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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말 할 수 있는 미국 고등학교 교환학생 실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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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블로그에 미국 공립 고등학교 교환학생 시절의 글을 쓰는 건 정말 오랜만이네요!

 

많은 구독자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저는 한국에서 평범하게 고등학교를 다니다 고등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2012년 9월부터 2013년 6월까지 미국 공립 고등학교 교환학생으로 10학년을 다녔습니다.

 

F-1 유학비자로 미국에 오는 일반 유학생들은 다닐 수 없고, 미국 시민권자, 영주권자, 혹은 교환학생 등을 포함한 특수한 경우에만 다닐 수 있는 공립학교를 다니며 미국 친구들과 정말 많은 추억을 쌓았었지요. 

 

교환학생을 마친 지도 어느새 10년이 넘었다는 걸 생각하니 나이가 들 수록 시간이 빠르게 간다는 말을 실감하는 것 같아요.

 

제가 미국 공립 고등학교 교환학생 때 다녔던 미국 미시간주의 공립고등학교입니다!

이 눈덮힌 학교의 사진은 제가 미국 대학교 재학 중이던 2015년 크리스마스를 맞아 교환학생 당시 저를 돌봐주셨던 호스트맘을 방문했을 때 다녔던 학교에 잠깐 들러 찍었어요.

 

10년이 더 지난 지금도 저 문을 열고 등교하던 기억이 생생하게 납니다.

 

교환학생을 떠나기 전에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끝나고 귀국하면 고등학교 1학년 2학기로 복학을 해서 계속 한국에서 살 계획이었는데, 꿈 없이 떠난 미국 교환학생 생활 중 미국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결심을 하고 귀국하자마자 아빠의 반대에도 불고하고 한국 고졸 검정고시를 봤었답니다.

 

가족, 친척 한 명 없는 말도 안 통하던 지구 반대편의 먼 미국 땅에서 다양한 것을 보고 경험하고 나니 근거 없는 자신감만 생겨서 그 당시 저는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죠.

 

간절하던 미국 간호사의 꿈을 이룬지도 벌써 4년이 흘렀고 그 사이에 미국 영주권도 받고, 이직도 해서 파견 간호사 (Travel Nurse)가 되었고, 저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멋진 사람과 약혼도 했어요.

 

이제 와서 교환학생 당시 저를 되돌아보니 한국인 하나 없던 미국 학교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제 자신이 기특하면서도 아직까지도 잊지 못한 흑역사들 때문에 가끔 이불을 차는 일도 있는데, 이제는 미국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끝난 지도 막 10년이 넘었으니 부끄럽지만 제 블로그에 공개해보려고 해요!

 

1. 점심급식 무전취식 사건

 

한국의 거의 모든 학생들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점심 급식을 먹지만 미국의 경우는 다릅니다.

 

제가 다녔던 미국 공립 고등학교의 경우 아침급식은 무료로 제공되어서 많은 학생들의 아침급식을 먹으며 1교시 수업을 했었고, 대략 반 정도의 학생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점심 급식을 먹고 나머지 학생들은 집에서 점심을 싸왔는데, 점심을 싸왔더라도 먹고 싶은 메뉴가 학교 급식으로 나오면 학교 식당에 가서 사 먹기도 했었지요.

 

무료로 제공되었던 아침급식-1

아침 급식을 먹으며 친구들과 큰 책상에 둘러앉아 1교시 미술수업을 했었는데 지금도 그때가 너무 그리워요. 

 

무료로 제공되었던 아침급식-2

미술교실 책상이라 책상 여기저기에 물감이 묻어있네요.

 

점심을 집에서 싸오는 대부분의 미국 학생들은 점심으로 간단한 샌드위치를 주로 싸왔는데 한국 학교에서 반찬 세 가지에 따뜻한 밥과 국을 먹다가 고기 한 조각에 치즈 한 조각 들어간 차가운 샌드위치를 먹으니 도저히 양이 안 차서 저는 항상 학교 급식을 먹었답니다.

 

제가 다녔던 미국 공립 고등학교의 일반적인 점심급식이에요! 급식 메뉴는 매주 반복됩니다.

(매주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의 점심메뉴가 같아요!)

미국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자와 치킨텐더는 매일 나왔어요.

 

크리스마스 방학직전 나왔던 크리스마스 특식

 

한국 학교는 전 달에 미리 다음 달 전체의 급식을 신청하면 자동이체로 점심 급식비가 빠져나갔었는데, 미국의 경우는 사전 급식 신청 없이 그날그날 돈을 지불하고 점심을 사 먹거나 계산대에서 학생번호를 입력 입력하면 됐었어요.

 

2012-2013년 당시 제가 다녔던 미국 학교 점심 급식비가 4-5달러 (한화 약 5-6천 원) 쯤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저도 여느 미국 아이들처럼 먹고 싶은 음식을 받아 계산대에서 학생번호를 입력해 점심을 사 먹었습니다.

 

그렇게 학생 번호를 입력하고 점심급식을 사 먹었는데 학기 중반이 가까워지도록 아무리 기다려도 청구서가 안 나오는 거예요.

 

저를 돌봐주셨던 홈스테이 엄마 호스트맘께 언젠가 한번 "학생 번호를 입력하는 식으로 점심을 먹고 있는데 학교에서 청구서를 안 준다" 말씀드렸더니 은퇴하신 학교 선생님이셨던 호스트맘께서는 "학기가 끝나면 청구서를 주려나? 일단 기다려봐. 언젠가는 주겠지."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학교 선생님이셨던 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니 마음 푹 놓고 점심급식을 실컷 먹고 있었죠.

 

영어가 서툴고 미국 학교생활이 익숙하지 않아 당시 친구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었는데, 고마운 친구들에게 제 학생번호를 입력해 쿠키나 음료수를 하나씩 사주기도 했었고요.

 

그러던 어느 날, 학교 직원분께서 복도에 서있던 저를 불러 세우시더니 "급식비 120불(한화 약 15만 원)이 미납되었다"며 미납 청구서 한 장을 제 손에 쥐어주시더라고요.

 

그때 알았죠, 학생 번호를 입력하고 급식을 사 먹으려면 교통카드 충전하듯 식당에 미리 돈을 충전해 놨어야 된다는 것을요.

 

충전해 놓은 돈이 없어도 학생 복지 차원에서 밥을 굶지 않도록 점심은 주고 나중에 지불할 수 있도록 마이너스로 계정에 찍히는 거였어요.

 

그때까지 점심급식 무전취식을 하고 있던 저는 그다음 날 바로 200달러 (한화 약 25만 원) 현금을 가지고 학교 식당에 가서 미납된 돈을 지불하고 남는 돈으로 급식비를 충전했답니다.

 

이다음부터는 제 계정에 돈이 떨어지지 않도록 항상 가득 넣어놨었어요!

 

2. 실수로 비상문을 열었다!

 

위의 눈 쌓인 학교 사진을 보시면 가운데 정문과 오른쪽 옆문이 있습니다.

 

학교 건물 반대쪽에도 문들이 있지만 이 두 개의 문이 학생들이 주로 드나드는 두 개의 문이지요.

 

제가 다녔던 학교는 큰 중앙 복도가 있고 중앙 복도에 교실들이 있는 세 개의 복도가 있었는데 세 개의 복도 끝에는 아무도 이용하지 않고 한 번도 열린 걸 본 적이 없는 문들이 있습니다. 

 

학교의 중앙복도

왼쪽에 보이는 문으로 들어가면 도서관이, 오른쪽에는 12학년들의 사물함과 3개의 작은 복도들이 있습니다.

 

작은 복도 세 개중 한 곳

평소 정상적인 복도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아무리 뒤져봐도 복도 사진은 이 사진밖에 없네요.

홈커밍 파티 주간이라 꾸며놓은 복도의 모습이에요!

 

작은 복도 끝에 있는 문을 열고 나가면 선생님 주차장이 있는데, 학생들의 차로 북적이고 스쿨버스가 서는 학교 앞 학생 주차장을 피해 제 호스트맘은 저를 매일 아침 선생님 주차장에 내려주시고 학교가 끝나면 선생님 주차장으로 저를 데리러 오셨습니다.

 

선생님 주차장에서 찍은 학교의 모습

 

그 말인즉슨 저는 호스트맘의 차에서 내로 학교를 빙 둘러 정문으로 들어가야 했는데, 미국 생활을 막 시작했던 어느 날 호스트맘께서 멀리 돌아오지 말고 사진에 보이는 복도 끝에 있는 문을 이용하면 안 되냐고 하교할 때 그 문으로 나오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다녔던 미국 고등학교의 경우 마지막 수업이 끝나자마자 10분 만에 스쿨버스가 떠나는데, 그날도 마찬가지로 스쿨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수업이 끝나자마자 스쿨버스를 타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미 학교건물을 떠난 뒤였고 저는 천천히 사물함 정리를 하며 호스트맘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사물함을 정리하고 있으니 문을 통해 저를 데리러 오신 호스트맘의 차가 보여서 호스트맘께서 말씀하신 대로 저는 아무도 이용하지 않던 저 복도 끝의 문을 열었고, 제가 문을 열자마자 학교 전체에 화재경보기가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던 2012년까지만 하더라도 학교에서 화재경보기가 울리면 "누가 또 실수로 뭘 잘못 눌렀나 보다" 생각하고 계속 수업을 이어나갔었는데, 미국의 경우는 화재경보기가 울리면 원인을 찾을 때까지 모든 학생이 학교 건물 밖으로 대피를 해야 합니다.

 

공립 고등학교 교환학생 시절 실제로 점심시간에 화재경보기가 울린 적 있었는데 먹던 점심을 다 들고 모든 학생이 학교 밖으로 대피했었고요, 미국 대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할 때도 시간에 상관없이 화재경보기가 울리면 건물 밖으로 대피해야 했었어요.

 

화재경보기 소리는 건물 안에 남아 있을 수 없도록 하기 위해 그렇게 큰 소리가 나는 건지 미국에서 화재경보기가 울리기 시작하면 큰 소리에 불빛까지 번쩍번쩍해서 도저히 밖으로 나가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답니다.

 

다행히 근처에 계시던 선생님께 제가 모르고 문을 열었더니 화재경보기가 울리기 시작했다고 말씀을 드리니 괜찮다고 하시며 화재경보기를 금방 꺼 주셨어요.

 

 

"비상문"

이 문이 열리면 알람이 울립니다

사진출처: https://www.pressenterprise.com/2019/06/21/costcos-emergency-exit-doors-in-corona-had-a-delay-system-allowed-by-code/

 

이 계기를 통해서 미국에 있는 건물들에는 문을 열면 건물 전체에 화재경보기가 울리는 비상문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다녔던 대학교 건물들과 기숙사에도, 지금까지 일 해본 세 곳의 병원에도 마찬가지로 말이죠.

 

보통 문이 열리면 알람이 울리는 비상문들에는 위의 사진처럼 큰 글씨로 경고문이 쓰여 있는데,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의 비상문에는 아주 작게 경고문을 붙여놓아서 당시 미국 문화도 서툴고 영어도 못하던 저는 그런 경고문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미국에 와서 문화차이와 언어 때문에 크고 작은 실수들과 너무 많아서 다 생각나지도 않는 흑역사들을 거치며 어느새 미국생활 10년 차를 바라보고 있네요.

 

이 글을 쓰면서 오랜만에 교환학생 시절 사진도 찾아보고 미국에 처음 와서 설레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던 만 15살의 저를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미국 생활 초기에 제 자신이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다 놓고 한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지만 어찌 되었든 좌절하지 않고 잘 살아남았으니 저 잘 버틴 거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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