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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에게 한국어가 이렇게 어려운 언어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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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 영어 공부나 제2외국어 공부 좀 해 보신 분들이시라면 모국어 외의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고 유창하게 말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노력이 필요한 일인지 아시죠?

 

미국 공립 고등학교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처음 와서, 살다 보니 어느새 저도 미국생활 10년 차가 되었고, 어쩌다 보니 미국 간호사까지 되었지만 한국에서 나고 자란 저에게 이 나라의 언어인 영어는 아직도 어렵습니다.

 

물론 의사소통이나 밥벌이를 하는데 문제는 없지만 중요한 계약서를 읽고 싸인을 해야 한다거나, 정치나 경제에 관한 어려운 뉴스를 볼 때는 영어가 모국어인 제 약혼자 알렉스의 도움이 필요해요.

 

제가 미국인과 연애를 하고 결혼 준비를 하면서 영어의 기초중에 기초밖에 모르시던 한국에 계신 엄마도 약 1년 전부터 영어 공부를 시작하셨습니다.

 

영어 공부를 하시면서 저에게 매번 하시는 말씀이 "너는 이런 걸 어떻게 다 배워서 거기 가서 밥벌이 까지 하고 있냐?" 인데요, 미국과 한국의 먼 거리만큼이나 한국어와 너무나 다른 영어를 배우는데 50대 초중반이신 제 엄마는 뼈를 깎는 의지와 노력을 들이고 있습니다.

 

엄마랑 영상 통화를 하면서 영어를 배우고 있는 엄마의 고충을 항상 듣고 있는데, 제 바로 옆에 있는 알렉스에게서는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고충을 듣습니다.

 

저를 만나기 전에 "안녕"은 커녕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던 알렉스는 저희 엄마가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던 시점부터 제 부모님과 언젠가 한국어로 의사소통 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의지 하나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거든요.

 

이제 낫 놓고 기역자까지는 누워서도 떡 먹기인 수준까지 왔는데, 알렉스가 한국어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국어도 영어 못지않게 어려운 언어더라고요.

 

연세 대학교에서 제공하는 무료 한국어 동영상 강의를 보면서 한국어를 배우던 알렉스는 어느 날 "이건 이해하려고 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며 동영상을 보며 받아 적은 노트를 저에게 보여줬어요.

 

알렉스가 한글 읽는 법을 외우는 방법

 

"애" 는 고양이 "Cat(캣)" 할 때 애

"에"는 볼펜 "Pen(펜)" 할 때 에

"외"는 무게 "Weight(외잇트)"할 때 외

"위"는 우리 "We(위)" 할 때 위

 

그러더니 저에게 "왜", "외", "웨" 의 발음이 어떻게 다르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제가 "왜"는 "외"보다는 긴 소리고 "웨" 는 "왜", "외"와는 조금 다른 소리라고 열심히 설명해 줬더니만, 자기가 차이점을 느낄 수 있게 "왜" 와 "외" 가 들어가는 언어를 말해보라고 하길래 "왜?(Why)"와 "외할머니"를 예시로 들어줬더니 아무리 들어도 소리가 똑같대요.

 

심지어 "웨"도 "왜", "외"와 발음상 아무런 차이점을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제가 한국 떠나온 지 10년 차인 데다가 한국어를 외국어가 아닌 모국어로 자연스럽게 배웠고, 한국어보다 영어를 더 많이 쓰게 되다 보니 저도 딱히 해 줄 말이 없고 뭐라고 설명해 줘야 될지도 모르겠는 거 있죠.

 

그래도 한글처럼 배우기 쉽고 읽기 쉬운 과학적인 언어는 없다고 한글 읽는 법을 가르쳐줬던 연세대학교 한국어 동영상 강의를 금방 자체 졸업했어요.

 

가끔 한국어인지 영어인지 모르겠는 알렉스의 한국어 발음에 제가 웃기도 하고 놀리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배우면서 이젠 스마트폰 앱으로 한국어 공부를 하며 단어와 문장을 연결하는 수준까지 왔어요.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지난 2월부터 앱으로 한 챕터씩 배우고 있는데, 알렉스가 저에게 모르는 것을 물어볼 때마다 "나는 어떻게 이 어려운 한국어를 배웠고 또 한국어와 공통점이라곤 하나도 없는 영어를 배웠지?" 라는 생각이 들어요.

 

알렉스가 나"" 이면서 왜 마지막 글자에 받침 있는 사람이름을 말할 때는 가람"이는"이고, 선생님 일 때는 선생님""이냐고 하는데 저는 한 번도 어렵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 이 기본적인 것들이 미국인한테는 참 어렵고 헷갈리는 거였어요.

 

너무 어릴 때라 잘 생각이 안 나지만 저도 영어의 Be동사 am, are, is 를 배울 때 이 심정이었을까요?

 

또  "저 것", "그 것"도 그렇게 헷갈린대요.

 

"이 것"은 영어로 This 니까 쉬운데, "저 것" 과 "그 것" 은 둘다 영어로 That 이지만 한국어로는 명백히 다른 뜻을 가진 단어잖아요.

 

한국인으로서 "저 것" 과 "그 것"이 다르다는 걸 알고 언제 어떤 단어를 써야 하는지도 알지만, 한국어를 외국어로 습득해야 하는 알렉스에게 설명해 주려고 하니 뭘 어떻게 설명 해 줘야 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제가 영어를 배우며 그랬던 것처럼 "이해 안 되는 건 그냥 외워." 라고 알렉스에게 말해 줄 수밖에 없는 게 미안했지요.

 

앱으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었던 지난봄, 퇴근해 차에서 막 내린 알렉스에게 제가 "There are too many ants in front of our apartment (우리 아파트 앞에 개미가 너무 많다)."라고 했더니, 알렉스가 한국어로 "캐미?(개미)" 라고 해서 저를 놀라게 했던 적이 있어요.

 

제가 개미라는 단어를 어떻게 알았냐고 하자 자기가 요즘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 정도는 안다며 으쓱해했답니다.

 

최근에는 "한국인이 한국어로 말합니다.", "가람이가 대학교 도서관으로 걸어갑니다." 등의 완벽한 문장을 배우고 있어요.

 

언젠가 한국어로 의사 소통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매일 한국어 공부를 하는 알렉스

 

명사 다음 동사가 나오는 영어 문장과는 반대로 명사가 자주 생략되고 동사가 문장 끝에 나오는 한국어 문장 구조 때문에 문장을 배우면서 또 새로운 복병을 만났는데,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어를 바라보니 한국어 동사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더라고요.

 

어린 시절 영어를 배울 때 "먹다"의 eat의 기본형은 "eat", 과거형은 "ate", 과거 분사는 "eaten" 를 배우며 굳이 이렇게 형태를 바꿔야 되나 싶기도 하고 외워야 하는 동사의 변형이 너무 많아서 어려웠던 기억이 나는데, 영어는 정말 한국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먹다", "먹습니다", "먹어요", "먹지요", "먹었어요","먹었습니다", "먹었답니다", "먹었는데", "먹는데", "먹고" 등등 "먹다" 라는 동사 하나도 변할 수 있는 형태가 정말 많잖아요.

 

그렇다 보니 "먹다" 라는 단어를 배웠어도 "먹어요", "먹습니다" 가 문장에 들어가 있으면 알렉스가 무슨 뜻인지 전혀 눈치를 못 채는 거예요.

 

아직도 명사를 나타내는 "이, 이가, 이는" 과 목적어를 나타내는 "로, 으로, 을, 를" 등은 어려워도 이제는 쓰인 문장을 자신 있게 읽고 무슨 내용인지 이해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답니다.

 

처음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는 자신만만했다가 최근 급격히 어려워지는 한국어 수업 내용 때문에 의기소침해지기도 하는 알렉스이지만 이렇게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한국에 계신 제 부모님과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는 날이 오겠죠?

 

아니면 저희 엄마가 영어를 배우고 있으니 서로 조금씩 배워서 중간 어디쯤에서 만나면 되려나요?

 

지난봄 남자친구에서 약혼자가 된 알렉스를 데리고 이번 주 토요일 (10월 21일), 한국에 있는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같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합니다.

 

알렉스가 한국에 있는 2주 동안 최대한 좋은 것을 많이 보여주고 맛있는 한국음식을 먹여야 된다는 생각에 제 어깨가 너무나 무겁지만, 제가 나고 자란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직접 보여주고 한국의 문화를 가르쳐 줄 생각에 무척이나 기대가 되는데요, 알렉스가 지금까지 갈고닦아 온 한국어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같이 한인타운에 있는 식당에 가서 밥을 먹을 때, 한국인 직원분들께 항상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하는 알렉스인데, 집 근처 "작은 한국"인 한인타운이 아닌 "진짜 한국"에 가서도 지금까지 배워 온 한국어를 잘 써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 큰 성인이어도 한국어를 못하는 외국인이니 한국에 있는 내내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를 보는 심정으로 제가 알렉스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도와줘야겠지만, 미국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저에게 알렉스가 항상 그러는 것처럼, 저도 한국에서 알렉스의 손, 발, 그리고 개인 비서와 개인 통역사가 되어줘야겠습니다.

 

한국어가 너무 어렵다며 최근 멘탈 붕괴를 겪고 있는 알렉스에게 이번 한국 여행이 한국어를 공부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이번 글을 마치겠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최근 알렉스와 함께 시작한 저희의 유튜브 채널 "스텔렉스 Stelex"에 오셔서 저희의 일상에 함께 해 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F3CI_Q7m26R3CsEeujNbNg

 

스텔렉스 Stelex

안녕하세요! 저희 채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희는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미국 국제커플 스텔라와 알렉스, 스텔렉스 입니다. 채널 소개를 쓰는 이 시점, 저희는 약혼한 커플로서 결혼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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