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으로 미국 고등학교 생활을 막 시작한 1학기, 할퍼 선생님의 영어시간에 힌턴 작가의 "아웃사이더" 라는 책을 읽고 한 챕터마다 시험을 봐야했었습니다.
학교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은 따로 주어지지 않았고 집에서 책을 읽어와 학교에서는 시험만 보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출처:구글)
할퍼 선생님의 수업시간에 읽고 시험을 봐야했던 Outsiders.
미국생활을 시작한지 2달에서 3달이 되어가고 있을 때라 영어가 익숙하지 않아 한 챕터당 며칠의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책을 읽고 시험까지 봐야된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였는데요, 호스트맘과 같이 책을 읽고, 호스트맘이 많이 도와주셨는데도 책을 읽고 시험을 본다는 것은 스트레스를 받는 일 이였습니다.
더군다나 책의 내용 또한 한국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 한국에서는 일어날 일이 거의 없는 내용을 담은 책이여서 제대로 해석을 했는데도 있을 수가 없는 내용이라 바르게 해석을 한건지 몇번이나 다시 읽어봐야 했답니다.
한 챕터를 다 읽고 할퍼선생님의 영어수업시간에 시험을 볼 때 가끔 시간이 모자르면 선생님께서는 외국인인 저를 배려해 주셔서 시험을 집에 가서 볼 수 있게 해 주시거나 시간을 더 주셨습니다.
그래도 되도록이면 수업중에 미국 친구들과 같이 끝내고 싶어 열심히 책을 읽었는데도 12챕터를 읽고 시험을 봐야 된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되어서 인터넷을 찾아 보았는데 그 결과 아웃사이더가 한국어로 된 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부모님께 카톡을 보내 아웃사이더 책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고 하자 약 일주일 뒤 아웃사이더 책이 도착했습니다.
(출처:구글)
한국어로 된 아웃사이더.
제가 다녔던 미국고등학교는 매주 금요일 마다 매 수업시작 전 10분동안 잡지든, 신문이든, 책이든 무엇인가를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서 읽을거리를 가져가야 했었는데, 영어로된 아웃사이더는 이미 집에서 호스트맘과 함께 읽어서 학교에서 책을 읽는 10분동안은 제대로 영어책을 읽고 해석한 것인지 한국어 책을 읽으며 내용을 꼼꼼히 확인했었답니다.
한국어 책을 처음 본 미국인 친구들은 한국어에도 한국어만의 알파벳이 있냐며 신기해 했고 한국어를 들어보고싶다고 점심시간이나 쉬는시간에 책을 읽어달라고하기도 했었지요.
친구들과 점심급식을 먹다가 제가 옆에 놓아 둔 한국어 아웃사이더책이 궁금하다며 같이 점심을 먹던 친구들이 한국어 책을 보기 시작했는데요, 한국어 아웃사이더 책을 보자마자 미국친구들은 웃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친구들에게 웃는 이유를 물어보니 책의 제목 아웃사이더 글자 중에 "웃" 이 사람모양을 닮았다며 신기하다고 대답했답니다.
신기해 하며 웃는 친구들에게 한국어에는 "웃" 말고도 "훗", "옷", "훗" 등의 사람모양을 닮은 글자가 많다며 종이에 글씨를 적어주자 한국어 알파벳은 귀엽다면서 흥미를 보였습니다.
영어책을 먼저 읽고 도저히 해석이 되지 않는 부분은 한국어 책으로 읽으니 모두 학교 점수에 반영되는 시험에 대한 부담감도 줄었고, 한국어 책을 본 미국인친구들의 반응이 재미있어서 책에 대한 스트레스 또한 해소 할 수 있었답니다.
한국어 글씨 "웃" 이 사람을 닮았다며 웃으며 신기해 했던 미국 친구들과의 추억은 사실 한참 동안이나 잊고 있었습니다.
잊고 있었던 이 재미있는 추억이 갑자기 떠오르게 된 계기가 있는데요, 지금은 바빠서 그만 두었지만 조금 남는 시간을 이용해 얼마전까지 저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영어 교육 봉사를 했었답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수업을 하던 중 한 아이가 영어 알파벳 "Ll"이 한국어 글자 "니"와 닮았다며 재미있어하자 갑자기"웃"이라는 글자때문에 미국친구들과 웃었던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지요.
사람과 닮은 한국어 글씨 덕분에 미국친구들과 또 하나의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감사했고 잊고있었던 추억을 떠올리게 해 준 아이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답니다.
즐겁고 신나는 금요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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