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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족들이 푹 빠진 한국의 전통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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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전의 글에서 제 미국인 남자친구 알렉스의 부모님을 모시고 같이 한인마트를 다녀왔다고 했었잖아요, 다 같이 한인마트 구경을 신나게 하고 저녁으로 한인타운에 있는 샤브샤브를 먹으러 갔었는데, 오늘은 그때 있었던 이야기를 해 보려고요.

 

알렉스와 연애를 시작하면서 한국음식이라고는 미국화된 한국 고깃집인 "코리안 바베큐"만 알던 알렉스를 다양한 한국 식당에 데려가기 시작했어요.

 

삼겹살, 갈비뿐만 아니라 한국의 여러 음식을 접해보고, 한국의 문화를 배웠으면 하는 마음에 미국인에겐 낯설 수 있는 육개장도 먹여보고 된장찌개도 먹여보고 했던 거죠.

 

낯선 음식을 도전하는데 큰 결심이 필요한 저와는 다르게 알렉스는 처음 보는 한국 음식들을 별 거부감 없이 잘 먹어줘서 고마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비록 모든 한국음식을 다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죠.

 

알렉스가 좋아하는 한국 식당 중 무한리필 샤브샤브집이 있는데, 연애 초기에 샤브샤브를 한번 먹어보더니 그때부터 계속 그 샤브샤브집에 갈 때마다 부모님을 모시고 오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얘기했어요.

 

알렉스의 부모님은 펜실베니아주에 사셔서 저희가 살고 있는 조지아주와는 차로 편도 10시간 이상 걸리는데, 그렇다 보니 부모님을 꼭 모시고 오자고 이야기만 하다가 지난 추수감사절에 드디어 알렉스의 부모님을 모시고 샤브샤브를 먹고 왔답니다.

 

무한리필이라 다양한 야채와 어묵, 칼국수면, 만두, 수제비 등의 사리들은 마음껏 갖다 먹을 수 있고, 소고기, 양고기 등의 여러 종류의 고기들은 요청한 만큼 테이블로 가져다주시는데, 떡볶이, 볶음밥, 부침개 등 많은 종류의 한국 음식까지 차려진 넓은 뷔페식 샤브샤브 식당을 보시고 알렉스 부모님께서는 좋아하시면서도 어디서부터 뭘 먹어야 할지 모르시겠다며 어리둥절해하셨어요.

개인위생을 중요하게 생각해 음식을 나누어 먹지 않는 미국 문화에 맞게 각자 작은 냄비에 샤브샤브를 끓여 먹습니다.

이 사진들은 예전에 남자친구와 둘이 샤브샤브를 먹으러 갔을 때 찍은 사진이에요!

 

샤브샤브를 처음 드시는 알렉스의 부모님께 어떻게 먹어야 되는지 설명드리고 뷔페를 같이 한 바퀴 돌며 한국음식들을 소개해 드렸어요.

 

한국 음식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통음료인 식혜와 수정과도 있었는데, 계피향이 강해서 제 입맛에는 잘 안 맞는 수정과 대신 달달해서 남녀노소 다 좋아할 만한 식혜를 두 분께 추천해 드렸어요.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식혜와 수정과 둘 다 드셔보시더니 두 분 다 계피향이 강하게 나는 수정과가 너무 맛있다며 몇 번이고 가져다 드셨지요.

 

평소 단 음식을 별로 안 좋아하는 알렉스까지도 수정과의 매력에 푹 빠져서 신나게 수정과를 마시더라고요.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나고 펜실베니아주의 댁으로 돌아가셔서 알렉스 어머니 티아여사는 인터넷에 나와있는 수정과 레시피를 찾아 직접 집에서 만드시기까지 하셨어요.

 

크리스마스 전에 알렉스 부모님께서 조지아주에 한번 더 오셨는데, 샤브샤브집에서 수정과를 맛있게 마시던 알렉스 부모님의 모습, 그리고 집에서 티아여사가 만든 수정과는 샤브샤브집에서 마셨던 수정과와는 많이 달라서 아쉬웠다고 얘기하셨던 게 생각나 한인마트에서 수정과 두 병을 사다 놨었어요.

 

알렉스 부모님이 펜실베니아주로 돌아가실 때 가져가셔서 드시라고 수정과를 드렸는데 며칠뒤 티아여사께 잘 마시고 있다고 고맙다며 연락이 왔었답니다.

 

크리스마스 연휴에는 저와 알렉스가 알렉스 부모님 댁에 다녀왔는데, 크리스마스 이틀 전 알렉스의 부모님, 이모, 이모부와 저녁을 먹으며 티아여사께서 이모 부부께도 수정과를 권유하셨답니다.

알렉스의 최애 음료가 되어버린 수정과

수정과를 맛보신 이모와 이모부께서도 수정과가 너무 맛있으시다며 인터넷으로도 수정과를 주문할 수 있는지 찾아보기까지 하셨어요!

 

달달한 식혜는 좋아해도 한국에 태어나 자라면서 수정과 특유의 향 때문에 수정과에는 별 관심 없었는데, 이렇게 미국 가족들이 수정과에 푹 빠져서 한국의 전통 음료를 즐기는 모습이 참 신기하게 느껴졌답니다.

알렉스의 가족들과 한국의 문화를 나누고 한국의 전통음료인 수정과를 소개할 수 있어서 귀한 시간이었고, 낯설 수 있는 한국의 전통음료를 거리낌 없이 시도해 보시던 알렉스의 가족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답니다.

 

수정과를 맛있게 마시는 모습을 보니 알렉스 가족분들께 다른 한국음식들도 소개해드리고 싶더라고요.

 

여자들끼리 모여 삼시세끼 요리만 하는 한국 명절과는 다르게 미국의 명절은 보통 가족마다 한 두 개의 요리를 해 와서 한 끼 먹고 잠깐 놀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데, 다음 명절엔 불고기나 갈비 등 미국 아이들도 쉽게 먹을 수 있는 한국 음식을 만들어서 대접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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