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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웨딩 드레스에도 문화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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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년 넘게 연애하던 미국인 남자친구 알렉스와 약혼을 하면서 요즘엔 내년 여름에 있을 결혼 준비로 정신없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데요, 한국과 다르게 반나절 이상 길게 진행되는 미국 결혼식을 계획하다 보니 준비해야 될 게 너무 많더라고요.

 

결혼식만을 위해 지어진 결혼식장에서 결혼하는 대부분의 한국의 커플들과는 다르게 미국의 커플들은 호텔, 식물원, 교회, 목장, 이벤트 홀 등등 다양한 곳에서 결혼식을 하는데, 알렉스와 저는 골프장의 클럽하우스를 결혼식장과 피로연장으로 정했어요.

 

한국의 일반적인 예식장들은 예식장에서 결혼식 당일 장식도 도와주고 많은 것들이 패키지로 묶여서 계약을 하게 되지만, 미국에는 결혼식만을 위한 예식장이 거의 없을 뿐더러 있다고 하더라도 냅킨 색깔, 의자 커퍼 색깔을 포함해 신랑, 신부가 결정해야 될 것 이 한두 가지가 아니랍니다.

 

결혼식 당일 결혼식이 실수 없이 무난하게 진행될수 있도록 도와주는 예식 도우미도 미국에서는 직접 발품을 팔아 고용해야 하고요, 디저트, 케이크, DJ, 포토그래퍼, 비디오그래퍼, 꽃, 장식, 화장, 헤어, Groomsman(신랑 들러리)의 양복, Bridesmaid(신부 들러리)의 드레스, 게스트를 위한 호텔 단체예약 등 알아봐야 할 것이 어마무시한데, 알렉스도 저도 인생에서 이런 큰 이벤트를 준비해 본 적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거액을 드려 웨딩플래너를 고용하기로 했답니다.

 

웨딩플래너를 고용하기로 했으니 DJ, 꽃, 케이크 등의 Vendor (업체) 등을 고용하는 일은 그들에게 맡기기로 하고, 저는 전적으로 제 일인 웨딩드레스 고르기를 시작했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언니와 결혼한 알렉스의 친한 친구가 있는데, 알렉스를 통해 친해진 그 J언니가 웨딩드레스 투어도 같이 가준다고 하고 조언도 많이 해 줬어요.

 

몇 곳의 웨딩드레스 샵에서 피팅비를 지불한뒤 몇 벌 입어보고 대여하는 한국과는 다르게 미국의 신부들은 여러 샵에서 피팅비 없이 원하는 만큼 웨딩드레스를 입어보고 제일 맘에 드는 드레스로 구매하는데, 하루 입고 다시는 입을 일 없을 웨딩드레스를 큰돈을 드려 구매해야 한다는 게 낭비 같아서 너무 돈이 아깝더라고요.

 

결혼 박람회에서 봤던 웨딩드레스들-1

 

결혼 박람회에서 봤던 웨딩드레스들-2

 

결혼식 당일 비싸고 화려한 웨딩 드레스를 대여해서 입는 한국과 다르게 구매를 해야 하는 미국에서는 웨딩드레스가 한국에 비해 소박한 편입니다.

 

J언니도 2019년 결혼 할 때 입었던 웨딩드레스를 결혼식 날 이후로 열어본 적도 없고 박스에 담긴 채로 시댁 어딘가에서 썩고 있을 거라며 아깝다고 했어요.

 

제 결혼식은 내년 8월인데 언니가 독립기념일 (7월 4일)쯤 부터 드레스 투어를 시작하자고 해서 제가 무슨 드레스를 벌써부터 사냐고 했더니, 여러 샵에 다녀보면서 맘에 드는 드레스를 결정하는데 시간 걸리고 그 드레스를 주문해서 받는 데까지 몇 달, 또 수선하는데 몇 달 걸려서 결혼식 일 년 전부터는 드레스 투어를 시작해야 된다고 말해줬어요.

 

드레스 투어가 뭔지 기본도 몰랐던 저에게 J언니가 투어를 가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 된다고 알려줘서 투어 가기 며칠 전에 예약을 해 놓고 처음으로 드레스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그 날 두 곳의 드레스 샵을 갔는데  첫 번째 샵에는 드레스가 많이 없었고 두 번 째 갔던 샵에서 입어본 드레스들 중에 맘에 드는 것들이 있었는데요, 평소 엄마처럼 저랑 알렉스를 잘 챙겨주는 언니라 역시 제가 드레스를 입고 나오니 드레스 여기저기를 만져주고 펴주면서 열심히 사진을 찍어줬어요.

 

이곳은 돌아다니며 맘에 드는 드레스에 집게를 찝어 놓으면 직원이 탈의실로 가져다주는 방식이라 입어보고 싶은 드레스를 정말 다 입어볼 수 있었어요.

 

드레스가 생각보다 많이 무거워서 제가 드레스를 입는건지 드레스가 저를 입는 건지도 모르겠고, 하루에 열 벌 정도 입고 나니까 너무 지치더라고요.

 

그곳에서 가장 맘에 드는 드레스 3벌을 골라놓고, 2주 뒤에 다른 드레스 샵으로 또 투어를 다녀왔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파견간호사(Travel Nurse)로 일하다 만나서 친해진 저랑 동갑인 한국인 간호사 H가 같이 가줬어요.

 

H와는 오래 알던 사이가 아니라 작년에 일하다가 만난 사이라 혹시 제가 상처받을까 봐 이상한 드레스를 입고 있어도 무조건 예쁘다고 해 줄까 봐 걱정돼서 가기 전부터 사실대로 말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이렇게 조언까지 해주니 믿음이 확 가던 거 있죠?

 

H도 J언니처럼 사진이랑 동영상도 찍어주고 조언도 해줬는데 황금같은 오프날 오후를 저를 위해 써주는 게 고맙기도 하면서도 미안하더라고요.

H와 갔던 애틀란트의 웨딩드레스 샵-1

 

H와 갔던 애틀란트의 웨딩드레스 샵-2

 

이곳에서는 제가 원하는 스타일을 직원에게 이야기하면 직원이 추천해 주는 드레스를 입어보는 방식이어서 직원이 추천해 준 드레스 세벌을 입어봤어요.

 

이곳 하나만 구경하긴 아쉬워서 예약 없이 갈 수 있는 Anthropologie 가게에 가서도 웨딩드레스 구경을 했답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는데, 지금까지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은 제가 왜 웨딩드레스 투어를 알렉스와 가지 않고 친한 언니와 친구를 데려갔는지 궁금하실 거예요.

 

한국에서는 커플이 같이 웨딩드레스 투어를 다니며 사진도 찍고 뭐가 더 예쁜지 서로 의견도 주고받는 게 당연하잖아요.

 

웨딩드레스로 갈아입고 커튼이 열렸을 때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모습을 처음 마주한 신랑의 리액션을 보는 것도 큰 재미고요.

 

하지만 미국에서는 결혼식 당일까지 신랑은 신부가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을 볼 수 없답니다.

 

결혼식 전에 신랑이 신부가 웨딩드레스 입는 보습을 보는 건 Bad Luck(불운) 이래요.

 

미국에서는 보통 엄마, 자매, 이모 등 여자 가족들과 같이 웨딩드레스 투어를 다니는게 일반적인데, 제 모든 가족들은 한국에 있으니 고마운 J언니와 친구 H가 저와 드레스 투어를 같이 가준거지요.

 

요즘 미국에서는 First Look 이라고 결혼식 직전에 하객이 없는 조용한 곳에서 신랑이 신부를 등지고 서있다가 신랑이 뒤를 돌아 신부가 드레스 입은 모습을 처음 본 신랑의 리액션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 유행인데, 예전에는 진짜 신부 입장을 하기 전까지 신랑은 신부에 모습을 볼 수 없었다고 해요.

 

미국 결혼식에서 하객들은 신부입장을 할 때 신부의 모습을 처음 보게 되는데, 그렇다 보니 미국에는 한국처럼 결혼식 전 신부 대기실에 하객들이 들어와 같이 사진 찍는 문화도 없어요.

 

어쨌든 네 개의 샵으로 웨딩드레스를 투어를 다녀오고 샵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니 J언니와 두 번째 갔던 샵에서 입어본 첫 번째 드레스가 가장 맘에 들더라고요.

 

다른 샵에도 가서 여러 벌 더 입어볼까 생각도 했는데, 맘에 드는 드레스를 찾으려면 이제 3000달러(한화 약 390만 원)가 훨씬 넘는 비싼 드레스를 파는 샵에 가야 될 거 같고, 간다고 하더라도 맘에 드는 드레스를 찾는다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드레스에 로망도 없는 저는 드레스에 비싼 돈을 쓰고 싶지 않았어요.

 

요즘 같이 날씨도 더운데 쉬는 날 샵에 가서 무거운 드레스들을 입어보는 것도 일이었고요.

 

알렉스와 결혼한다는 게 중요한 거지 드레스가 뭐가 중요한가 싶어서 추진력 하나는 끝내주는 저는 이제 그만 결정을 할 때가 왔다고 스스로 다짐했죠.

 

J언니의 어머니께서도 제가 가장 맘에 들었던 그 드레스가 제일 예쁘다고 하셨고 사진을 본 H도 저에게 그 드레스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해서 "인생이 바뀌는 미국 유학도 단 하룻밤에 결정했는데, 웨딩드레스 따위 지금 당장 결정할 수 있지!" 라고 생각하며  온 인터넷을 뒤져 똑같은 드레스를 중고 제품으로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제가 지금 파견 간호사(Travel Nurse)로 일하고 있는 병동에 내년 10월에 결혼하는 간호조무사 B가 있는데, 얼마 전에 예식장 예약을 끝낸 B도 저처럼 웨딩드레스 투어를 다니고 있지요.

 

B에게 단 한번 입을 웨딩드레스를 사는데 돈이 너무 아깝고 큰돈을 쓰지 않고 싶어서 중고 드레스를 찾아보고 있다고, B에게 중고 드레스를 살 의향이 있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내 예산으로 더 예쁜 드레스를 입고 싶어서 중고 웨딩드레스 생각 해 보긴 했는데, 중고 드레스를 입으면 불운하다는 미신을 무시할 수가 없어서 새 드레스를 살 생각이야." 라고 대답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웨딩드레스는 신성하게 여겨져서 결혼식날 새 드레스를 입어야 하고 심지어 본인의 웨딩드레스는 남에게 빌려주어서도 안된다는 미신이 있습니다.

 

남이 입었던 드레스를 입고 결혼하면 그 드레스 원래 주인이 겪고 있는 가정의 불화를 내 가정으로 끌어드린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해요.

 

B 에게 저는 "우리나라 한국에서는 다들 결혼식날 남들이 몇 번씩 입었을 대여 드레스를 입는데 심지어 예비신랑과 같이 드레스 투어를 다녀. 그래도 이혼율은 한국이 미국보다 낮아." 라고 말해줬더니 B는 제 이야기를 듣고 웃더니 안심이 된다며 중고 드레스도 생각해 봐야겠대요.

 

또 미국 문화와 다른 한국의 결혼 문화를 신기해하더라고요.

 

(조이혼율-한해 발생한 이혼 건수를 해당연도 총인구로 나눈 뒤 1000을 곱해 산출한 이혼 발생건수-를 찾아보니 한국은 1000명당 2건, 미국은 1000명당 6건이라고 하네요.)

 

며칠간 인터넷을 다 뒤져 웨딩드레스 중고 사이트에서 제일 맘에 들었던 드레스와 똑같은 제 사이즈의 드레스를 찾았고, 스웨덴에 있는 판매자에게 물어보니 본인 결혼식날 한번 입었고, 입고 나서 전문적인 세탁도 했으며, 한 번도 수선하지 않은 새것 같은 드레스래요.

 

스웨덴 판매자는 원래 가격의 반값에 올려놨지만 제가 살고 있는 미국에서 중고거래라고 하면 무조건 깎고 보는 게 인지상정이죠.

 

J언니의 조언과 응원에 힘입어 협상 끝에 판매자가 올려놓은 가격에 20% 할인된 가격으로 웨딩드레스를 구매하는 데 성공했답니다!

 

지금 제 웨딩드레스가 배송 중인데 지금은 대서양 어디쯤을 날고 있으려나요?

 

여러분들께 제가 드레스 입은 모습과 어떤 드레스를 구매했는지 사진으로 보여드리고 싶지만 블로그에 사진 올리는 건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미뤄야겠어요.

 

알렉스가 제 블로그를 구글 번역기를 통해 읽는데 둘째가라면 서러울 열혈 구독자거든요.

 

신랑은 신부의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을 결혼식 당일까지 보면 안된다는 미국의 미신을 믿지는 않지만, 정말 리얼한 First look 을 위해 그 때 알렉스가 저의 드레스 입은 모습을 처음으로 보는거였으면 좋겠어서요.

 

제가 웨딩 드레스 입은 모습을 처음 본 알렉스가 어떤 반응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너무 기대되고 궁금하네요!

 

마지막으로 제가 맘에 드는 웨딩드레스를 고를 수 있도록 시간 내주고 조언해 준 J언니와 H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이번 글은 여기서 마칠게요.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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