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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의 미국이야기/재미있는 미국문화

미국간호사는 왜 항상 청진기를 목에 걸고 다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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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간호사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불특정 다수로부터 혹은 SNS에 목에 청진기를 걸고 찍은 사진을 올릴때면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나 지인들로부터 종종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미국 간호사들은 왜 항상 청진기를 목에 걸고 다니나요?"


그 질문을 듣고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간호사니까 목에 청진기를 걸고 다니지요." 였습니다.


질문을 처음 들었을 때는 조금 황당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생각해보니 한국 병원에 입원 해 본 적이 없어서 모르지만 다큐멘터리를 봤을 때 한국 병원에서 청진기를 목에 걸고 다니는 간호사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 질문을 미국인들로부터는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걸 보면 미국병원에서 간호사가 청진기를 목에 걸고 다니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 같고요.


병원에 가면 의사가 청진을 하듯 미국 병원의 입원 환자들에게 의사, 간호사 모두 청진을 합니다.


나이트 간호사에게 인계를 받고 나면 보통 8시가 되기 전 물과 아침약을 준비해서 청진기를 목에 걸고 환자의 병실에 들어가지요.


환자를 사정하고, 약을 주고, 저의 경우는 각 병실마다 있는 컴퓨터로 환자의 바로 옆에서 차팅을 시작합니다.


저희 병동의 경우 한 간호사당 보통 다섯 명의 환자를 보는데, 대부분의 간호사들은 다섯명의 환자에게 약을 주고 사정을 한 뒤 간호사 스테이션에 나와 한꺼번에 다섯명의 환자들의 차팅을 합니다.


저처럼 방에서 환자를 사정하고, 컴플레인도 들어주고, 아침 약을 주고, 차팅을 끝내고 나면 보통 한 환자당 3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상처치료를 해야 한다거나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한 시간 가깝게 걸리는 경우도 종종 있답니다.


차팅을 할 때 환자의 정신이 멀쩡한지부터 소변색은 어떤지, 마지막 생리는 언제였는지, 신체 이곳 저곳의 맥박은 잘 뛰고 있는지, 오른쪽 왼쪽 팔다리 모두 힘이 있는지, 피부에 상처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상태인지까지 모두 꼼꼼히 작성해야합니다.


그중 놓치면 안돼는 중요한 것들이 폐 소리는 어떤지, 배의 모든 곳에서 소리가 나는지, 심장소리는 어떤지를 기록하는 것이지요.


출처: https://journals.rcni.com/nursing-standard/how-to-auscultate-for-heart-sounds-in-adults-ns.2017.e10965


실제로 간호학과 첫 학기 Health Assessment(건강사정) 이라는 과목을 배울 때 청진기의 구조와 어떨 때 Bell로 소리를 들어야하고 Diaphragm  으로 소리를 들어야하는지 자세히 배운답니다.



환자의 Cardiovascular system(심혈관계)를 사정 할 때는 Heart murmur(심장 잡음) 없이 S1과 S2(심장 뛰는 소리)가 잘 들리는지 차팅해야하고, 혈압이 너무 높게 나오거나 낮게 나올 경우 간호사가 옛날 방식인 수동 혈압계와 청진기로 혈압을 잴 때도 청진기가 필요하고요.


Respiratory system(호흡계)를 사정 할 때는 폐의 다섯개 Lobe 모두 잡음 없이 선명한지, 아니라면 어떤 소리가 들리는지, 숨 쉴때 폐의 소리가 너무 작진 않은지 각각 차팅해야 하지요.


Gastricintestinal system(소화계)도 마찬가지로 십자가 모양으로 배를 나누었을 때 네 곳 모두 Bowel Sound(장의 활동음)이 어떤지까지 사정하려면 청진기는 간호사들에게 없어선 안 될 친구랍니다.


환자를 사정하고 차팅을 해야하는 아침시간 뿐만아니라 청진기는 하루종일 필요한데요, 환자들이 다양한 이유로 수액을 맞고 있을 때, 심장 또는 신장의 문제로 몸에 있는 Fluid를 감당하지 못해서 부종이 온다거나 숨가쁨을 호소 할 때  폐에 물이 고이지 않았는지 청진기로 폐소리를 들어봐야 하지요.


간단히 말해서 Fluid가 온몸을 순환하려면 심장에서 강하게 온몸으로 펌프해주고 Fluid가 너무 많아지면 신장을 통해 소변의 형태로 배출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몸에 그냥 고여서 부종을 만들거나 그 넘치는 Fluid가 폐로 가서 청진기로 들었을 때, 폐에서 물 끓는 듯한 소리(crackles)가 나거든요.


이럴 때는 의사에게 노티해서 수액 오더를 Discontinue 하거나 속도를 늦춰야 하지요.


또한 입으로 식사를 할 수 없는 환자들의 Tube Feeding(경관영양-관을 통한 영양 섭취)을 할 때도 청진기는 필수랍니다.


각각의 병원의 청잭에 따라 관의 위치가 올바른지 파악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저희 병원의 경우엔 청진으로 관의 위치를 파악합니다.


한국에서 흔히 "콧줄" 이라고 부르는 Nasogastric tube(NG tube-코위 영양관)이 폐로 가지 않고 위에 정확히 있는지 확인하기 위에 Tube feeding을 하거나 튜브를 통해 약을 줄 때마다 주사기로 약간의 바람을 넣어 청진기로 명치 바로 아랫부분(위)의 소리를 듣는데 "쉬익~" 하는 소리가 들리면 Tube feeding 을 시작해도 된답니다.


NG tube로 feeding을 하는 환자들 뿐만 아니라 아예 배에 구멍을 내서 Tube를 삽입한 환자들의 Feeding때도 Bowel sound가 있는지 매번 확인해야 하지요.


이런 환자들의 경우는 침대에서 못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움직이지 않으면 장의 활동도 줄어들고, Bowel Sound가 없다면 장이 움직이지 않으니 위에 그냥 음식물이 남아있을 수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의사들이 깜빡잊고 청진기를 안 가져왔을 때 간호사 스테이션으로 와서 간호사들의 청진기를 빌리기도 한답니다!


이렇게 청진기가 매번 필요하다보니 주머니엔 넣기 힘든 청진기를 목에 걸고 다니지요.


괜히 멋있어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근무 중 잠깐 짬을 내어 찍은 사진이에요!



왼쪽의 분홍색 청진기는 제가 널싱스쿨을 시작 할 때 부터 사용하고 있는 청진기에요! Diaphragm 부분에 제 이름이 새겨져 있답니다. 평범한 검은색 청진기는 입사때 병원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거에요.


이제 왜 미국 간호사들이 청진기를 목에 항상 걸고다니는지 잘 아시겠지요?


이 글을 쓰다보니 한국의 간호사 선생님들은 왜 청진기를 가지고 다니시지 않는지가 궁금해 지네요.


이 글을 보시는 한국 간호사 선생님들이 계시다면 댓글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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