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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부터 아이스크림까지, 환자에게 별 걸 다 주는 미국 병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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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교에서 간호학과를 전공하고 간호사 시험에 합격한 지도 어느새 5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신규 간호사로, 신규 간호사를 졸업하고는 간호사 인력업체 소속으로 인력이 필요한 병원에 계약직으로 일을 하는 트래블 널스를 하면서, 네 개의 다른 병원과 셀 수도 없을 만큼 수많은 다른 병동들에서 일을 했지요.

 

흔히 고소득을 받는다고 알려진 트래블 널스를 하면서 제가 얻은건 보고만 있어도 흐뭇해지는 통장 잔고뿐만 아니라, 각 병원들의 문화와 다른 규정들을 보며 배운 간호지식 그리고 일을 하며 만난 많은 좋은 의료진들입니다.

 

어느 병원에서는 수혈 할 때 두 명의 간호사가 확인을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병원도 있고, 또 당뇨 환자에게 인슐린을 줄 때 두 명의 간호사가 확인을 해야 하는 병원도 있고 그렇지 않은 병원도 있었지요.

 

간호를 하다보면 각 병원마다 조금씩 다른 차이점들을 느끼지만, 여러 곳의 미국 병원에서 일을 하다 보니 아무리 다른 헬스케어 시스템에 속한 병원이라도 미국 병원이라면 가지고 있는 큰 공통점을 찾게 되었어요.

 

그중 하나가 오늘 소개할 "환자들에게 제공되는 각 병동에 있는 음식과 간식들"입니다.

 

어느 병원을 가든 각 병동마다 nutrition room 또는 nourishment room 이라고 부르는 일명 "영양방" 이 있어요.

 

이 방 안에는 한국 사람들이라면 생각지도 못할 별별 음식과 간식들이 존재한답니다.

 

트래블 널스는 매주 목요일 혹은 금요일 주급을 받는데, 통장에 찍히는 제 주급을 보면 분명 저는 간호사가 맞지만, 환자들의 부탁을 받고 영양방에서 간식을 가져다줄 때마다 힘들게 공부해 4년제 대학교까지 나와서 식당 종업원 일까지 하고 있다는 생각에 가끔 현타가 오기도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어느 미국 병원에나 존재하는 "영양방" 에는 무슨 음식과 간식들이 있는지 살펴봐요!

 

제일 먼저 영양 방에는 여분의 식사들이 있는데, 아래 사진에 보이는 일반적인 식사뿐만 아니라 샌드위치와 샐러드도 있답니다.

 

미국병원 환자식

 

아무도 먹지 않은 남은 식사들은 그냥 버리거나 배고픈 간호사들이 먹어요.

 

그다음으로는 아침으로 먹을 수 있는 그리츠 (옥수수죽), 오트밀, 그리고 다양한 시리얼들이에요.

 

간단하게 물만 부어서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그리츠와 오트밀

 

다양한 종류의 시리얼

 

미국 간호사들은 환자의 요청에 따라 영양방에서 오트밀과 그리츠 제조도 하는데, 컵에 그리츠나 오트밀 팩 하나를 붓고 뜨거운 물만 부어서 섞어주면 따뜻한 아침식사 한 컵이 완성됩니다.

 

아침식사에는 따뜻한 코코아도 빠질 수 없죠!

 

코코아와 레모네이드 가루

 

아침식사와 함께 뜨거운 물에 타먹을 수 있는 코코아와, 대장 내시경 가기 전에 장을 비우기 위해 마시는 용액 또는 검사 가기 전 조영제에 섞어 먹으라고 레모네이드 가루도 있어요.

 

몇 달 전, 수술 후 기침을 심하게 하던 제 환자에게 "따뜻한 코코아 한잔 하실래요?" 물어보고 환자에게 코코아 한잔 타서 가져다준 적이 있는데, 제가 타준 코코아 한잔에 끊임없이 나오던 기침이 멈췄다며 고마워하던 그분이 생각나네요.

 

아픈 사람들을 위한 곳이니 수프도 당연히 있는데요, 제가 일했던, 일하고 있는 모든 병원에 토마토 수프와 미국인들이 아플 때 먹는 국민음식인 치킨 누들 스프가 있더라고요.

 

토마토 스프와 치킨누들수프

 

일회용 컵에 부어서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간단히 수프 한 컵 뚝딱 완성이에요.

 

 

Graham 크래커와 saltine 크래커

 

영양방의 서랍에는 Graham Cracker와 saltine cracker도 잔뜩 있어요.

 

심지어는 저염 크래커를 가지고 있는 병원들도 있답니다.

 

 

각종 소스와 크리머, 설탕, 소금

 

또 다른 서랍에는 각종 소스들이 준비되어 있답니다.

 

설탕, 소금, 후추부터 팬케이크 시럽, 당뇨환자를 위한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시럽, 마요네즈, 머스타드, 식물성 크리머, 액상 크리머, 차, 물에 타먹는 치킨 육수, 그리고 땅콩버터가 있네요.

 

영양방에 일회용 숟가락, 포크, 나이프도 다 준비되어 있는데, 일하다 출출할 때 위의 Graham 크래커에 일회용 나이프로 땅콩버터 발라서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지 아세요!?

 

피곤할 때는 영양방에 있는 커피머신으로 커피 내려서 설탕에 제가 좋아하는 바닐라 크리머 넣어서 한잔 마시면 12시간의 긴 근무를 잘 끝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답니다.

 

각종 음료로 가득 찬 냉장고

 

이번에는 영양방의 냉장고예요!

 

냉장고 문을 보시면 신장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을 위한 Nepro, 당뇨 환자를 위한 Glucerna, 그리고 미국의 대표적인 영양음료인 Ensure 까지 다양한 영양 음료가 준비되어 있어요.

 

 

무설탕 이온음료, 콜라, 다이어트 콜라, 제로콜라, 제로 스프라이트, 진저에일, 무설탕 진저에일, 우유가 보이네요.

 

크랜베리주스와 남은 환자식, 스프라이트 그리고 대망의 초콜릿 푸딩과 바닐라 푸딩이 준비되어 있는데요, 오른쪽의 푸딩들은 당뇨환자를 위한 무설탕 푸딩이랍니다.

 

미국에서의 푸딩은 한국에서 생각하는 푸딩과는 조금 달라요.

 

한국에서는 모양이 잡힌 약간 젤리 같은 것을 푸딩이라고 하지만 미국 푸딩은 형체가 잡히지 않은 크림 형태예요.

 

무설탕 푸딩 아래에는 "젤로"라고 부르는 다양한 젤리가 있답니다!

 

푸룬 주스와 사과소스도 있어요!

 

푸딩과 사과소스는 간호사들의 필수품이랍니다!

 

알약을 삼킬 수 없는 삼킴 곤란 환자에게 약을 줄 때, 알약을 빻아서 푸딩이나 사과소스에 섞어서 줘요.

 

냉장고 안에 사과주스, 오렌지주스, 그리고 포도주스도 있는데 사진에는 안 나왔네요.

 

 

냉동실에는 떠먹는 아이스크림과  팝시클이라고 부르는 막대 아이스크림도 있어요!

 

환자들을 위한 다양한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는 미국 병원의 영양방, 이곳이 병원인가 아니면 레스토랑인가 싶지요?

 

미국 간호사가 되고 미국 병원에서 막 일하기 시작했을 때, 이 영양방이 한국에서 나고 자란 저에게는 정말 큰 문화충격이었어요.

 

"영양방"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정작 몸에 좋은 음식들은 별로 없을 뿐더러, 콜라, 아이스크림 같이 달기만 하고 몸에 좋을리 없는 이런 음식들을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제공하는게 맞는건가 싶기도 했고요.

 

제가 일해본 모든 병원에서는 환자들에게 별도의 금액 없이 위의 음식들을 무료로 무제한 제공하고 있는데요, 그렇다 보니 하루에 콜라 네 캔씩 먹는 건 귀여운 수준일 정도로 다양한 진상 환자와 보호자들도 많아요.

 

이 사진들을 찍었던 병원에서 일할 때, 제 환자 중 하루 종일 막대 아이스크림을 물고 있던 환자가 있었는데, 저와 같이 일하던 조무사(Nurse Tech)와 제가 하루에 가져다준 막대 아이스크림의 수를 세어보니, 환자 혼자서 제 근무가 시작하는 아침 7시부터 근무가 끝나는 오후 7시까지 하루종일 11개의 막대 아이스크림을 먹었더라고요.

 

원칙적으로 환자들에게만 제공되는 음식들인데 보호자들 중에 "커피 한 잔만 가져다 달라.", "콜라 한잔만 가져다 달라.", "배고프니 남은 식사 있으면 먹게 가져다 달라." 고 요구하는 경우도 많고요.

 

항상 건강하셨으면 좋겠지만 혹시라도 미국 병원에 입원하시게 된다면 담당 간호사님께 말씀하셔서 미국 병원에서 누릴 수 있는 무료 간식 혜택을 꼭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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