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간호학은 재미있었지만 좋아하는 과목은 아니였습니다.


왜 건강하게 뛰어 놀아야 할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들이 병원에 누워있는것인지, 마음 약한 저에겐 아픈 아이들을 보고 있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였거든요.


지난학기 성인 간호학(1)을 배우고 실습을 나가며 아픈 사람들을 많이 봤었지만, 말 그대로 성인 간호학인지라 제가 실습을 가서 만났던 환자들은 대부분 노인이였지요.


폐렴, COPD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만성 폐쇄성 폐질환)등 다양한 폐질환을 치료하던 폐 병동으로 실습을 나갔었는데 노인환자들의 차트를 보면 담배를 몇 십년 피던 환자도 있었고 마리화나 등의 마약을 하던 사람들도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나이에 관계 없이 질병을 앓게 되어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잘못된 식습관과 함께 담배를 십대때부터 펴 온 80대 환자가 폐 질환을 앓게 되는 것은 예상 할 수 있는 일이고 80년 이상의 인생을 살았기 때문에 환자가 왜 아픈지 슬프더라도 저 스스로 이해하고 받아드릴 수 있었지요.



아동간호학 실습을 나갔던 병원의 건물들 중 하나.


하지만 아동간호학 실습을 위해 어린이병원에 갔을 땐 특별한 원인 없이 아픈 아이들을 보며 실습내내 마음이 아팠고 실습을 하고 기숙사에 돌아와서도 하루종일 우울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제 어렸을 때를 생각 해 보면 엄마, 아빠께 사랑받으며 건강하게 유치원에 다니고 저보다 두살 어린 여동생 "이야"랑 신나게 놀던 기억뿐인데, 다양한 이유로 병원에 입원한 아이들을 보니 세상이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아동간호학 수업 중 실습에 나가서 만났던 환자들의 이야기를 종종 나누는 경우가 있는데, 아동학대를 당하다 부모가 병원 앞에 버리고 도망간 아이 이야기부터 물에 빠져 의식불명으로 소아중환자실에 왔다가 하늘나라에 간 아이 이야기까지 눈물 없이 듣기 힘든 이야기뿐이였답니다.


일반 병동에는 단순한 질병으로 입원한 아이도 많아서 입원 했다가 며칠 뒤에 건강하게 퇴원하는 해피앤딩이 대부분이였지만, 소아중환자실에서 실습 하던 날 만났던 환자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제 환자였던 중증 근무력증을 앓으며 평생 산소호흡기를 달고 살아야 하는 아이 A, 그리고 초등학생의 몸으로 식물인간 상태였던 25살의 환자까지 소아 중환자실은 이 세상과는 완전 동떨어진 곳 같았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흑인 남자아이 A를 처음 만나서 제 소개를 하고 침대에 쉬를 해서 제 간호사선생님과 함께 Bed bath (침상목욕)를 시켜줬는데 몸이 어찌나 야위였던지 보는 제가 다 안타까웠습니다.


워낙 오래 입원하고 있던지라 병원생활에 익숙해 졌는지 손가락에 스스로 산소포화도 센서를 붙이고 간호사 선생님과 노는 모습이 참 귀여웠지요.


제 간호사 선생님이 다른 일을 하는 동안 A와 함께 잠깐 시간을 보냈는데, 저에게 자신의 게임 유튜브 채널을 보여주며 구독해 달라고 하기도 하고 다음주면 이 병원을 떠나 애틀란타에 있는 더 큰 병원으로 간다고도 얘기 해 주더라고요.


너무 해맑고 즐거워 보이던 아이여서 A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제 마음이 더 아팠답니다.


간호사 선생님 말로는 많이 호전되면 퇴원해서 학교도 다시 다닐 수 있게 될거라고 했지만 평생 산소호흡기를 달고 살아야 한다는 것과 더 큰 병원으로 옮겨가야한다고 하니 호전되기까진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A다음으로 유난히 더 정이 갔던 환자는 영어를 잘 못하던 맥시칸 남자아이 B였습니다.


환자 차트에 B는 영어를 조금 알아듣는 수준이고 B의 엄마아빠는 스페인어만 할 줄 알고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한다고 되어있었는데요,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제 상황 같아서 다른 환자들보다 더 신경이 쓰였었지요.


스페인어를 할 줄 아는 미국인들이 많아서 대부분의 병동엔 스페인어를 하는 간호사가 있고 스페인어만 하는 환자의 경우는 스페인어를 쓰는 간호사가 배정되는데, 그날따라 병동에 스페인어를 하는 간호사가 없어서 영어만 하는 간호사가 그 환자에게 배정되었답니다.


간호학 교과서에는 환자가 영어를 하지 못할 경우 가족이 아닌 전문 통역사를 부르라고 써 있어서 영어만 할 줄 알던 B의 간호사와 B와 B의 가족이 정말 통역사를 통해 대화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아침일찍 B의 병실에 들어가 간단한 영어만 알아듣는 B와 손짓 발짓을 총 동원해 대화를 하다가 B의 부모님과 이야기 할 차례가 되자 간호사는 벽에 붙어있던 두개의 수화기 중 하나는 B의 엄마에게 주고, 하나는 본인이 들어 스페인어 통역 요청을 하더라고요.


"아이가 수술 후 빨리 회복 할 수 있도록 이따가 아이가 복도에서 걷도록 도와줄게요." 라고 간호사가 아이의 엄마를 보고 말하면 수화기를 통해 통역사가 듣고 있다가 스페인어로 B의 엄마에게 말 해줬습니다.


반대로 B의 엄마가 수화기를 들고 간호사를 보고 스페인어로 이야기하면 수화기 넘어의 통역사가 영어로 간호사에게 이야기 해 주었지요.


교과서에서만 보던 통역을 실제로 보게 되서 신기했고, 실제로 통역사가 병실에 오는 것이 아니라 전화를 통해 통역을 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얼마나 불안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 필요한 것은 없는지, 불편한 것은 없는지 등을 물어보며 B의 부모님에게도 유독 더 신경을 썼던 기억이 나네요.


마음이 약한 탓에 어린이 병원에서 아픈 아이들을 보며 실습중 화장실에 가서 감정을 추스르고 와야 했던 적도 많았고, 아이들에게 주사를 놓는 것을 보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고 마음이 아팠지만 그래도 아동간호학 실습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마음이 아파서 아이들에게 주사 놓는 것이 싫고 아파서 우는 소리가 듣기 힘들것 같아서 소아과 간호사는 생각도 안해봤는데, 아동간호학 실습을 끝내고 보니 "이 세상에 건강한 아이들만 있을 수 없고 누군가는 아플 수 밖에 없다면 내가 소아과 간호사가 되서 진심으로 아이들을 간호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약해서 소아과 간호사는 절대 될 수 없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실습을 하고 나니 "마음이 약해서 아픈 아이들을 더 정성껏 간호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바뀐거지요.


그리고 건강하게 태어나 학교에 다니고 먹고 싶은 음식을 맘껏 먹을 수 있는것, 많은 사랑을 받고 자라서 다른사람에게도 제가 받은 사랑을 배풀 수 있다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큰 축복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고요.


눈물이 많고 마음이 약한 저, 아동간호학 실습중엔 눈물이 날 것 같으면 화장실로 도망가서 감정을 추스르고 꾹꾹 참았지만 산부인과 실습 중 울음을 참지 못하고 결국 환자앞에서 울어버린 이야기도 곧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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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telladiary.tistory.com/153 [스텔라의 미국이야기]

Posted by Adorable St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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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채린제인 2018.07.30 13: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네요. 이렇게 멋진 생각을 가진 분께서 아이들의 아픔을 보듬어주신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 스텔라님의 아름다운 미래를 응원합니다!

    • Adorable Stella 2018.07.30 15: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채린제인님 감사합니다! 소아중환자실과 신생아 중환자실 실습을 하고보니 말 못하는 아이라고 기계적으로 간호하는 간호사들이 많더라고요. 그런 간호사들을 보면서 저는 환자의 아픔에 공감할줄아는 마음 따뜻한 간호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2. Jasmine 2018.07.31 13: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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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9~2013.6 미국 공립 고등학교 교환학생/ 2016.1~2019.5 미국 간호대학 간호학사 졸업/ 미국병원 외과병동 신규간호사 Stella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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