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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엄마 아빠께는 낯선 미국의 약혼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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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스타그램을 보신 분들이시라면 이미 아시고 계시겠지만 지난 3월 초, 저와 제 미국인 남자친구 알렉스는 약혼을 했답니다!
 
제가 고등학교 시절이던 만 17살에 시작한 블로그인데, 초기부터 제 블로그를 방문해 주시고 "스텔라 양"이라고 엄마와 이모의 마음으로 다정하게 댓글을 남겨주시던 독자분들께서는 언제 제가 이렇게 커서 결혼할 나이가 되었나 싶으시죠?
 
저도 제 자신이 아직도 마냥 어린 아이 같은데 제 평생을 함께 하기로 결혼을 약속한 남자가 생겼다는 게, 그리고 이렇게 착하고 멋있는 남자가 제 남편이 된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답니다.
 
남자친구에서 약혼 이후로 약혼자가 된 알렉스를 남들에게 언급할 때 "My boyfriend (내 남자친구)" 대신 "My fiance (내 약혼자)"라고 하는 것도 아직은 어색해요.
 
미국에서 나고 자란 금발머리의 파란 눈 알렉스와 약혼을 하면서 한국에서 나고 자라 어느새 미국에서 8년째 살고있는 저도 신기한 미국의 약혼문화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는데, 미국에 한 번도 와 본 적 없는 저희 엄마, 아빠께는 미국의 약혼문화가 더 낯설게 느껴지셨었나 봐요.
 
저와 알렉스의 약혼 소식을 여러분들께 알려드리며 한국에 계신 저희 엄마, 아빠가 낯설어 하셨던 미국의 약혼문화에 대해 소개해 보려고 해요!
 

1. 미국에서는 약혼을 하려면 남자가 먼저 여자의 아버지께 허락을 받아야 돼요!

 
미국에서의 일반적인 프로포즈를 생각해 본다면 남자가 여자에게 반지를 내밀며 무릎을 꿇고 "Will you marry me? (나와 결혼해 줄래?)"라고 물어보는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나시죠?
 
여기서 여자가 Yes! 라고 말하면 남자친구, 여자친구 관계가 끝을 맺고 Engagement(약혼)을 하게 되면서 Fiance (피앙세)라고 하는 약혼자의 관계가 되는 거예요.
 
전통적으로 여자에게는 이 프로포즈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서프라이즈이지만 여자의 가족들에겐 서프라이즈가 아니랍니다.
 
남자는 여자에게 프로포즈를 하기 전 여자의 아버지께 먼저 허락을 받아야 되기 때문에 여자의 가족은 이미 알고 있어요.
 
한국어라고는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등의 아주 쉬운 몇 개의 단어만 말할 수 있는 알렉스와, 그 정도 수준의 영어만 아시는 제 아빠의 언어적 장벽 때문에 알렉스의 프로포즈는 서프라이즈가 아니었습니다.
 
저와 나란히 앉아 저희 부모님과 영상통화를 하는 중에 알렉스가 저희 부모님께 저를 평생 기쁘게 해주겠다며 저화 결혼하고 싶다고 허락을 받았었는데요, 표현에 서툰 전형적인 한국 아빠인 데다가 저를 통해 한국어 통역을 듣느라 한 박자 늦었던 대답 때문에 알렉스가 기쁘게 허락하신 거 맞냐며 걱정했답니다.
 
사귈 만큼 사귀었다며 결혼은 언제 하냐고 매일 물어보시더니 딸이 막상 결혼을 한다니 기쁘면서도 아쉬운 마음 때문이었는지는 모르는 일이죠.
 
제 엄마, 아빠는 한국에 비해 독립적인 미국인들인 데다가 개인주의라 커플 둘이 알아서 약혼도 하는 줄 알았는데, 남자가 먼저 여자의 아빠에게 허락을 받아야 되는 거냐며 신기해하셨어요.
 

2. 미국에서의 결혼준비는 프로포즈 이후에 진행되어요!

 
20대 후반의 나이가 되면서 SNS에 한국 친구들이나 언니들의 결혼소식을 종종 보게 되는데, 한국의 프로포즈를 보면 다 결혼 날짜까지 잡아놓고 결혼 직전에 형식적으로 프로포즈를 하더라고요.
 
프로포즈라 하면 남자가 여자에게 결혼하자고 공식적으로 물어보는 건데 한국에서는 프로포즈의 의미가 많이 변한 것 같아요.
 
하지만 미국에서는 프로포즈 이후부터 결혼이야기를 시작해요.
 
사귀면서 결혼 이야기는 전혀 없다가 남자가 서프라이즈로 프로포즈를 하고 약혼녀, 약혼남의 사이가 되면 그때부터 결혼이야기와 결혼 준비를 시작하는 거죠.
 
영화에서 남자가 무릎을 꿇고 프로포즈를 하면 왜 여자가 눈물까지 흘리며 감격하는지 아시겠죠?
 
보통은 약혼을 하고 1-2년 내에 결혼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약혼 한 사이로 몇 년이 지나도록 결혼 소식이 없는 커플도 있답니다.
 
한국문화에 익숙한 제 부모님은 "프로포즈 그런 걸 꼭 해야 되냐"며 저에게 물어보셨는데 약혼을 하는데 미국인들에게 프로포즈는 정말 중요하지요!
 

3. 약혼하는데 프로포즈링은 필수예요!
 

한국의 오래 사귄 커플들이라면 보통 커플링을 맞추잖아요? 
 
그런데 미국의 커플들은 약혼하기 전까지 아무런 반지를 끼지 않는답니다. 
 
커플의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프로포즈링은 보통 다이아몬드 반지인데 불편하다고 다이아 반지는 잘 끼고 다니지 않는 한국과 다르게 약혼한 미국 여자들은 어디를 가든 다이아몬드가 박힌 약혼반지를 끼고 다닙니다.
 
다이아몬드 반지 대신 한국에서는 예물백이라고 예비신부에게 명품가방을 선물하는 경우도 많은데 미국에서는 프로포즈 할 때 무조건 반지예요!
 

클래식한 솔리테어 디자인의 제 약혼반지예요!
실제로 보면 다이아몬드가 영롱하니 정말 이쁘답니다.
 
비싼 반지를 혹시 잃어버릴까 싶어 잃어버리거나 도둑맞아도 똑같은 스펙의 다이아 반지로 다시 받을 수 있는 반지보험도 들어놨어요.

병원에서 일할 때는 간단한 실리콘 반지 낀답니다!
 
혹시 일하다 잃어버리거나 실수로 환자를 긁을까 봐 안전하고 손가락에서 잘 빠지지 않는 실리콘 반지를 선택했어요.
 

미국에서는 보통 남자의 세 달 치 월급을 약혼반지 사는데 투자한다고 하는데, 미국에 한 번도 와 보신 적 없는 제 부모님은 잘 끼고 다니지도 않을 반지에 돈 많이 쓰지 말고 그 돈 아껴서 집 사는데 보태라고 하셨지만, 정말 감사하게도 알렉스 어머니께서 가지고 계셨던 귀한 다이아몬드를 주셔서 큰돈을 아낄 수 있었어요.
 
앞서 말했듯 전통적으로 프로포즈는 서프라이즈이지만 요즘에는 커플들이 같이 가서 약혼반지의 디자인을 고르는데, 저도 제가 제 약혼반지 세팅을 직접 골랐답니다.
 
알렉스가 그래도 프로포즈는 서프라이즈여야 된다고 반지를 잘 가지고 있다가 몇 주 뒤 여행을 갔을 때 수목원에서 프로포즈를 했어요.
 

약혼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도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가끔씩 반지 끼는 것을 잊어버릴 때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결혼한 남녀는 무조건 왼쪽 네 번째 손가락에 결혼반지를 끼고 약혼한 여자 또한 항상 약혼반지를 끼고 다닌다는 사실을 한국에 계신 제 부모님은 신기해하셨습니다.

 

아, 여자가 결혼한 경우에 다이아몬드 반지 밑에 웨딩밴드라고 하는 간단한 반지까지 총 2개의 반지를 껴요.

 

그래서 물어볼 필요 없이 미국인들의 왼손을 보면 결혼 여부를 알 수 있지요!

 

주변에 약혼 소식을 알리니 만나는 사람들마다 "네 반지 좀 보여줘 봐!"라고 말해서 요즘 의도치 않게 수도 없이 반지 자랑을 하고 있답니다.

 

지난 주말엔 약혼을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해 사진사를 고용해서 약혼사진도 찍었답니다!

맛보기용으로 사진 몇 장만 미리 받았고 전체 사진은 3주 뒤쯤 나온대요!
 
뒷 이야기로 사진 촬영을 하고 하얀 드레스를 입은 채로 퓨전 한국 식당에 갔더니 오늘 무슨 날이냐며 샴페인, 콜라, 아이스크림을 무료로 주셨습니다.
 
혹시나 음식을 먹다 흰 드레스에 뭐가 묻을까 먹기 전에 편한 옷으로 갈아입으려고 식당에 사진에 있는 하늘색 원피스를 들고 들어갔는데 다들 흰 드레스가 너무 이쁘다고 칭찬해 주셔서 한참 동안 흰 드레스를 입고 있었어요.
 
처음 갔던 퓨전 한국 식당에서 한국의 정을 맛본 알렉스는 한국인들은 너무 친절하다며 이번 가을에 계획한 한국여행을 더 기대하게 되었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는 내년 8월에 미국에서 결혼하고 그다음 해에 한국에서 결혼할 예정이에요.
 
인스타그램으로 제 약혼 소식을 들으신 독자분들께서 메시지로, 댓글로 많이 축하해 주셨는데 여러분들의 따뜻한 말씀 덕분에 더 행복했답니다.
 
앞으로 제 블로그에서 저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닌 제 인생의 동반자가 될 알렉스의 이야기도 많이 적어나가 보려고 하니 제 인생의 다음 챕터도 응원해 주세요!
 
제 전체 약혼사진이 나오는 대로 제 인스타그램 stellakimrn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제 인스타그램에 방문해 주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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