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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처음으로 미국인 약혼자와 함께 한국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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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27일 금요일, 미국인 약혼자와의 한국여행 5일 차 이야기입니다!

 

엄마와 함께 롯데월드 타워를 가기로 했던 이 날, 아침 일찍 일정이 없어서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숙소에만 있기 아쉬워서 아침 열 시가 조금 넘어 은행에 가서 환전도 하고 신발도 살 겸 동네를 한 바퀴 둘러보러 나갔어요.

 

날씨가 추울 줄 알고 미국에서 겨울 신발만 챙겨 온 바람에 그동안 저는 마땅한 신발도 없이 털신을 신고 다녔었는데, 날씨가 통 추워질 생각을 안 하니 결국 돌아다닐 때 편히 신을 운동화 한 켤레를 사야겠다고 마음먹었었거든요.

 

그렇게 동네에 있는 LG에 가서 가전제품 구경도 하고 대형 문구점에 가서 알렉스의 조카들에게 선물할 아기자기한 한국 학용품들과 포켓몬 카드를 샀어요. 

 

신발 가게에서 제 마음에 드는 편한 운동화도 샀고요.

 

점심을 먹고 엄마를 만나기로 해서 유학 준비를 하던 시절 자주 갔었던 저의 추억의 식당에 알렉스를 데리고 갔어요.

 

 

화정동 주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식당 "이모네"

 

유학을 준비하던 10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메뉴가 3500원이었는데 그새 6000원으로 오른걸 보니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게 실감 나더라고요.

 

저는 이곳에서 김치수제비를, 알렉스는 김치 알밥을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식당 앞에서 기념사진도 찍었는데 저희 동생이 간판이랑 일부러 옷 맞춰 입은 거냐며 농담으로 묻더라고요.

 

미국에 돌아와서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까지도 알렉스가 패스트푸드 말고 미국에도 이런 저렴하고 건강하게 한 끼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 식당에 다시 가고 싶다며 그리워해요.

 

차에서 잠이 든 알렉스

 

점심을 먹고 숙소에 가서 옷을 갈아입은 뒤 엄마를 만나 엄마 차를 타고 롯데 타워에 갔어요.

 

제가 한국에 살던 시절 롯데 타워는 존재하지 않았어서 롯데 타워에 가려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는데, 큰엄마께서 롯데 콘서트 홀에서 하는 오페라를 기획하셨다고 오페라 공연에 초대해 주셔서 오페라 보러 가는 김에 롯데 타워 구경도 하기로 했거든요.

 

어디를 가든 차와 사람이 많은 서울답게 이 날도 차가 막혀서 한숨 돌릴 틈도 안 주는 스텔라 투어에 지친 알렉스에게 저희 엄마가 의자 뒤로 젖히고 자라고 말씀하시며 재워버렸어요.

 

 그렇게 도착한 롯데타워에서 아쿠아리움 관람부터 시작했어요.

 

저희가 사는 미국 조지아주에 미국에서 가장 큰 아쿠아리움이 있는데, 그곳에 몇 번 가본 탓에 롯데타워의 아쿠아리움은 작게 느껴졌어요.

 

 

알렉스와 아쿠아리움에서

할로윈을 앞둔 시기라 할로윈에 어울리는 테코레이션들이 많았어요.

 

그래도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놓아서 재미있게 구경을 했답니다.

 

아쿠아리움 구경을 하고 나니 배가 고파진 저희는 카페에 가서 빵과 커피를 사 먹고 롯데타워 전망대에 갔습니다.

 

서울과 롯데타워 근처의 경치 동영상이 나오던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참을 올라가니 벤치가 있었고, 벤치에 앉으니 동영상이 재생되었는데, 동영상이 끝나고 커튼이 열리자 창문너머로 눈앞에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롯데타워에서 내려다본 풍경

 

롯데월드가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

 

다음 주에 롯데월드에 가기로 했었는데, 이 날 알렉스가 롯데월드를 한눈에 내려다보고 롯데월드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답니다.

 

우리나라의 익숙한 풍경이었어서 그런지 2022년 여름에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갔을 때보다 더 재미있고 신기했어요.

 

 

2022년 여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관람할 때 뉴욕의 풍경을 보고 "우와, 너무 멋있다!" 라는 생각이었다면, 롯데타워에서 서울의 풍경을 보고는 멋있다는 생각뿐만 아니라 "우와, 우리나라가 이 정도로 발전했구나!" 라는 생각까지 같이 들어서 자랑스럽고 애틋한 마음까지 같이 들던 거 있죠.

 

이 전 글을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한국 전쟁 참전 용사이셨던, 지금은 천국에 가신 알렉스의 할아버지를 기억하고자, 이 전 날 알렉스와 전쟁기념관에 갔다 와서인지 알렉스의 할아버지께서 이 풍경을 보실 수 있으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어요.

 

2020년 크리스마스에 알렉스의 할아버지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뵈었을 때 한국 전쟁에 공군으로 참전했던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그때 제가 지금의 한국은 그때의 한국과 너무 달라져서 한국에 오신다면 이 나라가 그 때 그 나라가 맞나 싶으실 거라고, 우리나라를 지켜주셔서 감사하다고 얘기했었거든요.

 

이 사진들을 할아버지께서 보셨다면 그 옛날 자신이 지켜낸 그 어렵고 가난하던 나라가 이렇게 눈부신 발전을 했다는 것을 믿지 못하셨을까요?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가 되었고, 외국에 나가서 당당하게 한국사람이라고 얘기하는 날이 오기까지 힘들었던 시기를 잘 극복해 선진국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가 정말 자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인생의 3분의 1 이상을 미국에 살았는데도 미국에 아무리 오래 살아도 이런 마음이 드는 걸 보면 저는 뼛속까지 한국인이 맞나 봐요.

 

바닥이 보이던 유리바닥에 겁 없이 올라간 알렉스

 

저는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아래가 내려다보이는 유리바닥이나 다리 위에 못 올라가는데, 겁 없는 알렉스는 잘도 올라가더라고요. 저는 멀리 떨어져 있고 "바보같이 왜 못 올라가냐"라고 한소리 하시던 엄마가 저 대신 알렉스 사진을 찍어주셨습니다!

 

 

한참 동안이나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하고 롯데타워 기념품샵에서 알렉스 부모님과 한국에 관심이 많은 알렉스 조카에게 줄 자석, 그리고 관광지의 자석을 모으는 저를 위한 자석을 구매했습니다.

 

롯데타워 전망대에서 내려와 아빠를 만나 넷이 롯데콘서트 홀 쪽으로 걸어가서 저녁 먹을 식당들을 둘러보았습니다.

 

큰엄마께서 사주신 저녁

 

원래 큰엄마와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었는데, 큰엄마께서 바쁘셔서 못 오시고 저녁 사 먹으라고 돈을 보내주셔서 오페라 공연 시작 전에 맛있는 저녁을 먹었어요!

 

큰엄마께서 추천해 주신 식당이었는데 정갈한 한식이 너무 맛있었어요.

 

저녁을 맛있게 먹고 롯데콘서트 홀에 도착해 큰엄마와 친척동생과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어요.

 

 

공연 시작 전

 

오페라 라보엠

 

미국에서는 문화생활 한번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큰엄마 덕분에 처음으로 멋있는 오케스트라와 어우러진 오페라 공연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초대해 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었어요.

 

원래 오페라가 끝나고 새벽까지 하는 신당동의 떡볶이 집에 가려고 했었는데, 저희 다 너무 피곤했고 그다음 날 아침 저희가 그동안 지냈던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해야 돼서 오페라가 끝나고 집에 와서 바로 잠들었어요.

 

큰엄마 덕분에 생각지도 못했던 롯데타워 구경도 하고 좋은 공연도 볼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한 하루였어요.

 

다음 이야기는 그동안 머물렀던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전주에 가는 이야기입니다.

 

다음 이야기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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