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2일 오리엔테이션으로 실습병원에 다녀 온 후, 일주일 후인 29일부터 실습이 시작됐습니다.
한국 간호학과는 졸업을 하려면 1000시간의 실습을 마쳐야 해서 수업을 학기 초에 몰아서 하고 남은 학기동안 실습을 나간다고 들었는데 미국 간호학과는 한국과 조금 다릅니다.
성인 간호학의 경우 일주일에 한 번씩 매주 월요일마다 실습을 나가고 그 중 3번은 학교 시뮬레이션 센터로 실습을 하러 갑니다.
정신 간호학의 경우엔 저는 학기 중반부터 후반까지 실습을 나가는데요, 한국 간호학과에 비해서 미국 간호학과의 실습시간은 훨씬 적지요.
첫 실습날이였던 29일,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대충 이른 아침을 먹고 청진기와 클립보드 등 실습에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 4시 40분쯤 같은 기숙사에 사는 친구 두명과 병원으로 출발했습니다.
병원에 아침 6시 반까지 도착해야 하는데 학교부터 병원까지 100km 조금 넘게 떨어져 있어서 새벽부터 일어나 일찍 출발해야 제 시간에 도착 할 수 있지요.
병원까지 가는 길엔 새벽임에도 불고하고 차가 꽤 많았고, 이 시간에 일어나서 밖에 나와 본 적 없는 친구들은 설레고 떨리는 마음으로 재미있게 이야기 하며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깜깜한 하늘을 보며 병원에 들어갔지요.
(출처: 구글)
성인간호학 실습병원.
사진엔 보이지 않지만 건물 뒤쪽에 넓은 주차장과 응급실이 있어요.
앞에서 봤을 땐 그리 큰 병원인 것 같지 않았는데 직원 주차장이 있는 건물 뒤로 돌아가 보니 꽤 큰 병원이더라고요.
첫 실습 장소인 pulmonary unit (폐병동)에 아침 6시 반 부터 모여 간호사 선생님들과 브리핑을 하고 배정된 간호사 선생님을 따라다니며 나이트 선생님께 밤 사이의 환자 상태와 환자 정보를 보고 받았습니다.
그날 제 담당간호사 선생님이였던 케일리 선생님은 출산 예정일을 2주 앞둔 만삭의 간호사 선생님이셨는데 각 방을 돌며 환자에게 "오늘 제가 당신의 간호사가 될 케일리예요!" 라고 인사하며 "오늘은 저와 함께 두명의 학생간호사가 당신을 케어 해 줄거예요." 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선생님을 따라 저도 "안녕하세요! 저는 00대학교 학생간호사 스텔라예요." 라고 환자들에게 인사했지요.
제가 실습나가는 폐 병동을 비롯해 미국의 병원은 대부분 일인실인지라 한국 병원보다 훨씬 조용하고 아늑하더라고요.
환자마다 풍선과 화분 등으로 자신의 병실을 예쁘게 꾸며놓은 모습이 참 인상깊었습니다.
케일리 선생님은 환자들에게 아침인사를 건네고 자기소개를 한 뒤 Med room (약을 준비하는 방)에서 환자들에게 줄 아침약을 준비했습니다.
"픽시"라는 기계에 지문으로 로그인을 하고 환자이름을 클릭하니 그 환자의 약 리스트가 스크린에 떴는데, 약 리스트를 클릭하니 픽시 서랍이 알아서 열리며 간호사는 그 약을 꺼내기만 하면 되더라고요.
그렇게 여섯명의 환자의 약을 준비하고 다시 각 병실을 돌며 환자에게 아침약을 주었습니다.
간호사마다 밀고다니는 컴퓨터가 한 대씩 있었는데, 환자의 팔찌에 있는 바코드를 스캔하고, 약을 스캔하고 나서 환자에게 약을 줬는데, 간호사가 실수로 환자의 리스트에 없는 약을 스캔하면 컴퓨터 화면에 경고창이 뜬다고 해요.
그날 제가 맏았던 환자는 곧 퇴원을 앞둔 폐렴 환자였습니다.
매 실습때마다 간호학생들은 각자 맏은 환자를 assess(건강사정?)하고 차팅을 해야하는데요, 그날의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저 역시 떨리는 마음으로 환자의 방문을 노크하고 들어가 환자에게 인사했지요.
"안녕하세요 환자분, 저는 학생간호사 스텔라예요. 아침에 약 먹을때 잠깐 만났었죠? 곧 퇴원하신다고 들었는데 퇴원하시기 전에 몸 상태가 어떤지 확인하기 위해 다시왔어요."
학교에서 배운대로 환자에게 자기소개를 한 뒤, 제가 무엇을 할 것인지 설명하고 청진기로 숨소리와 bowel sound (배에서 나는 소리?)를 들었어요.
불과 저번 학기 건강사정 시간에 배운 간단한 head-to-toe assessment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사?)는 왜 이렇게 생각이 안나는지 긴장해서 벌벌 떨며 신체 여기저기의 맥박을 확인하고 아픈곳은 없는지 물어봤지요.
폐렴으로 병원에 6일이나 있어서 너무 답답하다는 환자는 아픈곳이 한 군데도 없다고 하셨고, 제가 이것저것 계속 물어보자 일어날 때 조금 어지럽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더니 저에게 퇴원 허락이 났는지 물어보셨습니다.
제 담당 간호사에게 그 환자가 곧 퇴원 할 예정이라는 말만 들었지 정확히 퇴원 허락이 났는지, 언제 퇴원할 예정인지는 듣지 못해서 환자에게 "저는 환자분의 퇴원에 대해서 들은것이 없으니 제 담당 간호사에게 물어봐 드릴게요." 라고 답하고 "검사에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며 방문을 닫고 나왔지요.
환자의 방문을 닫고 나니 긴장했던 마음이 풀리면서 다리가 얼마나 후들거리던지, 환자를 잘 돌봤다는 안도감과 함께 실수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후 두시쯤, 길었던 실습이 끝나고 다같이 모여 실습선생님과 브리핑을 했는데 학생 간호사로서 첫 발걸음을 뗀 것 같아 뿌듯했고 첫 실습을 잘 끝낸 우리 모두가 참 자랑스러웠는데, 한편으론 조금 슬픈 마음이 들었습니다.
정말 당연하게 생각했던 입으로 밥을 먹고, 두발로 걷고, 코로 숨을 쉬는 것이 힘든 사람들이 왜이렇게 많은지....
입으로 음식을 먹을 수 없는 노인환자의 bolus feeding (배에 연결 된 튜브로 영양액 주입)을 보고, 산소 호흡기에 유지해 겨우 숨을 쉬고 있는 환자와 걷지 못해 침대에서 대소변을 해결해야 하는 환자를 보니 마음이 약한 저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슬픈 마음을 뒤로 하고 병원을 나오는데, 따뜻한 햇살에 저도 모르게 다시 태어났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사소한 것들이 처음으로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였습니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미국 간호학생"의 꿈이 이루어진 것에 감사하고, 열심히 공부해 얻은 지식으로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두발로 걷고, 입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코로 자유롭게 숨 쉴 수 있고, 열심히 공부 할 수 있는 건강한 신체가 있음에, 그리고 서로를 항상 도와주고 힘이 되어주는 실습팀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 참 감사했습니다.
한국에서 간호학을 전공하고 있는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실습생들에게도 간호사들의 악습인 "태움"이 심하다는데, 만삭의 몸으로 오늘 하루 저에게 친절히 하나하나 설명해 준 제 간호사선생님과, 저를 잘 도와주고 챙겨준 다른 간호사 선생님들에게도 고맙다는 마음이 들었고요.
실습을 처음 나와 벌벌 떠는 모습이 보였을텐데, 저에게 잘 협조 해 준 제 환자에게도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저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가 아닌 내 환자들에게 좀 더 나은 간호케어를 제공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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