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는 모든 학생이 학교 급식을 먹지만 미국의 이야기는 다릅니다.
제가 다녔던 미국 고등학교의 경우는 학교급식을 먹는 학생 반, 집에서 점심 도시락을 싸오는 학생 반이였어요.
급식비를 지불하는 방식도 월 단위로 급식비를 내는 한국과 다른데, 미국의 학교는 금액을 자유롭게 충전 해 놓고 급식을 받을 때 비밀번호와 같은 개념인 학생 번호(Student number) 를 누르면학생이 고른 음식의 값이 빠져나가는 방식이였답니다.
어쩌다 한 번 급식을 먹는 학생이라면 충전 할 필요도 없이 현금으로 급식을 사 먹을 수도 있고요.
이런 방식으로 급식 시스템이 운영되니 매일 급식을 먹다가 가끔은 도시락을 싸오기도 하고, 도시락을 싸온 날이라도 맛있는 급식이 나오면 급식을 먹기도 하지요.
저도 미국 교환학생으로 미국 고등학교 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 아침마다 호스트맘께서 점심 도시락으로 샌드위치, 사과, 물, 푸딩, 브라우니, 오랜지 등의 음식을 갈색 종이백에 담아 부엌에 올려두셨습니다.
호스트맘이 싸 주신 점심 도시락이 있었지만 모든게 신기하던 학기 초여서 한국의 급식과는 정말 다른 미국의 학교 급식을 주로 먹었습니다.
미국에서 학교 생활을 한 지 며칠이 지났을 때 호스트맘께서는 저를 부엌으로 부르셨습니다.
"스텔라, 학교에서 점심을 먹어도 되고, 학교 급식이 먹기 싫으면 언제든지 점심 도시락을 싸가도 된단다. 푸딩은 여기있고, 과일은 저기있고 종이백은 이 안에 있어. 샌드위치 만드는 방법을 알려 줄테니까 도시락을 싸가고 싶은 날은 조금 일찍 일어나서 도시락을 싸가."
호스트맘께서는 샌드위치 만드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시면서, 먹고싶은 음식은 마음껏 싸가도 된다고하셨습니다.
돈 한푼 내고 살지 않는 교환학생 입장에서 호스트맘께서 음식을 자유롭게 싸가도 된다고 하신 마음은 감사했지만, 한편으로는 바쁘고 정신없는 아침에 샌드위치를 만들고 디저트와 과일까지 챙길 시간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도시락을 스스로 싸 가라고 하신 호스트맘께 조금은 서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학교에 가서 학교 점심을 먹으며 엄마가 만들어 줬을 도시락을 먹는 친구들에게 부러운 마음으로 누가 도시락 싸 줬는지 물어봤습니다.
"너희들은 자주 도시락을 싸 오는구나! 도시락 누가 쌌어? 엄마가 싸주셨지?"
"아니? 당연히 내가 쌌지!"
"아침부터 너희가 도시락을 쌌다고? 아침에 정신없이 바쁠텐데 점심도시락을 쌀 시간이 있어?"
"시간이 없으면 시간을 만들어야지!"
"나는 당연히 엄마가 점심도시락을 싸주셨을줄 알았어. 내 호스트맘께서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싸가도 된다고 하셨는데 나는 시간이 없어서 못싸왔거든."
"우리는 아기가 아니라 고등학생인데 당연히 도시락 정도는 스스로 싸야지!"
학교 갈 준비 하기도 바쁜 아침에 당연히 엄마가 도시락을 만들어줬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저는 미국 친구들에 대답에 깜짝 놀랐습니다.
제 주변에 앉아있던 친구들 중 엄마 손을 빌려 도시락을 싸 온 친구는 단 한명도 없었거든요.
미국 친구들의 말을 듣고 나서야 이내 호스트맘께 감사하지는 못 할 망정, 바쁜 아침에 저를 도와주지 않는다고 서운해 했던 저의 철없는 마음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부모는 아이를 독립적으로 키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요.
점심 뿐만 아니라 아침식사도 미국에서는 스스로 해결합니다.
미국생활 초기에는 시리얼, 베이글, 잉글리쉬 머핀, 와플 등 이 있으니 아침을 스스로 챙겨먹으라던 호스트맘의 말씀에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학교에서 무료로 아침 급식을 제공했지만 저는 거의 집에서 아침급식을 먹고 학교에서 또 먹곤 했었는데 여유있는 주말을 제외하고는 항상 저 스스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가곤 했었지요.
무료로 제공되던 미국 고등학교의 아침급식.
항상 엄마가 챙겨주던 따뜻한 아침밥을 먹고 학교에 가다가 학교 갈 준비 하기도 바쁜 아침에 베이글을 토스터에 넣어 데우고, 커피를 타며 스스로 아침식사를 준비하다보니 가끔은 한국이 그립기도 했었습니다.
미국 친구들과 호스트맘께 한국에서는 보통 아침마다 엄마가 아침밥을 차려준다고하니 한국 엄마들은 대단하다며 오히려 깜짝 놀라더라고요.
학교급식을 먹는 날이 반, 스스로 도시락을 싸 오는 날이 반이였던 저의 가장 친한 미국 친구 카너의 부모님도 예외는 아니였습니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카너의 집에 놀러 간 날, 저는 카너의 의외의 모습에 깜짝 놀랐지요.
"우리 엄마 곧 퇴근하셔서 집에 오시는데, 엄마가 오시기 전까지 설거지를 해 놓고 쓰레기통을 비워놔야 돼. 얼른 끝낼테니까 나 집안일 하는 동안 잠깐만 컬리(카너네집 개)랑 놀고있어!"
지난 겨울방학, 2년 반만에 미시간에 돌아가서 카너네 집에 놀러갔을 때 찍은 컬리 사진입니다.
"네가 집안일도 하는구나! 내가 도와줄 일 있어?"
"이건 내가 맡은 일이니까! 안도와줘도 돼."
카너가 설거지를 하고 쓰레기통에 있는 쓰레기를 꺼내 쓰레기 트럭이 쓰레기를 가져갈 수 있도록 마당 입구에 있는 큰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내다놓고 와서야 집안일이 끝났습니다.
카너가 집안일을 하는동안 저는 집안과 마당을 오가며 컬리와 놀면서 카너가 고등학교 남학생 답지 않게 능숙히 집안일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신기 해 하고 있었고요.
원래 다른 집들도 이렇게 각자 해야 할 집안일이 정해져 있는지 물어보니, 대부분은 다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카너의 엄마가 집에 돌아오셔서 깨끗해진 싱크대와 깔끔하게 비워진 쓰레기통을 확인하시고 집안일을 해줘서 고맙다며 깔끔하게 잘 했다고 카너를 칭찬하는 모습도 인상깊었습니다.
저희 호스트맘 또한 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혼자 해결 할 수 있도록 격려 해 주셨습니다.
미국 생활이 처음이여서 아무것도 모르던 교환학생 초기에야 호스트맘께서 대부분의 일을 해결 해 주셨지만, 미국 생활이 익숙해지고 영어에 자신감이 붙고나서부터는 호스트맘의 판단 하에 저 스스로 할 수 있겠다 싶은 일은 저 스스로 하게 하셨습니다.
미국 생활에 잘 적응하고 영어에 자신감이 막 붙었던 시기, 미국의 유명한 체인점 옷가게에서 샌들을 산 적이 있는데 집에 와서야 샌들에 이상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다시 환불하러 간 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내가 차 안에서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혼자 환불 하고 올 수 있겠지? 차 안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문제가 생긴거 같으면 얼른 들어갈께!"
"네, 알았어요!"
환불 할 때 여권이 필요 없는걸 뻔히 아는데 신발에 이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 여권을 가져와야 환불을 해 주겠다는 옷가게 알바생과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저 혼자 환불을 했고, 혼자 해결했다는것과 혼자서도 잘 환불 했다는 호스트맘의 아낌없는 칭찬에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독립적으로 혼자 일을 해결하며 자신감을 얻고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는 잘 할 수 있다는격려를, 성공적으로 잘 해결했을때는 아낌없는 칭찬을 받으며 저도 모르게 의존적인 사람이 아닌 여느 미국의 아이들처럼 독립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아래의 두 동영상에서 한국엄마와 서양엄마의 차이점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단어퀴즈를 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미국 엄마와 한국엄마의 태도는 정말 다릅니다.
영국과 한국의 등교 준비 모습입니다.
비록 영국의 이야기지만, 어렸을 때 부터 스스로 일어나고, 엄마의 도움없이 스스로 등교 준비를 하는 모습은 미국 친구들에게 들은 이야기와 똑같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까지 9년 반 동안 한국 학교를 다니며 알람소리를 듣고 저 스스로 일어난 적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인데, 카너를 포함한 제 미국친구들은 어렸을 때 부터 엄마의 도움없이 스스로 일어난다는 이야기가 저에게는 정말 낯설었습니다.
고등학교 교환학생을 갔다오고, 미국 대학교에서 유학을 하면서 그동안 제가 얼마나 엄마, 아빠의 도움을 받으며 의존적으로 살아왔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의 품 안에서 온실 속 화초처럼 아이를 키우는것이 아닌 강하고 독립적인 아이가 되도록 칭찬하고 격려하는 미국의 부모와 어렸을 때 부터 스스로 해결 하며 자신감을 갖게 되고 독립심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인 미국 아이들의 모습이 전형적인 한국의 부모님 아래에서 자란 저에게는 정말 인상깊었고 큰 충격과 감동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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