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미국 공립 고등학교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처음 왔던 2012년만 해도 미국의 대표적인 마트인 월마트에서 한국의 전통 음식인 김치를 흔히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한국인이나 동양인들이 많이 모여사는 동네의 월마트 상황은 달랐을 수 도 있지만 동양인은 찾아보기 힘들었던 제가 살던 동네의 월마트에서는 한국 라면도 한두 종류 있을까 말까였으니까요.

 

미국 아줌마들도 즐겨보는 한국 드라마부터 10대, 20대가 푹 빠진 방탄소년단 까지 미국에 급속도로 퍼진 한류 열풍 덕분인지 제가 미국 대학생이 되고 나서 언젠가부터 월마트뿐만 아니라 미국의 유명 체인 식료품점인 퍼블릭스, 크로거, 홀푸드 등에서 모두 다양한 종류의 한국 라면에 김치까지 팔고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미국에 한류가 퍼지고 있다는걸 제 눈으로 보면서 실감했다고 해야 할까요?

 

미국의 마트에서 흔히 김치를 살 수 있음에도 불고하고 저는 보통 제가 사는 곳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떨어진 한인마트까지 가서 김치를 삽니다.

왼쪽이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미국 월마트에서 산 김치이고 오른쪽이 몇 달 전 한인타운에 갔을 때 한인마트에서 산 김치인데요, 작은 병에 들은 396g짜리 월마트 김치가 한화 약 6천 원인 것에 비해 3.18kg짜리의 한인마트 김치는 한화로 약 25000원 정도거든요.

 

게다가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한인마트의 김치가 미국 마트에서 파는 김치에 비해 훨씬 맵기도 해서 더 맛있기도 하고요.

 

혼자 사는데다가 한식을 잘 먹지 않다 보니 한인마트에서 파는 저 큰 김치를 사서 먹다 보면 반통도 다 끝내기 전에 벌써 김치가 익어가면서 신 김치가 되어버립니다.

 

그렇게 익은 김치는 김치전도 해먹고 찌개에도 넣어 먹으면 정말 맛있는데, 그럼에도 불고하고 가끔씩은 익지 않은 새 김치가 먹고 싶을 때도 있잖아요?

 

갑자기 오랜만에 미역국에 새 김치가 먹고 싶어서 급하게 집앞 월마트에서 김치를 사러 갔다 왔습니다.

 

채소코너에서 잼처럼 유리병에 넣어 파는 김치를 집어 들었는데 진열되어있는 모든 김치의 병뚜껑이 동그랗게 부풀어 있더라고요.

 

그때는 몰랐죠, 무슨일이 벌어질지!

 

월마트에서 김치를 사 본 것은 정말 몇 년 만이라 월마트 김치가 맵기는 할지, 제 입맛에 맞을지 집에 오자마자 맛을 보기 위해 열어봤어요.

그런데 세상에, 부풀어 있던 뚜껑을 열자마자 풍선 터지는 소리가 나면서 풍선에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김치 국물과 김치가 터져 나오며 김치가 폭발해 버리는 대참사가 터졌습니다.

 

김치 국물은 카운터탑부터 바닥까지 튀면서 사방으로 흘렀고, 김치 조각도 바닥까지 여기저기 떨어져서 순식간에 제 부엌이 김치 냄새로 가득 찼답니다.

 

이때까지도 김치에서 보글보글 기포가 올라오고 있었고요.

 

누가 발효 식품인 김치를 이런 유리 병에 넣어 팔 생각을 한건 지도 답답했지만 병뚜껑이 부풀어 있었는데도 아무 생각 없이 유리병을 열어버린 제 자신에게도 답답했습니다.

 

한국인들이야 김치가 익어가면서 기포가 생기고 부피가 늘어난다는 것을 알고 김치를 봉지나 플라스틱 통에 담아서 팔거나 보관하는데, 미국인들은 이런 사실을 모를 테니 "코리안 피클" 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김치를 일반 피클처럼 유리병에 담아 팔거나 보관하는 것 같더라고요.

발효식품이 아니라 기포도 생기지 않고 부피가 늘어나지 않는 이 피클처럼 말이죠.

 

아무튼 그렇게 대참사가 터졌으니 수습을 해야겠죠.

 

바닥부터 며칠 전 새로 바꾼 부엌의 카운터 탑까지 열심히 쓸고 닦았는데 새 부엌에 아직까지 김치 냄새가 나는 것도 속상했지만 무엇보다도 바닥에 떨어진 김치들이 너무 아까워서 속상하더라고요.

이 참사가 터지고 제 블로그 주제가 될 줄 알았으면 병을 열기 전 미리 사진이라도 찍어 놓았겠건만 폭발 직전 병의 사진을 찍어 놓지 않아 여러분들께 저 유리병 뚜껑이 얼마나 부풀어 있었는지 보여드리지 못해서 아쉽네요.

 

그나저나 저에게 이런 대참사가 일어났다면 저 김치를 구매한 다른 사람들한테도 똑같은 참사가 있었을 텐데, 처음 김치를 먹어보기로 큰 결심을 하고 저 김치를 구매해 대참사를 겪은 미국인들이 한국 김치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오지랖 넓은 걱정도 드네요.

 

플라스틱 통이나 봉지 대신 김치를 보관하는데 적합하지 않은 유리병에 담겨있다는 점이 아쉽긴 했지만 어쨌든 새 김치가 먹고 싶어서 큰 기대 없이 산 월마트 김치였는데, 한국 김치처럼 매운 맛은 덜 했어도 월마트 김치 치고는 놀랄 만큼 맛있더라고요!

 

종종 김치 병 뚜껑을 열어 기포를 빼줘서 미리 대참사를 예방하고 다음에도 이 김치를 구매하면 똑같은 대참사가 벌어지지 않게 조심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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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dorable St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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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21.07.06 17: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3. 리가삼촌 2021.07.06 18: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 고양이 마루 집사 리가삼촌입니다. 스텔라 님 오늘 처음 왔는데 김치 사건이 있으셨군요.
    맞아요. 김치는 발효식품이라서요.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지요~

    네, 김치도 드시고 좋은 음식 많이 드시고요~ 우리 고양이 마루 늘 예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주 놀러올게요. 감사합니다 아, 고양이 만화 <온돌마루>도 많이 좋아해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럼 또 만나요~

  4. eliostar 2021.07.06 19: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구독 하고 갑니다!! :) 포스팅 너무 잘 보고 가요!! ㅋㅋ 자주 소통해요!! :)

  5. 코스모스피다 2021.07.06 20: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치 대참사 때문에 고생하셨군요~
    그래도 김치맛이 괜찮았다니 다행이예요^^

  6. 난날 2021.07.06 20: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으악 ㅠㅠ 너무 놀라셨겠어요 상황이 그려지면서 절망스럽군요🥲 유리병에 담아파는 건 진짜 처음 봤는데 저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군요ㅠㅠ!

  7. 삶의안식처 2021.07.06 21: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으악 김치 폭탄되었네요 ㅋㅋㅋ

  8. 갈옷 2021.07.06 22: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김치는 발효식품이라 시간이 되면 부풀어요..
    방문 감사합니다
    구독합니다

  9. 본연의 힘 2021.07.06 23: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런던에도 영국에서 만든 감치가 마트에 있어요. 일본 김치도 있고요. 맛이 근사해서 껌놀!

  10. 윤호입니다 2021.07.06 23: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 안그래도 되게 유명한 주제인데..
    여기에 대한 베댓이 그거였죠

    제발좀 그냥 김치냉장고를 사!

  11. 루레렁 2021.07.06 23: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생각해보니 그렇네요...발효식품인데 병에판다니요!!

  12. 이른아침에 2021.07.07 02: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놀러왔어요. 그런 문제가 있군요. 그런데 아직 미국인들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가 보네요. 공감 꾸욱 누르고 구독하고 갑니다^^

  13. 솜비 2021.07.07 05: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엇.. 저도 보면서 큰맘먹고 첨 구매한 미국사람들은 김치는 폭탄이라고 생각할것같다..싶더라구요 ㅎㅎ
    그래도 다치신건 아니라 다행이네요~^^

  14. jshin86 2021.07.07 07: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고...닦아 내느라 고생 하셨겠어요.

  15. 김소소하게 2021.07.07 08: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헉… 개선이 필요해보이네요 ㅠㅠ 엄청 속상하셨겠어요… 흑흑

  16. 뉴스봤음 2021.07.07 13: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거 한인 업체가 만들어요

  17. 한국은여름 2021.07.07 22: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른나라에서도 병입한 김치제품이 눈에 띄이죠. 김치는 초기에 "이종발효(hetero-fermentative) 젖산균이 탄산가스를 생산하는데 (이건 다른데서 퍼옴) ", 병입제품의 경우 이러한 탄산가스를 흡수하는 가스흡수제를 뚜껑안쪽에 붙이거나 김치사이에 끼워 파는 형태에요.
    탄산가스를 너무 흡수하면 김치맛이 반감되는 단점이 있긴하죠.
    님께서 사신 건, 가스흡수제가 생산과정에서 누락된 하자품이 아닐까 싶네요. ㅜ. ㅜ

  18. 라오니스 2021.07.08 10: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뚜껑이 열렸을 때의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비슷한 경험이 있기에 많이 난감하셨겠습니다.
    제조업체에서 발효식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일까요?
    김치가 맛있었다니 다행입니다. ^

  19. 교무 2021.07.08 16: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해당 업체 고객 complaint에 남겨줘야 말씀하신대로 외국인들이 봉변응 면할듯요

  20. 꽃보다나 2021.07.09 15: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발효식품이라서 그렇군요. 김치를 유리그릇에 담가놓으면 그런 일이 벌어지는 지는군요. 몰랐어요. 저도 그릇 끝까지 넣어서 그런일이 벌어지는지. 진짜 놀라셨겠고 청소하느라 꽤 귀찮으셨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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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9~2013.6 미국 공립 고등학교 교환학생, 2016.1~2019.5 미국 주립대 간호학사(BSN)졸업, 미국병원 내과&외과병동 간호사 Stella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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