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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의 미국이야기/미국에서의 일화

미국인 남자친구가 한국식당에서 느낀 한국의 정(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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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요즘 블태기(블로그+권태기)를 겪으며 극복하려고 노력 중인 저는 지난 한 주를 쉬고 오랜만에 다시 제 블로그로 돌아왔습니다.

 

한 주 동안 블로그는 잠시 내려놓고 제 미국인 남자 친구 알렉스랑 미국에서 "코리안 바베큐"라고 불리는 한국 고깃집에도 갔다 오고 같이 요리도 하고 봄바람도 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요, 따뜻해진 날씨 덕이였는지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해서였는지 정말 행복했던 한 주였답니다.

 

지난주 내내 제가 느꼈던 감정인 "행복"은 영어로 "happiness"인 것처럼 거의 모든 한국어 명사들은 영어로 바로 번역될 수 있는 영어 단어가 있기 때문에 한국어에서 영어로의 번역이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한국인들이 매일 쓰는 단순한 명사임에도 불고하고 영어 단어 중 딱 맞는 단어가 없어 번역이 곤란한 단어가 있는데요, 바로 한국인들이 말하는 정(情)이지요.

 

인터넷에서 정(情)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면 "오랫동안 지내 오면서 생기는 사랑하는 마음이나 친근한 마음 또는 느끼어 일어나는 마음 (출처: 다음 사전)"이라고 나오는데요, 영어사전에서 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영어단어들인 feeling, heart, affection, attachment와 우리가 알고 있는 은 분명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가 있습니다.

 

영어권 국가에서 오래 사신 분들은 한국인들이 말하는 과 위의 영어단어들의 미묘한 뉘앙스 차이를 아실 텐데요, 오늘은 제 미국인 남자 친구가 한국 식당에 가서 느낀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 소개하려고 해요!

 

제 남자 친구 알렉스가 제일 좋아하는 한국음식은 불고기라 알렉스는 "코리안 바베큐"식당에 가는 걸 좋아합니다.

 

저랑 막 연애를 시작했을 때는 비계를 싫어해서 삼겹살같이 비계가 있는 고기는 잘 먹지 않다 보니 코리안 바베큐 식당을 별로 안 좋아하는 듯했는데, 언젠가부터 채소 없이 불고기 양념에 재운 고기를 불판에 구워 먹는 미국식 불고기에 푹 빠졌거든요.

 

예전에 알렉스, 알렉스의 친구 A, 그리고 지금은 전 여자 친구가 되었지만 그 당시 A의 여자 친구였던 T와 저까지 넷이서 코리안 바베큐를 먹으러 갔다 왔었다는 글을 올렸었죠?

 

2021.02.16 - 미국 친구들이 말한 한국 식당의 유일한 단점

 

미국 친구들이 말한 한국 식당의 유일한 단점

저와 친구가 된 미국인들이라면 한 번 씩은 꼭 거쳐가야하는 관문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에서 "코리안 바베큐"라고 불리는 한국식 고깃집에 가서 제가 정성껏 구워 준 고기를 먹어야 되는 것 인

stelladiary.tistory.com

이 날 코리안 바베큐좀 먹어봤다는 알렉스는 코리안 바베큐는 처음이었던 친구들에게 이것저것 소개해주며 "한국의 Side dish(반찬)들은 낯설다 보니 우리가 안 좋아할까 봐 낭비하지 않기 위해 처음에는 조금씩만 주는데 반찬 리필해달라고 하면 무료로 엄청 많이 갔다 줘~"라고 얘기하더라고요.

 반찬을 무료로 무한 리필해주는 문화가 낯선 미국인 A와 T는 웨이터가 가져다준 리필을 보고도 또 한 번 놀랐는데요, 무쌈과 무 생채를 두배는 큰 접시에 가득 담아 저희 식탁에 올려주었거든요!

이 코리안 바베큐 식당뿐만 아니라 지난주에 알렉스와 저 둘이서 갔던 다른 코리안 바베큐 식당도 마찬가지였어요.

 

알렉스가 무쌈이랑 양파절임을 너무 좋아했는데 더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니 정말 많이 가져다주셨더라고요.

 

쌈장 리필을 요청했을 때도 종지 가득 가져다주셔서 알렉스랑 이걸 다 어떻게 먹냐며 얘기했던 기억이 나네요.

알렉스를 코리안 바베큐 식당에 처음 데리고 갔었을 때 리필이 무료라는 것과 웨이터가 가져다준 반찬의 양을 보고 놀랐었는데, 저는 그런 알렉스에게 "한국어에 정(情)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영어단어 affection과 비슷하면서도 뉘앙스가 달라서 영어단어로 딱히 번역할 수 있는 단어가 없어. 그런데 이렇게 우리가 좋아하는 반찬을 리필해달라고 했을 때 무료로 리필 해 주는 것, 그리고 반찬을 잘 먹으니까 많이 가져다주는 게 한국의 문화중 하나야. 내가 너한테 밥은 먹었냐고 자주 물어보는 것도 그 중 하나고."라고 말해줬어요.

 

조금 미국화 된 이런 코리안 바베큐 식당 말고도 가끔 저 혼자 한인타운에 있는 정통 한국식당에 가서 찌개나 국밥을 먹고 올 때가 있는데, 그때 한국어로 반찬 리필을 요청하면 한국 아주머니들께서는 제가 한국인인걸 아시곤 저에게 반찬이 맛있냐며 많이 먹으라는 말과 함께 뿌듯한 얼굴로 그릇 가득 반찬을 가져다주신답니다.

 

한국인이 거의 없는 제가 사는 이곳에선 느낄 수 없는 한국의 정과 넉넉한 인심을 한국식당에 가면 종종 이렇게 느낄 수가 있는데 그때마다 참 마음이 따뜻해진답니다.

 

이 글을 읽으시면서 "웨이터가 왔다 갔다 하기 싫으니 한 번에 많이 갔다 주는 거 아니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으실 텐데, 미국의 여느 식당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한국식당이라고 해도 대부분 호출벨이 없어서 웨이터가 수시로 왔다 갔다 한답니다.

 

특히 All-You-Can-Eat이라고 하는 무한리필 코리안 바베큐 식당에서는 웨이터에게 주문을 계속 넣어야 하니 웨이터가 자주 테이블로 와서 필요한 것이 없는지 확인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음식을 많이 갔다 줄 필요도 없는데요, 그냥 반찬을 무료로 무한정 리필 해 주는 문화 자체가 한국의 정 문화에서 비롯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음식값과 별도로 웨이터나 웨이트리스에게 팁을 줘야하는 미국인지라 반찬을 몇번 리필 해 먹을 경우 양심상 팁을 좀 더 내긴 하지만요.

 

누군가가 힘들어하고 있으면 "밥은 먹었니?"라는 질문부터 시작하는 한국인들의 정(情)과 밥을 안 먹었다고 하면 뭐라도 해서 먹이는 한국인들의 넉넉한 인심은 세계 어느 인종에게도 느낄 수 없는 감정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국 식당에 가서 따뜻한 밥 한끼 먹고 오면 마음이 따뜻해지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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