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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미국 이사업체가 사기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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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른들 말씀이 "눈감으면 코 베어가는 곳이 서울"이라고 하셨지만, 누가 "눈 뜨고 있어도 코베어가는 곳이 미국" 일줄은 상상이나 했을까요?

 

얼마 전 침대, 간이 쇼파 등 가구 몇 개를 옮겨야 됐던 일이 있어서 페이스북,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삿짐 업체를 알아보고 있었어요.

 

제가 원했던 이삿짐 업체의 서비스는 단순히 침대와 간이쇼파 등 몇 개의 가구를 저희가 빌린 이사용 트럭에 싣는 것이었는데, 1시간도 걸리지 않을 단순한 일을 맡기려고 여러 이사업체에 문의하니 시간당 $150-200 (한화 약 19만5천원-26만원)에 최소 2시간 이상 계약을 해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가구를 옮기던 날 저희가 빌렸던 이사용 트럭 U-haul.

 

인건비가 비싼 미국에서는 업체를 고용하지 않고 이사도 스스로 하는 경우가 많아 미국 도로에서 아주 흔하게 볼수있는 트럭이랍니다.

 

현재 본인이 있는 지역에서 트럭을 빌려 이사 가는 지역에 반납하면 돼요.

 

가구가 몇개 없어서 가장 작은 사이즈의 트럭을 빌렸었는데, 제가 예약한 날 며칠 전에 전화와서는 제가 원하는 사이즈의 트럭이 없다며 제가 예약한 트럭의 2.5배 크기의 트럭을 빌려주었습니다.

 

제 약혼자 알렉스가 트럭을 운전했는데, 트럭을 처음 운전해본거였는데도 잘하더라고요!

 

U-haul 은 이 글의 내용의 사기 이사업체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여러 군데의 이사업체에 문자도 보내보고, 페이스북 메시지도 보내보고, 전화도 해 보고 나서야 드디어 한 시간만 계약해도 되고 다른 업체들에 비해 저렴한 시간당 120달러 (15만 6천 원)을 청구하는 이사업체를 찾았습니다.

 

페이스북 광고에서 본 그 업체의 홍보문구가 "지역의 대학생들을 고용하세요!" 여서 저는 단순히 "아, 여름방학을 맞은 이 근처 대학생들이 용돈벌이용으로 이삿짐 나르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거라 다른 업체보다 저렴한가 보다."라고 생각했었어요.

 

문의를 하면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며칠 있다 답이 오는 다른 이사 업체들과 다르게 이 이사 업체는 메시지와 이메일을 보내자마자 답장도 빨리빨리 해주는 게 성격 급한 한국인인 제 맘에 쏙 들기도 했고요.

 

며칠간 이사업체 알아보는 데에 지칠 대로 지쳐있었던 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금 당장 계약서를 보내달라고 했었지요.

 

구글 또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업체 찾기를 잘하는 저와  변호사여서 계약서 읽기 전문인 알렉스의 환상의 팀워크로 빠르게 계약서를 검토해서 사인하고, 이사업체의 계약서에 나와있는 대로 총 견적 120달러의 30%인 36달러를 계약금으로 보내줬어요.

 

나머지 금액은 서비스가 끝난 뒤 Invoice (청구서)를 보내줄 건데 그때 내면 된다고 했었고요.

 

그렇게 계약을 끝냈고 저희가 예약한 날의 예약한 시간 오전 11시가 되었는데 아무도 오지 않는 거예요.

 

아무런 연락도 없었고요.

 

이사용 트럭 U-haul까지 빌려놔서 오늘 당장 일을 끝내야 되는데 아무도 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패닉에 빠졌던 저는 11시 5분이 넘어서 이사업체에게 전화를 했더니 지금 가는 중이라고 조금 늦는다고 하더라고요.

 

11시 10분이 지나고 나서야 어려 보이는 대학교 남학생들 두 명이 왔고, 알렉스와 저에게 어느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라고 소개를 하며 가구들을 이사용 트럭에 옮겨주기 시작했어요.

 

나이 좀 있는 대학생들이 올 줄 알았는데, 고등학교 갓 졸업한듯한 어린 학생들이 와서 더운 날 가구를 옮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좀 불편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해서 물도 주고 힘들면 쉬엄쉬엄 하라고 하면서 저와 알렉스도 같이 도와 일을 빨리 끝냈어요.

 

그렇게 50분도 안돼서 일이 끝났고, 방학이라 돈도 벌고 운동도 할 겸 이사업체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두 남학생들이 대견해서 가는 길에 시원한 커피라도 한 잔씩 사 먹으라고 각 10달러 (한화 약 12500원)씩 손에 쥐어줬어요.

 

두 학생 다 공손하고 일을 잘해줘서 너무 고맙더라고요.

 

그날 그렇게 일을 잘 끝냈고, 며칠뒤 제 이메일로 온 청구서를 보고 저 기절하는 줄 알았잖아요.

 

견적 120달러에서 이미 계약금으로 지불한 36달러를 뺀 84달러만 내면 되는 줄 알았는데, 청구서를 보니 이사업체에서 제가 사는 지역까지 출장비라는 명목으로 왕복 4시간을 시간당 72달러(약 한화 9만 원)씩 총 288달러(한화 약 36만 원)를 청구했더라고요.

 

1시간도 걸리지 않았던 가구 몇 개 옮기는 단순한 일로 미리 낸 계약금까지 총 408달러 (한화 약 51만 원)를 내게 생긴 저는 알렉스에게 "나 어떻게 해, 계약서 다시 읽어봐. 실수로 놓친 부분 있는 거 아니야?"라고 물었고 계약서를 다시 읽은 알렉스는 "00 지역과 00 지역을 제외한 지역들은 출장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라고만 적혀있지 출장비가 얼마인지, 출장비가 확실히 발생한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출장비가 발생할 수 있다" "출장비가 발생한다"는 완전히 다르잖아요.

 

계약을 하기 전 이메일과 메시지로 문의할 때 출장비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 번도 없었고, 계약서에도 출장비가 얼마인지도 전혀 나와있지 않았을뿐더러, 계약서에 나와있는 대로 "총 견적"의 30퍼센트인 36달러를 계약금으로 지불했으니 저는 당연히 총견적이 앞서 이야기한 120달러 일 줄 알았죠.

 

모든 것을 증거로 남겨두려고 이사업체에 출장비에 대해 이메일로 문의를 했는데, 몇 분 만에 답장해주던 계약 전과는 다르게 아예 답장도 안 해주더라고요.

 

계약서에 청구서의 금액을 30일 내로 납부하지 않으면 "미수금 받아드립니다"업체에 넘길거고 이에 발생한 모든 비용은 변호사 비용을 포함해 저에게 청구할 거라고 쓰여 있어서 저 완전히 앓아누웠었어요.

 

돈도 돈이지만 제가 이렇게 사기를 당했다는 게 창피하면서 분하기도 했고 인류애가 완전 산산조각 난 기분이었거든요.

 

옆에서 보고 있던 알렉스가 앓아누운 저를 보고 안타까웠는지 자기가 해결해 주겠다며 그 이사업체와 나눈 이메일과 메시지들을 캡처해서 자신에게 보내달라고 하더니 제 변호사가 되어서 "Improper Charge-Labor Provided June24, 2023 (부적절한 청구-2023년 6월 24일에 제공된 노동"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자신을 스텔라 김의 변호사라고 소개하면서 저와 이사업체가 나눈 모든 이메일, 문자메세지 내용과 함께

 

"계약 전 출장비에 대한 안내는 아예 없었고, 계약서 어디에도 출장비에 관한 내용이 없을뿐더러 조지아주 법상 계약서에 있는 모호한 내용들은 계약서를 작성한 00 이사업체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이사업체가 미스 김에게 미리 출장비용을 안내해 주지 않은 것은 미스 김이 이 이사업체 고용을 유도하려고 의도적으로 알려주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이 편지는 미스김이 출장비를 지불하지 않을 것을 알려주기 위한 목적이다. 미리 알려주지 않은 출장비 288달러를 징수하려고 할 경우 미스김은 이사업체의 불법행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방어하는데 필요한 모든 법적인 절차와 고소를 진행할 것이며, 이에 발생하는 변호사 비용을을 포함한 모든 비용은 이사업체에게 청구한다. 법적 조치가 시작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14일 내로 청구서에 있는 금액을 86달러로 수정해 주기 바란다."

 

라는 내용의 장장 워드파일 4장짜리 편지를 써서 이메일로 이사업체에 보냈어요.

 

정말 한국의 "소비자 고발센터"와 같은 미국의 기관에 신고하고 이사업체랑 싸울 각오를 하고 있었죠.

 

제 이메일은 아예 무시하더니 알렉스가 저 이메일을 보내자마자 이사업체 사장님께서 20분 만에 답장을 해 주더라고요.

 

 

"알렉스 씨, 당신의 편지를 읽었고 이 오류에 대해 우리가 당신의 시간을 낭비하게 한 것에 대해 실망스럽습니다. 청구서의 금액을 86달러로 고쳤습니다. 김 씨가 나쁜 의도가 아닌 우리 내부의 소통 오류로 인해 발생한 일이라고 이해하길 희망합니다. 우리는 최근 새로운 세일즈팀을 고용했고 교육시켰습니다. 이 이유로 우리의 세일즈팀이 잘못된 견적을 제공했습니다. 이 상황을 우리는 Case study (사례연구)를 하는 데 사용할 것이며 이런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하겠습니다."

 

이사업체가 알렉스를 통해 86달러로 고친 청구서 링크를 보내줬고, 제가 바로 그 금액을 지불하고 이사업체에게 금액을 지불했다고 이메일을 보냈는데, 이사업체는 저에게 어떠한 답장도, 사과도 없었어요.

 

출장비 288달러가 포함된 청구서를 받고 나서야 이사업체와 제가 사는 지역이 편도 1시간 30분에서 2시간 거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생각해 보면 누군가는 기름값과 출장비를 내야 되는 게 맞아서 저는 이것이 이사업체의 실수가 아닌 명백한 사기행위였다고 믿고 있습니다.

 

만약 정말 실수였다면 제가 출장비에 대해 이메일로 문의했을 때 무시하는 대신 실수였다고 빠르게 청구서를 고쳐줘야 맞지 않겠어요?

 

반면에 평화주의자인 알렉스는 출장비를 청구했던 게 정말 이사업체의 실수였거나, 실수로 저에게 출장비용을 미리 말해주지 않은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

 

아무튼 알렉스 덕분에 이번 위기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답니다.

 

여러분들은 이 상황이 정말 이사업체의 실수였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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