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교환학생으로 지냈던 미국의 작은 시골마을 스탠디쉬에서 한국인은 커녕, 동양인 조차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제가 교환학생으로 지내던 10개월동안 교환학생을 제외한 동양인을 만난것은 스탠디쉬 시내의 마트 안에 있는 약국에서 일하시는 약사언니밖에 없었습니다.
동양인 교환학생들도 다 차로 30분 거리의 옆동네에 살았기 때문에 학군도 달라서 스탠디쉬에서 동양인이라고는 한국인 약사 언니 딱 한 명 만났네요!
교환학생 생활이 3달정도 남았던 2013년 3월, 심한 감기에 걸려서 병원에 갔다가 스탠디쉬 시내에 있던 약국으로 약을 지으러 갔었는데, 그 때 처음으로 교환학생을 제외한 한국인을 만나서 반갑고 신기했었습니다.
약사언니와 전화번호도 주고 받고 언니라고 불러도 된다고 하셔서 종종 언니가 일하시는 약국이 있는 마트에 갈 때마다 "언니~" 라고 부르며 언니를 찾아가서 인사를 했었지요.
미시간주로 이사 온 지 얼마 안되셨던 언니도 한국인을 만난 건 제가 처음이라 무척이나 반가워 하셨고 친절히 대해주셨습니다.
호스트맘께서 약사언니와 함께 저와 호스트맘이 자주 갔던 중국 뷔페에 한번 가자고 하셨었는데, 언니가 주말에도 일 할 때가 있으시다보니 아쉽게도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같이 중국 뷔페에 가지는 못했답니다.
이렇게 제가 살던 동네에서는 동양인은 정말 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제가 처음으로 미국 학교에 간 날, 미국인 친구들로부터 받은 관심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피부색과 머리색이 똑같은 한국인들만 다니는 고등학교에 인종이 다른 외국인 학생 한명이 교환학생을 왔다고 생각 해 보시면 학교 첫 날, 제가 얼마나 많은 관심을 받았을지 상상이 가시죠!?
더군다나, 제가 다녔던 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백인이다보니 동양인인 저를 정말 신기해 했었지요. (600명이 조금 넘는 학생 중 10명 내외의 학생이 히스패닉이거나 흑인이였습니다.)
미국 교환학생 생활을 하면서 제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이 어느 곳에 위치한 나라인지도, 심지어는 삼성과 LG의 TV나 핸드폰을 사용하면서도 그 제품이 어느 나라 회사에서 만든 제품인지도 몰랐습니다.
저 혼자 유일한 동양인으로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는 사람들과 살아가면서, 제가 하는 모든 행동이 한국을, 심지어는 아시아를 대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수학 문제를 계산기 없이 척척 풀거나, 수학을 어려워 하는 미국 친구들을 도와주고 있을 때면, 미국 친구들은 저에게 "우와! 너 정말 똑똑하구나. 한국인들은 다 너처럼 똑똑하겠지?!" 라며 감탄했었고, 밝은 미소를 지으며 선생님들께 인사 할 때면 선생님들은 가끔 저에게 "한국사람들 모두는 원래 그렇게 밝게 인사하니?" 라고 물어보기도 하셨습니다.
미국 친구들과 선생님들의 칭찬에 기분은 좋았지만, 제 행동을 보고 "모든 한국인은 스텔라와 같을 것이다." 라는 생각을 많은 미국인들이 하고 있는 것 같아 혹시 나의 행동 하나 때문에 한국을 나쁘게 생각 하지는 않을지 무척이나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학생의 행동을 보고 그 학생의 나라를 판단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부터 다른 나라에서 온 교환학생의 행동을 보고 그 나라를 판단 해 버리는 실수를 간혹 하고는 했었거든요.
저희 학교에는 저 말고도 5명의 교환학생이 더 있었는데, 그 중 2명은 독일에서 온 교환학생 라라와 티나였습니다.
라라(Lara)는 저희 호스트맘의 집에 저보다 2주 먼저 와서 살고 있다가 무례하고 문란해서 한달만에 다른 호스트집으로 쫒겨났던 학생이고, 티나(Tina)는 미국인들의 앞에서 대놓고 악담을 잘 퍼 붓던 예의없는 학생이였습니다.
둘은 학교에서 만나면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미국 친구들 사이에서 당당하게 독일어로 대화를 했었는데, 그 때 마다 미국 친구들은 그들에게 "여기는 미국이니까 영어를 쓰도록 해. 독일어를 쓰려면 너네나라로 돌아가!" 라고 얘기했습니다. (교환학생은 교내에서 모국어 사용 금지입니다.)
1학기에 저는 티나와 두 과목을 같이 배웠고, 2학기에는 미국사를 같이 배웠는데, 미국사 시간에 제 귀를 의심 할 만한 일이 있었습니다.
거의 2학기 내내 교생 선생님께서 수업을 하셨는데, 원래의 선생님께서 수업 하시던 날, 티나가 갑자기 수업중에 뜬금없이 미국인들은 왜 이렇게 멍청하냐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독일과 미국을 비교하며 미국을 마구 깎아 내렸는데, 미국사 선생님의 꾸중과 "너네 나라로 꺼져!" 라는 미국 친구들의 말을 듣고 나서야 미국을 깎아 내리는 말을 그만두었습니다.
두 명의 독일에서 온 교환학생들의 무례한 행동들을 보고 저도 "독일애들은 원래 저런가?" , "독일애들은 예의를 모르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내가 독일 학생 두명의 행동을 보고 독일이라는 나라를 안좋게 생각하듯, 나의 잘 못 된 행동을 보고 미국인들이 한국을 안좋게 생각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 생활을 시작하자마자 제가 다녔던 학교에는 동양인이 없고, 동양 문화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저는 저를 통해 동양의 문화를 처음 접하고, 한국이라는 나라를 처음 알게 된 미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학교 첫 날, 처음 본 이방인인 저에게 깨끗이 세탁 해 놓은 자신의 체육복을 선뜻 빌려준 친구에게,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말을 그림까지 그려가며 천천이 몇 번이고 웃으며 말 해주는 친구들에게, 수업시간에 헤매고 있으면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항상 알려주는 친구들에게, 저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며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 친구들에게 한국에서 사간 아기자기한 학용품들과 달콤한 사탕을 나눠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미국에는 한국만큼 아기자기한 학용품이 없습니다^^;;)
선물을 받은 미국 친구들은 처음 보는 아기자기한 한국의 학용품과 한 번도 먹어 본 적 없는 한국의 사탕을 맛 보며 한국이라는 나라는 "예쁜 학용품이 많고 맛있는 사탕이 많은 나라, 고마운 마음을 잘 표현 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나라"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저를 도와주는 것은 별 거 아니라며 오히려 저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해서 저를 감동시키기도 했었습니다.
매일 만나는 학교 선생님들께도 항상 웃으며 밝게 인사 했습니다.
선생님들께 잘 보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인사 했던 것이였다면 어색해서 꾸준히 하지 못 했을 텐데, 어릴적부터 가지고 있었던 인사성 덕분에 선생님들께 웃으며 인사하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였을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께서 칭찬을 해주시니 더 열심히 하게 되었습니다.
교실안이나 복도를 돌아다니며 선생님을 만날 때 "Hello, Mr. Dahn!" 이라고 인사하는 것 뿐만 아니라 "How are you? (어떻게 지내세요?)" 또는 "How was your weekend?(당신의 주말은 어땠나요?)" 라는 말을 덧붙여서 항상 선생님의 안부를 물어보았습니다.
보통 학생들은 인사만 하고 끝내는데, 저는 선생님 안부를 묻기도 하고 재잘재잘 이야기를 하기도 하니 선생님들께서는 저에게 항상 "인사를 잘 하고 예의가 바른 학생" 이라며 칭찬 해 주셨습니다.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교회에서 만난 교회사람들에게도, 호스트맘의 모임에서 만난 호스트맘의 친구분들에게도, 한국을 잘 모르는 그들에게 한국인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어 항상 웃으며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제 행동을 보고 미국인들은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을까요?
미국인들에게 직접 물어보지는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한국인들은 모두 너처럼 친절해?" , "한국인들은 모두 너처럼 똑똑해?" 라는 질문을 많이 받은 것을 보면 미국인들이 저를 통해 쌓은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좋은 이미지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 질문에 대한 저의 대답은 무엇이였을까요? 여러분들이 상상에 맡길께요! 분명한것은 미국 친구들은 여전히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동양인이 한 명도 없는 학교에서 잘 적응 할 수 있을까 두렵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지만, 유일한 동양인이여서 오히려 한국을 잘 알릴 수 있었고, 내가, 내 모든 행동이 한국과 아시아를 대표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교환학생 생활을 끝까지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이런 기회를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듭니다.
저의 Going away party (작별파티)에서 친구들과 찍은 사진입니다.
미국 떠나던 날 공항에서 친구 제이미, 카너와 한참 울다가 찍은 사진입니다.
지구본을 볼 때 별 생각 없이 봤을 아시아를,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았을 한국을 미국친구들은 이제 어떤 마음을 가지고 들여다 볼까요?
스텔라의 나라인 한국을 기억하고 저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따뜻한 마음으로 우리나라를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네요.
제가 지구본의 미국을 볼 때 미국 친구들과 쌓은 소중한 추억을 기억하며 뿌듯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 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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