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친구가 된 미국인들이라면 한 번 씩은 꼭 거쳐가야하는 관문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에서 "코리안 바베큐"라고 불리는 한국식 고깃집에 가서 제가 정성껏 구워 준 고기를 먹어야 되는 것 인데요, 얼마 전 미국인 남자친구랑, 남자친구의 로스쿨 동기이자 절친인 A, A와 막 커플이 된 A의 여자친구 T, 그리고 저까지 넷이서 무한리필인 한국식 고깃집에 갔다왔어요.
제 남자친구 알렉스는 제 덕분에 이미 한국식 고깃집에 몇 번 가봤었는데, A와 T는 한국식 고깃집이 처음이라 가기 전 부터 엄청 기대하면서 신나있었지요.
코리안 바베큐 고수인 저는 열심히 고기를 굽고, 코리안 바베큐 맛 좀 봤다는 알렉스는 코리안 바베큐 초보인 A와 T에게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고기는 불고기라며 코리안 바베큐 먹는 방법을 A와 T에게 알려줬어요.
고기를 구우며 저는 세 미국인들이 맛있게 한국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엄청 뿌듯 해 하고 있었고요.
이미 알렉스, A, T는 같은 전공에 같은 건물에서 일해서 말도 잘 통하고 잘 아는 사이였고, A와는 한참 전부터 알았지만 저는 셋과 전공도, 하는 일도, 인종도 다른데다가 술을 좋아하는 셋과는 다르게 술까지 안마셔서 셋 사이에 잘 섞여 재미있게 놀 수 있을까 걱정을 했었는데, 역시 음식으로 맺어진 우정은 끈끈하다고 코리안 바베큐를 먹으며 금방 친해졌어요.
A와 T가 처음 코리안 바베큐를 먹으며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니 제 미국 친구들인 그레이스와 그레이스 친구들을 데리고 코리안 바베큐를 먹으러 한국 식당에 처음 갔었던 일이 생각났답니다.
제 블로그에 자주 와 주시는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그레이스는 저와 같이 병원에 입사한 신규 간호사 동기이고, 코리안 바베큐로 맺어진 끈끈한 우정 덕분에 지금도 그레이스, 그레이스 친구들과 한국 고깃집에 자주 간답니다.
왕복 6시간이 걸리는 곳에 코리안 바베큐 맛집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코리안 바베큐만을 위해 6시간을 달린 적 도 있어요!
코리안 바베큐라면 지구 끝까지라도 쫒아갈 그레이스와 지금은 저와도 친한 친구가 된 그레이스의 친구들은 곱창, 막창, 대창에 우설까지 먹어봤답니다.
2020/12/29 - 미국 친구들이 감탄한 한국 식당의 이것, 미국 도입이 시급하다!
그레이스와 그레이스 친구들을 처음 한국 식당에 데리고 갔을 때, 미국 친구들은 음식도 맛있고 이것저것 다 신기하다며 좋아했었는데요, 딱 한가지 불편해 하던 것이 있었답니다.
사진을 보고 생각나는게 있으신가요?
그레이스와 그레이스의 친구들, 그리고 제 대학시절 룸메이트인 맥캔지까지 모두 한국 식당은 다 좋은데 딱하나의 단점이라고 말 했던 것은 여럿이서 함께 나누어 먹어야 하는 반찬 입니다!
혼자서만 맛있는 반찬을 다 먹고 싶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미국의 식사문화 때문에 타인과 같은 접시에 담긴 반찬을 먹는 것을 꺼린다는 이야기이지요.
한국에서는 같은 접시에 담긴 반찬을 여럿이서 아무렇지 않게 먹고, 맛집에 가면 서로 다른 음식을 시켜 나눠먹는게 일반적인데, 미국인들은 한국처럼 여러음식을 시켜서 같이 나눠먹는 문화가 없고 남의 침이 섞이는 것을 아주 싫어하기 때문에 남의 포크가 내 접시를 침범하는 것을 아주 꺼려한답니다.
심지어는 같은 소스에 음식을 찍어먹는 것도 싫어해요.
여럿이서 같은 소스에 과자나 음식 등을 찍어먹는 것을 Double dipping 이라고 하는데, 미국인들 대부분은 Double dipping은 식품 안전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자각하고 있지요.
제가 미국 공립 고등학교 교환학생 시절 친구들과 나쵸와 치즈소스를 나눠먹었던 적이 있었는데, 꼭 Double dipping을 해야했던 이 상황에 미국 친구들은 입을 댄 나쵸는 소스에 찍지 말자고 얘기하더라고요.
다양한 반찬을 먹는 문화가 없는 미국에서 식당에 가면 큰 접시에 사이드 메뉴까지 같이 올려져서 나오는게 보통인데, 각자 다른 음식을 시켜 나누어 먹는 대신 1인 1메뉴가 기본이랍니다.
이런 식으로요!
맥캔지는 우유와 계란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Vegan)라 한국식 고깃집에 가는대신 맥캔지를 만날 땐 다른 한국식당에 자주 가는데 코로나 전에는 반찬을 각자 주지 않았지만 코로나 이후엔 반찬을 사람수 대로 따로 줘서 맥캔지가 너무 좋아했어요.
코로나가 터지기 전 맥캔지와 같이 저희가 좋아하는 식당에 갔을 때 찍은 사진이에요.
코로나 이후엔 이렇게 각자 트레이에 반찬을 담아 사람 수 대로 갖다준답니다!
그레이스와 그레이스 친구들은 한국 고깃집에 하도 다니다 보니 더 이상 같은 반찬에 여러명이 젓가락을 갖다 대는 것을 꺼리지 않게 되었답니다.
음식을 나눠 먹는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던 제 미국인 남자친구도 식당에서 저와 다른 메뉴를 시켜 서로 나눠 먹으니 다양한 메뉴를 맛 볼 수 있다며 오히려 같이 나눠 먹는 즐거움을 배우게 되었지요.
음식을 나눠 먹는 문화가 없고, 같은 접시에 있는 음식을 타인과 함께 먹는 것을 청결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이, 한국식당에 가서 반찬을 나눠먹어야 하는 것을 보고 다 좋은데 이것이 한국식당의 딱 하나의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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