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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의 미국이야기/미국 대학교 이야기

[미국 간호학과] 나의 첫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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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 본과에 입학한 첫 학기(3학년 1학기) 부터 실습에 나가는 줄 알았던 저는 3학년 2학기부터 실습을 나간다는 말에 조금 실망했었습니다.


학교 실습실에서 마네킹환자가 아닌 진짜 병원에서 진짜 환자들과 눈을 맞추며 대화하고, 주사를 놔 주고 싶었기 때문이지요.



간호 스킬을 연습하는 학교 실습실이에요.



10개의 베드에 실습 마네킹이 누워있어요.


간호학생 2달차이던 10월, 수업중에 병리학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다음주 목요일 수업끝나고 학교 근처에 있는 공장으로 근로자들에게 독감예방주사를 놔 주러 갈껀데, 독감 주사 놔주러 가고싶은 사람있으면 나에게 이메일 보내주세요."


마네킹과 모형 팔에만 주사를 놔 봤지 이 전까지 진짜 사람한테 주사를 놔 준 적이 한 번도 없어서 갈야할지 말아야 할지 교수님의 말씀이 끝난 직후부터 며칠간을 고민했습니다.


가고는 싶었지만 진짜 사람에게 실수없이 주사를 잘 놓을 수 있을까? 내가 과연 바늘로 사람을 찌를 수는 있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었는데요, 병리학 수업 옆자리에 앉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친구는 처음으로 사람에게 주사를 놔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간다고 했고, 저도 며칠을 고민 한 끝에 가게 되었지요!


오전에 병리학 수업만 있는 목요일, 학교가 끝나고 친구들과 학교 근처 피자뷔페에서 피자를 맛있게 먹고 공장으로 향했습니다.


학교 실습실에서 마네킹과 연습할 때와 마찬가지로 단정하게 간호사 스크럽(간호사복)을 입고 명찰을 달고 갔지요.


공장에 막상 도착 해 보니 정말 많은 간호학생들이 왔더라고요.


4학년 학생들까지 많이 왔어서 교수님께서는 아쉽지만 한 학생당 주사 한번만 놓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제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저는 제 차례가 되서 학교에서 배운대로 환자에게 인사를 하며 다가갔습니다.


조금은 긴장되어 보이는 왜소한 흑인 아저씨가 의자에 앉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OO대학교 간호학생 스텔라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오늘 제가 당신께 독감주사를 놔 줄건데요, 주사를 놓기 전에 먼저 체온을 잴거예요. 열이 있으면 주사를 맞을 수 없거든요. 제가 체온을 잴 수 있도록 입을 벌려주시겠어요?"


"네, 당연하죠."


(구글에서 가져온 사진입니다)

미국 병원에서 주로 쓰는 체온계.

혀 아래에 쇠 부분을 집어넣어 체온을 잽니다.


"당신의 체온은 화씨 98.3도로 정상이에요. 제가 주사를 준비하는 동안 이 설문지를 작성 해 주세요." 라고 말하며 환자에게 알러지 여부 등을 묻는 설문지를 건네고 주사를 준비하러 갔는데요, 주사기에 독감주사 약을 뽑고 알콜 솜을 챙기던 제 손은 환자보다 백배 더 긴장된 마음에 심하게 떨렸습니다.


간호학생은 간호사나 교수님의 확인없이는 약이나 주사를 줄 수 없기 때문에 용량이 맞는지 교수님께 확인을 받고, 환자에게 다가갔습니다.


교수님들께서 공장에 오기 전에 "비록 여러분은 진짜 사람에게 주사를 놔 본 적 없지만 환자들 앞에서는 절대 티 내면 안돼요. 만약 환자가 능숙한지 물어보면 주사 많이 놔 봤다고 대답하세요." 라고 말씀하셔서 긴장된 마음을 꾹 눌러야 했었지요.


"제가 이제 주사를 놔 줄 건데요, 알러지 없으시다고 하셨죠? 어느쪽 팔에 주사를 맞고 싶으신가요?"


"네, 알러지 없어요. 왼 팔에 놔 주세요."


학교에서 배운대로 알러지 여부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처음으로 진짜 사람에게 독감주사를 놔 주었습니다.


"다 끝났어요. 협조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네, 고마워요."


주사를 놓고나서 환자가 작성한 설문지 아래의 간호사가 기록해야하는 부분에 IM (근육주사), Left deltoid (왼팔 삼각근), SN(Student Nurse-학생간호사) Stella Kim 이라고 차팅을 끝내니 비로소 긴장이 풀렸습니다.


하루 종일 환자보다 더 긴장했던 마음이 풀리고 웃으며 환자에게 인사를 건네며 방을 나왔습니다.



처음 주사를 놔보고 신나는 마음에 아직 끝나지 않은 친구들을 기다리며 친한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에요.


주사를 놔 주고 긴장이 풀리자 나에게 주사를 맞은 이 환자가 이번 겨울, 독감이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항상 마네킹에 주사를 놔 주다가 진짜 사람에게 주사를 놔 보니 기분이 이상했고, 제가 정말 간호학생이라는 것이 실감나서 가슴이 벅찼습니다.


사람의 살은 부드러워서 주사 바늘이 쉽게 들어 갈 줄 알았는데, 근육주사여서인지 생각보다 세게 찔러야 됐었고, 마네킹에 주사를 놓는 것 과는 많이 다르더라고요.


진짜 사람에게 처음으로 주사를 놓고 나니 제가 간호학생이라는 사실이 참 감사하고 뿌듯하게 느껴졌습니다.


나를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단정한 간호사 스크럽을 입고 명찰을 달고 환자를 만나니 저도모르게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았지요.


다음학기부터 시작 될 병원 실습이 한편으론 걱정되기도 하지만 마네킹 환자가 아닌 진짜 환자를 간호하고 돌볼 생각에 벌써부터 뿌듯하고 설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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