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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의 미국이야기/미국에서의 일화

내가 미국에서 한국 이름을 쓰지 않는 세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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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스텔라"라는 이름으로 7년째 살고 있고, "스텔라"를 필명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독자분들께 왜 한국인이 미국에서 한국 이름 대신 영어이름 "스텔라"를 쓰는지 종종 댓글로 물어보셨습니다.

 

한국 이름을 써서 미국인들에게 한국 이름을 익숙하게 만들어주라는 조언도 있었고 그중엔 한국인인것이 부끄러워서 한국이름을 버리고 영어이름을 쓰는거냐며 뜬금없이 동양인을 싸잡아 욕하는 악플 수준의 댓글도 있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고하고 저는 꿋꿋히 미국에서 영어이름 "스텔라"를 쓰고 있답니다.

 

제 주변에 유학생들을 보면 대부분은 그냥 한국이름을 쓰는데요, 저에게 물어보시진 않으셨지만 제 독자분들중에 제가 왜 굳이 미국에서 한국이름 대신 영어이름을 쓰는지 궁금하셨던 분들 계시죠?

 

지금부터 제가 미국에서 한국 이름을 쓰지 않는 이유를 얘기 해 드릴게요.

 

1. 내 한국이름은 미국인들에게 발음이 어렵다.

 

미국 공립 고등학교 교환학생 때랑 미국 대학생 시절, 학기 초만 되면 선생님들과 교수님들은 낯선 이름들 때문에 출석을 부를 때마다 애를 먹으셨습니다.

 

교환 학생 시절 공립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 대부분이 미국인이니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세계 각 국에서 온 학생들이 모인 미국 대학교에선 출석을 부르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였거든요.

 

미국인들의 이름 중엔 제시카, 로렌, 알렉스 등의 쉬운 이름(first name)에 스미스, 존슨, 앤덜슨 등의 흔한 성을 가진 경우도 많지만, 이민자들의 나라인만큼 아로자베, 샤훌, 얄브로 등의 읽는것과 발음이 어려운 성을 가진 이름도 많았고, 반대로 제 한국 이름처럼 이름은 발음하기 어렵지만 쉬운 성(Kim)을 가진 경우도 간혹 있었어요.

 

특히나 알파벳과 실제 발음이 다른 이름과 성들이 많아서 교수님들이 출석을 부르며 진땀을 빼시는 경우가 학기초에는 정말 많았답니다.

 

그래서 교수님들께서는 본인이 틀리게 발음했으면 고쳐주고 출석부에 써 있는 이름대신 불리고 싶은 이름이 있다면 알려달라고 학생들에게 말씀하신답니다.

 

제 한국이름은 불특정 다수가 보는 블로그에 밝히고 싶지 않아서 제 한국 가명을 이 글에서 "김땡땡"으로 부를텐데요, 미국 대학교 간호본과 (3, 4학년)에 입학하기 전 예과 과목 (1, 2학년) 수업을 들을 때, 학기 초에 교수님들이 출석을 부르다 잠시 멈추시고 출석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계시면 제가 먼저 손을 들고 "Is that 땡땡 킴?, That's me. I go by Stella so you can call me either way (그 이름 김 땡땡인가요? 그거 저예요. 저 스텔라라고도 불리는데 땡땡이나 스텔라나 둘중 하나로 불러주시면 되요.)"라고 먼저 말 해줬답니다.

 

교수님들 중엔 제 한국이름이 이국적이라 예쁘다며 서툰 발음으로 저의 한국이름을 불러주시는 분들도 계셨는데요, 간혹 제가 스텔라라고 불러달라고 얘기 했음에도 제 이름대신 "Ms. Kim" 이라고 부르는 교수님도 계셨어요.

 

제 한국이름이 미국인들에게 발음하기 얼마나 어렵냐면 공립 고등학교 교환 학생 시절 저를 돌봐주신 인연으로 지금까지 9년째 제 미국엄마가 되어주신 제 호스트맘도 제 이름을 아직도 틀리게 발음하시고요, 제 미국인 남자친구 또한 탱탱이든 땡땡이든 댕댕이든 음의 높낮이 차이라고 우기면서 제 한국이름을 정확히 발음하지 못한답니다.

 

호스트맘과 제 남자친구도 이 정도인데 저를 그냥 아는 정도의 미국인들은 제 한국이름을 발음 할 수도, 발음을 할 수 없다보니 기억 할 수 도 없는거죠. 

 

미국 간호 본과에 입학 한 뒤로는 간호학과 건물에서 저를 다 아시는 간호학과 교수님들에게만 수업을 듣다보니 아예 출석부를 등을 포함한 비공식적인 서류에 이미 다 스텔라 라고 나와있어서 따로 알려줄 필요가 없어 정말 편했답니다.

 

 

 

일 할 때 항상 유니폼에 달고 일하는 저의 미국병원 뱃지 입니다!

 

한국병원에서는 간호사를 부를 때 간호사 선생님이라고 부르지만 미국 병원에서는 그냥 간호사의 이름을 부르는데, 제가 간호사로서 일을 하며 병원에서도 영어이름을 쓰다보니 환자분들도 저를 편하게 스텔라라고 부를 수 있지요.

 

2. 미국 사회에 동화되고 싶었다.

 

제 한국이름은 누가 들어도 뼛속까지 한국적인 이름입니다.

 

미국인들에게 발음이 힘들 뿐만아니라 어떤 미국인들이 봐도 제 한국이름은 외국인의 이름이지요.

 

미국에 처음 왔던 공립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에게 제 한국이름과 영어이름을 같이 가르쳐주곤 했었는데 그때마다 제 한국이름을 어떻게 쓰고 어떻게 발음하는지, 누가 지어줬는지, 무슨 뜻인지, 심지어는 어떻게 그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까지 저에게 물어보기도 했었고 두 이름을 같이 가르쳐주다보니 혼란스러워하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한 두명이 제 한국이름에 대해 저에게 질문하면 좋은 마음으로 이야기 해 줄 수 있지만,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국적이고 유니크한 이름이라며 제 한국이름에 대해 물어보니 외국인이라는것이 티나는 이름으로 미국에 사는 것도 썩 좋은 것만은 아니더라고요.

 

만약 한국에 사는 여러분들의 이름이 앙뚜아네트라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많은 다른 한국인들이 여러분들에게 앙뚜아네트가 무슨뜻이고, 정확한 발음은 뭐고, 어떻게 적고, 어쩌다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냐고 물어보겠어요.

 

그리고 여러분이 아무리 한국에서 오래 살았고 한국어를 잘한다 해도 이국적인 이름때문에 다른사람들이 여러분들을 항상 이방인이라고 느낄 수 도 있겠지요?

 

미국인들의 끊임없는 이름에 대한 질문에도 스트레스를 받았었지만, 미국대학교 마지막 학기에 직업을 찾으며 이력서를 돌릴 때에도 혹시 외국인 신분이라서 취업에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외국인인것이 티나는 제 이름이 은근 스트레스였어요.

 

공식 서류인 제 미국 대학교 졸업장과 간호사 면허에는 제 법적 이름인 한국이름으로 나올테니 이력서에는 꼭 한국이름을 썼어야 됐었거든요.

 

미국에서는 이력서에 절대 사진을 붙이지 않기 때문에 이름만 미국적인 이름이면 인터뷰때까지 그 사람이 무슨 인종인지, 외국인 인지 미국인 인지 고용주들은 잘 몰라요.

 

물론 외국적인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부모님이 이민자이시고 본인은 미국에서 나고 자란 경우도 종종 있긴 하지만요.

 

3. 미국에서는 법적 이름대신 불리고 싶은 이름으로 불리는게 당연하다.

 

교환학생 시절부터 쭉 영어이름을 써오다 보니 지금은 제 한국이름보다 영어이름 스텔라가 더 익숙합니다.

 

대학 시절 내내 성적증명서, 졸업장 등 공식 서류를 제외한 모든 서류에 저의 한국이름 대신 영어이름 Stella Kim이 적혀 있었고, 미국 간호사가 되어 병원에 취직하고 나서도 영어 이름을 쓰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저를 스텔라 라고 부르거든요.

 

미국에서 만난 한국인 유학생들도 저를 스텔라 라고 부르고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서도 제 한국이름대신 영어이름으로 부를때도 많고요.

 

어떻게 법적인 이름(Legal name)인 한국이름 대신 정말 뜬금없는 영어이름 Stella 를 쓰는게 가능한지 물어보신다면, 미국에서는 법적인 이름 대신 축약된 이름이나 별명, 또는 불리고 싶은 이름을 쓰는 것이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렇다보니 동양인인 제가 법적 이름 (한국 이름) 대신 다른 이름 (영어 이름)을 쓰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이지요.

 

미국인들만 하더라도 본명으로 불리지 않는 사람이 정말 많아요.

 

오죽하면 매 새학기마다 출석을 부를때 불리고 싶은 이름이 있으면 말 해 달라고 교수님께서 출석을 부르시며 학생들에게 얘기하시겠어요.

 

제 블로그에 자주 등장하는 입사동기 그레이스의 원래 이름은 매들린이고요, "그레이스"는 원래 그레이스의 미들네임인데 매들린보다 그레이스가 더 좋다고 퍼스트네임 대신 미들네임을 퍼스트 네임처럼 쓰고 있어요.

 

※미들네임이 없는 경우도 아주 드물게 있긴 하지만 보통 미국인들의 이름은 퍼스트네임(이름)-미들네임(중간이름)-라스트네임(성)으로 구성되어 있답니다! 교환학생 시절 미국 친구들이 제 미들네임이 뭐냐고 물어봤었는데, 제가 한국인들은 미들네임이 없다고 하니 제 미들네임을 벨라라고 지어줬어요. 그래서 저의 비공식적인 풀 네임 (전체이름)은 스텔라(퍼스트네임)-벨라(미들네임)-김(성) 입니다.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서로의 미들네임은 잘 몰라요

 

제 남자친구 알렉스도 원래 이름은 알렉산더고요, 알렉스의 아버지 마이크도 원래는 마이클이에요!

 

알렉스의 베스트 프랜드인 알레산드로는 앞글자 두개만 따서 엘(AL)이라고 불린답니다.

 

미들네임을 쓰거나 축약형 이름을 쓰는 경우보다는 흔하지 않지만 저처럼 법적인 이름과 전혀 관련없는 이름을 쓰는 경우도 있답니다.

 

이렇게 이름주인 마음대로(?) 정한 이름을 쓰다보니 공식적인 행사가 있을 때는 이름때문에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아요.

 

제 대학교 졸업식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졸업 신청서에 아예 졸업식에서 불리고 싶은 이름을 쓰라는 칸이 따로 있었어요.

 

졸업장에는 본명으로 나와있을지언정, 공식적인 학교 행사인 졸업식에서 조차 본명대신 평소에 쓰는 다른 이름을 쓸 수 있는거죠.

 

미국대학교 졸업식에서는 졸업생 한명 한명의 이름을 다 불러주고, 본인의 이름이 불리면 졸업생 한명씩 단상에 걸어나가 졸업장을 받는답니다!

 

한국 간호학과는 실습을 나가기 전 나이팅게일 선서를 하지만 미국의 간호학과는 졸업 할 때 쯤에 뱃지를 달아주는 피닝 세레모니를 하는데, 저는 학교에 요청해서 피닝 세레모니에는 땡땡 스텔라 킴으로, 피닝 세레모니보다 공식적인 졸업식에서는 제 법적이름이자 자랑스러운 한국이름인 땡땡 킴으로 불러달라고 했었어요.

 

제 요청은 받아들여졌을까요?

 

 

 

피닝세레모니때 나눠줬던 간호학과 졸업생 이름이 담긴 책자예요.

제 요청대로 책자에도 땡땡 스텔라 킴으로 나와있었고, 피닝세레모니에서 교수님도 땡땡 스텔라 킴으로 저를 불러주셨어요.

 

 

 

이건 졸업식에서 받은 졸업생 명단인데, 제 요청대로 땡땡 킴이라고 나와있었고요.

(그나저나 저 졸업신청서 작성할때 제 출신지를 Gyeonggi-do, South Korea라고 적어서 냈던 것 같은데 칸이 모자랐는지 경기도를 편집자 마음대로 짧게 줄여버렸네요.)

 

 

 

  졸업장에는 제 한국이름 땡땡 킴으로 잘 나와있었어요!

 

(한국에 있는 친구가 제 졸업장을 보더니 글씨체가 왜 이러냐고 짝퉁 졸업장 같다고 했는데, 미국 졸업장들 글씨체는 원래 이래요ㅎㅎ)

 

공립 고등학교 교환 학생 때 받은 제 Year book (해마다 출간되는 전교생 이름과 사진이 담긴 엘범)을 구매 할 때도 법적인 이름 대신 이름 주인이 원래 쓰고 선호하는 이름으로 이름을 넣을 수 있었는데, Year book에는 제 요청대로 Stella Kim으로 나와있답니다.

 

독자분들 중에 한국에 유학온 미국인 이름이 철수면 어색한 것 처럼 동양인의 이름이 스텔라면 이상하지 않냐고 하시는 독자 분들이 계셨는데 미국은 전 세계 각국에서 온 이민자들이 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동양인의 이름이 제니퍼이든 트레비스이든 전혀 이상하지 않답니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이민 2세들은 대부분 미국적인 이름을 가지고 있을 뿐더러 미국인들은 정말 그냥 그러려니 해요.

 

이번 글은 유난히도 길었지만 짧게 요약하자면 제 한국이름은 미국인들이 발음하고 기억하기 어렵고, 누가봐도 외국인인 것이 티나는 이름이 미국에서 살아가는데 불편하고, 미국에서는 불리고 싶은 이름으로 불릴 수 있어서 스텔라라는 이름을 아무렇지도 않게 쓸수 있다는 것이 제가 미국에서 영어이름을 쓰는 이유가 되겠네요!

 

여러가지 이유로 미국에서 한국이름 대신 영어이름을 쓰고 있지만, 그래도 내 나라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은 항상 변하지 않는답니다.

 

누가 뭐래도 저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니까요.

 

제가 왜 미국에서 한국 이름대신 영어이름을 쓰고 있는지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혹시 "그래도 한국인이 한국이름을 써야지!" 라고 생각하시고 댓글 남기시려는 분이 있다면 고이 넣어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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