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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사는 내가 한국 음식보다 더 그리워하는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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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립 고등학교 교환학생으로 처음 미국에 왔던 꿈 없고 철없던 만 15살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미국 생활 7년 차가 되었고 미국 간호사라는 직업도 얻었습니다.

미국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엔 일 년에서 일 년 반에 한 번씩 방학 때마다 한국에 갔었고 영어로 증상을 설명하는 게 무섭기도 해서 미국에서 아픈 곳이 있으면 꾹 참았다가 한국에 돌아가 병원에 갔지만, 미국에서 7년을 살다 보니 어마 무시한 미국의 병원비와 약값을 내면서도 미국 병원에 가는 것이 익숙해졌고 미국 간호사이다 보니 영어로 제 증상을 설명하는 일도 별 거 아닌 일이 되었습니다.

미국인들과 어울리며 미국에서 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만큼 영어실력도 많이 늘어서 일상생활하는데 별 어려움 없이 살 수 있게 되기도 했고요.

교환학생 시절 살았던 미시간주의 시골부터, 대학 시절을 보냈던 조지아주 남부의 작은 동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중소도시까지 저는 한국인이 거의 없는 동네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조지아주의 중소도시는 애틀란타 한인타운에서 차로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는데, 왕복 3시간 이상의 거리를 매번 왔다 갔다 할 수 없어서 시골에 살던 미국 생활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국음식이 먹고 싶으면 미국의 마트에서 한국 식재료를 대신할만한 미국 식재료들을 찾아 아쉬운 대로 한국 요리를 하곤 한답니다.

먼 한인타운에서 한국 식재료를 사 오거나 바쁠 땐 한국 식재료를 대체할 수 있는 재료들로 요리하다 보니 매번 번거롭고 미국에 오래 살다 보니 미국 음식도 이제는 익숙해져서 지금은 아프거나 몸이 안 좋을 때를 빼고는 거의 한국음식을 먹지 않게 되었지만 말이죠.

미국 대학교 시절, 방학을 맞아 한국에 갔다 올 때면 이것저것 바리바리 싸 들고 미국에 돌아왔었습니다.

한국의 화장품부터, 여성용품, 인공눈물, 상비약, 옷, 여분의 안경과 렌즈, 아기자기한 학용품들을 포함해 그 품목도 다양했는데요, 수화물 규정 때문에 미국에 제가 원하는 물건들을 다 들고 들어오지는 못하니 양념, 즉석식품, 과자와 사탕 등 한국 음식들은 박스에 넣어 제가 미국에 돌아가자마자 받을 수 있도록 방학이 끝나고 미국에 돌아오기 직전 우체국 택배를 통해 미국의 제 주소로 보내곤 했었어요.

한국에서 지구 반대편 미국까지 보내는 그 택배비도 한 박스당 15만 원 이상씩 했었는데 그렇다 보니 어쩔 때는 물건값보다 택배비가 더 비쌌지요.

비싼 택배비에 매번 이렇게 한국에 갈 때마다 필요한 한국 물건들을 한꺼번에 많이 사 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 미국 생활 연차가 쌓일 수 록 웬만한 물건들은 한국에서 사 오거나 택배로 받는 대신 미국에서 사게 되었답니다.

병원비와 약값이 비싼 미국은 마트에서도 처방전 없이 정말 다양한 약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게 되어있는데, 한국에서 진통제, 소화제 등을 사 오는 대신 미국에서 간호학과를 다니며 배운 지식으로 미국 마트에서 제가 필요한 약들을 고를 수 있게 되었고 여성용품 또한 제게 맞는 미국 브랜드의 여성용품을 찾아 미국 제품을 쓰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노출이 흔한 미국 옷들 대신 아기자기한 한국 옷들을 좋아했었는데 이제는 한국 옷 대신 미국 옷을 더 선호하게 되어서 한국에 마지막으로 갔던 미국 대학교 마지막 학기 전 겨울방학엔 한국에서 옷 쇼핑도 거의 하지 않았답니다.

제 인생의 4분의 1 이상을 미국에 살면서 달고 짜고 기름진 미국 음식들을 잘 먹게 되었고 이렇게 한국 물건들 중 대체용품을 찾기도 하고 한국스타일보다는 미국 스타일의 옷들과 신발을 더 좋아하게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제가 미국에서는 절대 사지 않고 무조건 한국에서 부모님께 택배로 받는 것이 있습니다.

제가 한국에 가면 하루 걸러 먹는 한국 음식인 곱창, 떡볶이, 순댓국은 없이 살아도 미국에서 이거 없으면 절대 못 살겠더라고요.

며칠 전 미국에서는 도저히 구할 수 없어서 비싼 택배비에도 불고하고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이것"좀 보내달라고 부탁까지 했었어요.

제가 한국음식보다 더 그리워하고 미국에서 없이는 못 사는 이것은 바로 한국 양말입니다!

한국에서 온 아기자기한 양말들
미국인들에게 선물했을 때 예쁘고 편하다고 정말 좋아했어요!


이 양말들은 일 년 반 전쯤 한국에 있는 부모님과 동생에게 부탁해서 제 취향대로 골라 보내주신 양말들이에요.

상자 가득 꾹꾹 눌러 담아 보내주셔서 미국 친구들과 제 일을 잘 도와준 동료 간호사들에게 몇 켤레 나눠 주고 저도 많이 꺼내 신었는데도 아직도 이만큼이 남았답니다!

그런데 다 발목까지만 오는 양말들이라 제 취미인 피겨스케이트도 타고 비 오는 날 장화도 신으려면 발목 위로 올라오는 긴 양말이 필요했는데, 이곳저곳을 다 돌아다녀봐도 한국 양말 재질의 양말은 파는 곳이 없더라고요.

아쉬운 대로 아마존에서 발목 위로 올라오는 양말을 사 봤지만 마찬가지로 한국 양말과는 영 딴판이었고요.

선물로 받은 익숙해지려고 몇 번 신어봤는데도 절대 익숙 해 지지 않는 미국 양말


빳빳하고 보풀이 잘 일어나지 않는 한국 양말과 달리 미국 양말은 미끌미끌하고 몇 번 빨면 보풀도 잘 일어납니다.

한국 양말은 운동화를 신고 뛸 때 발을 잘 고정시켜주는 느낌이라면 미국 양말은 미끌미끌하고 얇아서 운동화 속에서 발이 움직이고 땀 흡수도 잘 안돼서 특히 더운 여름엔 찝찝한 느낌이 들어요.

매번 부모님께 부탁해서 비싼 국제 택배비를 내가며 양말을 받을 순 없으니 제가 이곳저곳을 다니며 제게 맞는 양말을 찾아보려고 노력도 많이 했지만 등산용이나 스포츠용으로 나온 두꺼운 양말을 제외하고는 다 이런 재질의 양말이더라고요.

미국 생활 7년 차인데도 한국 양말을 대체할 만한 미국 양말은 아직도 찾지 못한 걸 보면 정녕 양말은 한국에 나갈 때마다 몽땅 사 오는 수밖에 없나 봐요.

교환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저는 한국 양말만 신는데 미국 대학생 때 방학을 맞아 한국에 갔다 올 때마다 한국 양말을 제가 직접 골라 사 올 수 있던 시절이 그리워요!

지금 이 글을 쓰며 며칠 전 부모님께서 보내신 택배 배송 조회를 해보니 곧 제 택배가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탄다고 나오네요.

이 글이 제 블로그에 올라갈 때쯤이면 제 새 양말들은 저희 집까지 무사히 잘 도착을 했을까요?

이번에는 긴 양말들을 정말 많이 보내신 것 같은데 택배를 받으면 이렇게 좋은 한국 양말을 제 주변 미국 친구들이랑 나눠 신어야겠어요!

혹시 아나요? K-Pop에 이어 제 나눔으로 K-양말도 유명해 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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