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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갔던 한국이 불편했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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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에 미국 간호사로서 취업 영주권을 받고, 지난 몇 년간 우리의 삶을 바꿔놓은 감염병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10월 13일부터 11월 3일까지 그리웠던 한국에 다녀왔습니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인천까지 15시간 반을 날아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미국 대학교 졸업을 한학기 앞둔 2018년 12월 중순부터 2019년 1월 초까지 겨울방학을 맞아 한국에 갔던 것이 마지막이니 거의 4년 만의 한국 방문이었던 거죠.

미국에 가족이나 친척 한명 없이 살며 영상통화로만 보던 사랑하는 가족과 둘러앉아 같이 식사를 할 수 있어 좋았고, 보고 싶었던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떠니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싶었답니다.

한국을 너무 오랜만에 갔더니 제가 평생을 살았던 동네는 많이 달라져 있었고, 짧은 한국 방문 동안 많은 것을 해야 된다는 압박감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미국과 다른 한국의 풍경과 문화 때문이었는지 한국에 있는 동안 마치 낯선 곳에 온 듯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답니다.

한국에서의 매 순간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해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간들이었지만 이젠 미국생활이 더 익숙한 9년 차 이민자인 저에게는 한국에서의 불편한 순간들의 매번 있었습니다.

앞으로 한국과 미국의 문화 차이 때문에 한국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포함해 한국에 다녀온 이야기들을 써 보려고 하는데 오늘은 가장 먼저 제가 한국에서 불편함을 느꼈던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려고 해요!

1. 카페에 Lactose Free (무유당) 우유가 없어요!

Lactose intolerance (유당 불내증)이 있는 저는 일반 우유는 마시지 못한답니다.

흰 우유를 마시거나 우유가 들어간 아이스크림만 먹어도 배 속에 폭풍이 휘몰아쳐서 무유당 우유를 마시거나 아몬드유 또는 코코넛유를 마시고 아이스크림 조차도 유제품이 들어가지 않은 코코넛유 등 우유 대체식품이 들어간 아이스크림만 먹어요.

평소 집에서 마시는 무유당 저지방 우유

제가 즐겨먹는 캐슈넛유와 코코넛유로 만들어진 무유제품 아이스크림
우유로 만들어진 아이스크림과는 식감과 맛이 조금 다릅니다.

미국의 스타벅스만 하더라도 아몬드유, 코코넛유, 귀리유, 우유 등 10가지의 우유와 우우 대체식품이 있는데 스타벅스뿐만 아니라 동네의 카페에도 유당불내증을 가진 사람과 채식 주의자들을 위한 다양한 우유가 준비되어 있답니다.

그래서 커피를 마시거나 우유가 들어간 음료를 마실 때는 항상 유당이 들어가지 않은 아몬드유나 코코넛유 또는 두유로 바꿔 주문을 하지요.

미국에 있을 때 인터넷에서 본 "초당 옥수수 라떼", "고구마 라떼" 등 한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료들을 마시고 싶어 한국 카페에 가서 우유 대체식품이 있는지 물어봤는데 관광지의 유명 카페와 프렌차이즈 카페들을 포함해 대부분의 카페에서는 우유 대체식품을 제공하고 있지 않더라고요.

마시고 싶어서 벼르고 있었던 음료들을 마실 수 없어 너무 아쉬웠고, 그래서 한국에서 딸기 에이드, 유자 에이드, 청포도 에이드 등 우유가 들어가지 않는 음료들만 신나게 마시고 왔어요!

2. 카페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이 안돼요!

일회용품 천국인 미국에서 살다가 일회용품에 대한 규제가 엄격한 한국에 오니 불편했던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한국에 없던 4년 동안 일회용품에 대해 많은 규제가 생겼더라고요.

환경을 생각하면 일회용품 규제를 하는 게 맞지만 미국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이 생활화되어있다 보니 한국의 카페에 앉아 음료를 마실 때 머그컵이나 유리잔에 음료를 담아주는 것이 어색하고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카페에 붙어있는 일회용품 규제 안내문


카페에 앉아서 음료수를 다 먹고 갈 때는 상관은 없었지만 친구 만나기 전 잠깐 시간이 남아 카페에 앉아있어야 했을 때는 유리잔에 담긴 남은 음료를 들고나갈 수는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어요.

머리로는 일회용품이 환경에 얼마나 안 좋은지 알면서도 일회용품을 일상에서 사용하고 분리수거조차 하지 않는 미국의 상황을 보면서 한국에서의 이런 규제가 세상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Personal Space (개인 영역)이 없어요!

개인주의인 미국이어서 인지 미국인들은 친하지 않은 타인이 옆으로 가까이 다가오거나 몸이 닿으면 불편해합니다.

그래서 줄을 설 때도, 사람이 많을 때도 가능하다면 서로의 Personal Space를 지켜주기 위해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고 실수로 몸이 닿거나 부딪히면 꼭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지요.

땅덩이도 크고 인구밀도가 한국에 비해 훨씬 낮은 미국에서 살다 보니 저도 모르게 저만의 Personal Space가 생긴 건지 한국에서 깜짝 놀라고 불편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하철을 기다릴 때 공간이 있었음에도 제 옆에 바짝 붙어 줄을 서서 저를 놀라게 한 사람도 있었고 신호등을 기다리는데 제 바로 뒤에 가까이 서서 제가 한 발짝 피해야 했던 적도 있었지요.

그래도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이어서 그런지 한국생활 며칠째가 되니 금방 적응이 되더라고요!

4. 전동 킥보드 때문에 길거리 걷기가 무서워요!

한국에 마지막으로 갔었던 4년 전만 해도 길거리에 전동 킥보드는 없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 한국에 갔을 때 길거리 어디에나 있는 전동 킥보드를 보고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보행자 입장에서는 이 전동 킥보드가 반갑지만은 않더라고요.

아무 곳에나 전동 킥보드를 세워두어서 불편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사람이 많은 인도에서 쌩쌩 달리는 전동 킥보드를 보고 있으니 사고가 안나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애틀란타 도심에도 이런 전동 킥보드가 있긴 하지만 애틀란타 거리를 걸으며 한국만큼 빨리 달리는 전동 킥보드는 보지 못했고 길거리에 사람이 한국에 비해 적어서인지 위험하다는 생각은 한 번도 들지 않았습니다.

어디를 가나 사람이 많은 한국에서는 이 전동 킥보드가 위험하고 무섭게 느껴졌어요!

5. 까다로운 교환/환불 정책

미국은 교환/환불 규정이 한국보다 훨씬 너그러운 편이라 영수증만 있으면 보통 구매 후 30일 이내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교환이나 환불을 해줍니다.

제품을 개봉했든, 사용을 했든지 안 했든지에 상관없이 말이죠.

제가 미국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 제 룸메이트였던 미국인 M은 마트에서 사 온 아이스크림이 맛없다며 한입 퍼 먹고는 냉동실에 넣어놨다가 다음에 마트에 갈 때 아이스크림을 가지고 가 환불한 적도 있었고, 또 다른 룸메이트는 본인이 가게에서 발라보고 사온 립스틱 색이 집에 와서 보니 맘에 안 든다며 몇 번 쓴 립스틱을 환불하기도 하더라고요.

옷의 경우는 가격표가 붙어있어야 하고 사용감이 없어야 교환이나 환불을 해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보통은 정말 단순변심이라도 쉽게 환불할 수 있지요.

실제로 악용하는 사례도 많아서 이렇게 너무 무분별하게 환불해주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좀 너무했다 싶었어요.

악세서리 가게를 갔는데 단순변심에 의한 교환/환불은 불가하다는 안내를 보고 이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었어요.

단순 변심이라도 사용감이 없고 가격표가 그대로 붙어있으면 환불해 줄 수 도 있는 거 아닌가요?

저는 하자가 있지 않는 이상 미국에서도 교환이나 환불은 잘 안 하는데 이런 안내가 붙어있으니 물건 하나를 살 때도 정말 신중하게 되고 오히려 잘 안 사게 되더라고요.

교환/환불을 해주는 곳이라도 구매 후 일주일 이내만 허용해주는 곳이 대부분이어서 교환/환불이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미국에서 사는 저에겐 너무 불편했어요.

그래도 오랜만에 갔던 내 나라 한국은 참 아늑하고 따뜻했으며, 보고 싶었던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미국 생활 9년 차인 제가 4년 만에 한국에 가서 감동받았던 일들을 소개해 볼게요.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 모 유튜버를 포함해 제 사진이나 글을 허락 없이 사용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스텔라의 미국 이야기"의 모든 글과 사진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허락 없이 글과 사진을 사용하시는 것은 불법입니다. 제 글과 사진을 사용하고 싶으시면 방명록을 통해 동의를 구해주세요. 제 글과 사진을 이용하실 경우 출처를 꼭 남기셔야 합니다. 링크 공유는 동의 없이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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