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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연애와는 너무 다른 미국인들의 연애문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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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인 알렉스와 약혼한 지 4개월이 돼 가면서 남자친구(Boyfriend)였던 알렉스를 약혼자(Fiance)라고 부르는 것도 이젠 익숙해졌고, 요즘 저희는 내년 8월에 있을 저희의 결혼식을 위해 예식장을 계약하고 결혼식 Vendor (꽃, 포토그래퍼, 비디오그래퍼, DJ, 케이크) 들을 알아보느라 정신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답니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미국까지 와야 돼서 일부러 휴가철인 내년 여름으로 결혼날짜를 정했는데, 아직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가 알렉스 부모님의 재촉에 지난 3월 말부터 예식장부터 하나둘씩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굳이 이렇게 일찍 시작 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예식장 투어를 시작했는데 막상 여러 예식장을 가보니 인기 있는 곳은 성수기인 내년 봄은 물론이고 내년 가을까지 예약이 꽉 찼더라고요.

 

"여름휴가기간이 끝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부터 알아보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렉스 부모님께서 재촉 안 하셨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

 

한국과 달리 반나절 이상 길게 진행되는 미국 결혼식인지라 알아봐야 할 것도 계약해야 할 것도 정말 많은데, 내년 결혼식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나면 미국의 결혼준비에 대해 시리즈로 한번 글을 써봐야겠어요.

 

저와 알렉스의 약혼사진

 

어쨌든 미국에서 나고 자란 금발의 파란 머리 알렉스와 연애를 한지도 3년 반이 되어가는데 오늘은 제가 미국인과 연애하면서 느꼈던 미국인들의 연애문화에 대한 문화차이에 대해서 소개하려고 해요.

 

철저한 제 경험인 저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한국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미국인만큼 지역별로 문화는 조금씩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주세요!

 

1. 연애 때부터 서로의 부모님께 여자친구/남자친구를 소개해줘요!

 

요즘엔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한국에서는 보통 진지한 사이가 되고 결혼 이야기가 오가기 시작해야 남자친구 또는 여자친구를 본가에 데리고 가서 부모님께 소개해 드리는 게 일반적이잖아요.

 

제가 한국에 갔던 작년 10월에 제 동생의 남자친구분이 어떤 사람인가 궁금해서 제 동생한테 셋이 밥 한번 먹게 자리 좀 만들어보라고 했었는데, 보수적인 제 아빠는 저에게 "둘이 결혼할 사이도 아직 아닌데 네가 동생 남자친구를 왜 만나냐" 며 한소리 하셨었어요.

 

결국에 셋이 만나서 밥 한 끼 먹었는데, 무뚝뚝하고 애교 없는 동생이 남자친구랑 같이 있는 모습을 처음으로 보니 쟤가 저런 면도 있었나 싶으면서 낯설게 느껴졌지만 제 동생이 어떤 사람과 연애하고 있는지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알렉스와 연애한 지 1년이 다 돼 가던 2020년 크리스마스에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 사시는 알렉스의 부모님께서 알렉스에게 크리스마스에 저를 데리고 본가에 와도 된다고 하셔서 미국에 가족도 없고 때마침 영주권 수속 중이라 일을 할 수 없어 휴직 중이던 저는 감사한 마음으로 알렉스와 비행기를 타고 알렉스의 본가에 방문했었어요.

 

미국에서의 크리스마스는 한국의 설날이나 추석처럼 일가친척이 다 모이는 대명절인데, 알렉스 부모님 댁에 간다는 말을 들으신 제 부모님께서는 놀라시면서"벌써 결혼하는 거냐", "결혼할 사이도 아닌데 네가 거기를 왜 가냐"라고 걱정하셨고 한국에 있는 제 친구들의 반응도 제 부모님의 반응과 비슷했어요.

 

알렉스 부모님 댁에서 세 밤을 자고 저는 제가 미국 고등학교 교환학생 당시 저를 돌봐주셨던 호스트맘이 있는 미시간 주로 혼자 떠났는데, 알렉스 부모님 댁에 있는 동안 알렉스의 친척들도 보고, 같이 게임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답니다.

 

가족, 친척 하나 없는 먼 타지에서 혼자 긴 유학생활을 하며 여럿이서 이야기하며 밥 먹는 게 항상 그리웠는데, 알렉스의 가족들 덕에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저희 아빠가 "결혼 전부터 그렇게 본가에 왔다 갔다 하면 그쪽 어른들이 안 좋게 보시고 안 좋게 평가하신다"라고 하셔서 미국에서 연애 중 각자의 본가에 남자친구 또는 여자친구를 데려가서 소개해주는 것은 아주 일반적인 일이고 당연한 일이라고 말씀드렸어요.

 

어쩌면 미래에 그 집의 며느리가 될지도 모르는데, 알렉스가 어떤 가정환경과 부모님 아래에서 자라왔는지 직접 보고 와야 된다고 얘기하면서 말이죠.

 

제가 한 이 이야기를 아빠가 친척오빠에게 한 것 같은데, 작년 10월 한국에 가서 친척들을 만났을 때 딸만 둘인 친척오빠가 "그래, 여자만 시가 어른들한테 평가받는 게 아니라 여자도 시가 어른들과 가정환경을 평가할 줄 알아야 되지."라고 이야기하면서 오빠의 딸들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어른으로 키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오는 가을에 알렉스를 데리고 처음으로 같이 한국에 가서 제 부모님께 영상통화로만 보던 알렉스를 실제로 소개해 드릴 계획이랍니다!

 

결혼이야기가 오가야 각자의 부모님께 연애상대를 소개해주는 한국문화와 달리 연애때부터 부모님께 연애상대를 소개시켜주는 미국 문화가 저는 더 좋은 것 같아요.

 

상대의 부모님을 뵈러 갔다가 혹시나 서늘한 기운이 돌고 어두운 미래가 그려지면 하루빨리 발 빼고 나와야 되는데 이미 결혼이야기가 나오고 나서는 그러기 힘들 수도 있으니까요.

 

2. 기념일을 잘 챙기지 않아요!

 

인스타그램에 제 한국 친구들을 보면 100일, 300일, 500일, 1000일부터 사귄 지 몇 주년 기념일까지 다양한 기념일들을 꼭 챙기더라고요.

 

멋있는 호텔 레스토랑에 가서 선물도 주고받으며 기념일을 챙기는 걸 보면 기념일을 잘 챙기지 않는 미국문화에서 자란 미국남자와 연애를 하는 저는 부러운 마음이 든답니다.

 

데이트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남자친구/여자친구가 되는 게 일반적인 미국에서 사귄 지 며칠이 되었는지 정확히 세는 것은 힘들뿐더러 미국 문화 자체가 다양한 기념일을 챙기는 문화가 아니에요.

 

그렇다 보니 알렉스와 저는 처음 만난 날과 연인들의 날인 발렌타인데이를 기념일로 챙기고 있답니다.

(아, 미국에는 화이트데이가 없어요. 발렌타인데이에 연인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서로 초콜릿, 사탕, 선물 또는 편지로 표현하는 게 일반적이랍니다.)

 

이제 약혼을 했으니 내년에는 처음 만난 날 대신 약혼한 날을 기념일로 챙기지 않을까 싶어요.

 

3. 미국 커플들은 집 데이트나 자연 데이트를 많이 해요!

 

한국의 커플들은 주로 무슨 데이트를 하시나요?

 

커플끼리 보통 쇼핑도 하고, 놀이공원도 가고, 맛집 투어도 가고, 영화관도 가고, 가끔은 호캉스도 가시죠?

 

하지만 미국의 커플들은 보통 집 데이트나 산, 공원 등에서 자연과 어우러진 데이트, 그리고 활동적인 데이트를 많이 한답니다.

 

일반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본가에서 나와 독립을 하는 미국인들이라 그런지, 커플들끼리 동거도 많이 하고 동거하지 않더라도 각자의 자취방을 오가며 같이 요리도 하고 영화도 보고 하지요.

 

제 미국친구들의 SNS를 보면 남자친구/여자친구와 등산을 하거나 강에서 낚시를 하는 등 자연에서 데이트하는 사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한국과는 많이 다른 미국인들의 데이트 모습이 처음엔 정말 신기했답니다.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은 데이트니까요.

 

또한 볼링장에 가서 볼링을 하거나 게임방에 가기도 하고 미니골프, 스케이트장 등 활동적인 데이트도 많이 해요.

 

사는 지역에 따라서 천차만별이지만 알렉스의 경우 자취를 하며 (1달러=1300원 기준) 월 300만 원 가까운 돈을 월세로 내고 있는데, 전세가 없는 미국에서 월세를 내며 자취하는 사는 사회 초년생인 젊은 커플의 경우 돈이 들어가는 비싼 데이트보다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데이트를 많이 하더라고요. 

 

4. 커플 아이템을 맞추지 않아요!

 

옛날 옛적에 한국의 커플들은 사귀는 사이에 커플링을 끼지만, 미국인들은 약혼을 하고 나서야 여자는 약혼반지로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남자는 결혼을 하고 나서야 반지를 낀다는 글을 쓴 적이 있지요.

 

2021.01.12 - 한국 연인들에겐 흔하지만 미국 연인들에겐 흔하지 않은 이것!

 

한국 연인들에겐 흔하지만 미국 연인들에겐 흔하지 않은 이것!

출처: https://inspiringtips.com/secrets-of-a-happy-couple/ https://unsplash.com/photos/3_mQjo4Vb6A 미국에서 간호예과 1,2학년을 마치고 3, 4학년인 간호학과를 다닐 때 부터, 간호사가 되어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한 지

stelladiary.tistory.com

 

결혼을 하고 나면 여자는 약혼반지 아래에 웨딩밴드라고 간단한 디자인의 반지를 하나 더 끼우는데, 미국에서는 커플링 자체도 없을뿐더러 남자와 여자의 결혼반지 디자인이 비슷하거나 같은 경우도 한 번도 보지 못했답니다.

 

한국에서는 결혼반지라고 하면 남녀가 서로 비슷하거나 같은 디자인의 반지를 많이 끼는 것에 비해 미국은 각자 취향대로 고른 반지를 끼거든요.

 

반지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는 커플티를 맞춰 입거나 커플아이템을 하는 경우도 잘 없어요.

 

 

사진출처: https://www.lillypulitzer.com/

 

컬러풀한 여름 드레스로 인기 있는 요즘 제가 푹 빠진 브랜드인데, 제가 알렉스에게 "이번 여름휴가 때 내 드레스랑 매치되는 바지 사 줄 테니 너는 입어만 달라"고 했었거든요. (광고 아니에요!)

 

그런데 진짜 남자는 저런 컬러풀한 바지 입는 거 아니라며 학을 떼고 싫다고 하길래, 평소 제 부탁이면 다 들어주는 알렉스라 얼마나 싫으면 저럴까 싶어서 커플룩은 시도도 못해보고 그렇게 포기했어요.

 

미국이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중요시하는 개인주의의 문화를 가진 나라라는 게 커플들의 관계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아요.

 

5. 다른 건 다 들어줘도 여자의 가방은 들어주지 않아요!

 

한국에서 길거리를 걷다 보면 여자의 핸드백을 들어주는 남자들을 쉽게 볼 수 있죠.

 

레이디 퍼스트 문화에 남성성을 강조하는 미국에서 커플사이에 남자가 여자를 위해 차 문도 열어주고, 식당에서 의자도 빼주고, 같이 쇼핑을 갔을 때 산 물건들도 들어주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여자의 가방만은 들어주지 않는답니다.

 

여자의 가방은 여자에게 패션이라 만지지 않는 게 미국에서는 매너인 건지, 알렉스가 제 가방을 들어주는 걸 생각해 보니 정말 어색하네요.

 

쓰다 보니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연애 문화에 다른 점이 많아서 이번 글은 이쯤에서 줄이고 "한국의 연애와는 너무 다른 미국인들의 연애문화-2"로 돌아올게요!

 

미국의 넓은 땅덩이만큼 지역마다 혹은 사람마다 연애스타일이 다 다를 수 있다는 거 아시죠?

 

저의 경험인 만큼 "미국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이렇다더라~"라는 글이지, 일반화해서 모든 미국 사람에게 적용되는 글은 아니랍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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