다고 하잖아요? 기숙사생활은 어떤 룸메이트를 만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에요. 좋은 룸메이트 만날 수 있길 바라요! 학년이 올라갈수록 시간이 점점 빨리가는 것 같은데 곧 4년제 대학교 졸업할 날도 오겠지요?ㅎㅎ

  4. 박주연 2018.05.08 06: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하 저는 일단은 기숙사방을 싱글룸 하려고 하고있어요! (예전에 미국 첨 왔을때 룸메들이 좀...그랬던지라ㅋㅋ) 그리고 정말 친한 사람아닌한은 누구랑 방 같이쓰는게 좀 그렇더라고요ㅜㅜㅜ일단 싱글룸 쓰다가 괜찮은 사람 만나면 집을 같이 구할까 생각중이에요ㅎㅎ제 생각도 진짜 정신없이 지나갈거 같네요 편입 후에는ㅋㅋ..인턴도 하고 대학원 시험도 준비하다보면..

  5. 이하나 2019.02.20 06: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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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9~2013.6 미국 공립 고등학교 교환학생, 2016.1~2019.5 미국 주립대 간호학사(BSN)졸업, 미국병원 내과&외과병동 간호사 Stella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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