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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국식당에서 팁을 한푼도 내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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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그동안 일하고 여행도 갔다 오느라 바빴어서 한참 동안 블로그를 방치 해 두고 있었습니다.

 

시간 날 때마다 블로그를 하는게 아니라 시간을 내서 블로그를 해야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어도 아픈 환자들을 돌보며 12시간이 넘는 근무를 하고 집에 오면 아무것도 하기 싫고 쉬는날엔 놀러 가거나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있고만 싶더라고요.

 

지난 8월 1일은 남자친구 알렉스의 생일이었어서 생일 전에 여행도 다녀왔고 생일 당일엔 브런치를 먹으러 지역에서 유명한 브런치 식당에 다녀왔었어요.

 

우리나라의 식당은 음식값에 서비스 비용과 세금이 이미 포함되어 있지만 미국의 식당의 경우 음식값은 음식값일 뿐이고 서비스 비용인 팁과 세금은 따로 내야 한다고 예전에 글에서 이야기했던 적 있었죠?

 

2018.05.18 - 적응이 안되는 미국의 팁 문화, 팁 정말 내야할까요?

 

적응이 안되는 미국의 팁 문화, 팁 정말 내야할까요?

4년차 유학생에서 5년차 유학생으로 넘어가고 있는 이 시점, 아직도 가끔 새로운 미국 문화를 배우며 신기해하긴 하지만 그래도 미국 문화에 많이 익숙해졌고 미국이라는 나라에 잘 적응하고

stelladiary.tistory.com

미국 식당에서 서비스가 보통이었으면 음식값의 15%를, 서비스가 만족스러웠다면 음식값의 20% 이상을 팁으로 내는데요, 제가 살고 있는 조지아주의 경우 일반 최저 시급은 7달러가 조금 넘지만 팁을 받는 직업의 최저시급은 2달러가 조금 넘는 금액이어서 식당에서 내 담당 웨이터나 웨이트리스에게 팁을 주는 것은 정말 중요하답니다.

 

팁을 받는 직업들은 팁으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미국 식당의 경우 식사가 다 끝나고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으면 담당 웨이터나 웨이트리스가 테이블로 계산서를 가져다주는데 계산서에 이미 음식값의 15%, 18%, 20%는 얼마인지 나와 있어서 쉽게 얼마를 팁으로 낼 지 결정할 수 있지요.

 

7년을 미국에서 살며 식당에 갈 때마다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음식값의 15% 이상을 팁으로 냈었고 서비스가 만족스러웠을 경우 20% 이상을 팁으로 냈는데 알렉스의 생일날 맛있는 음식 사주겠다고 데려갔던 브런치 식당에서 미국 생활 처음으로 저는 팁을 한 푼도 내지 않았습니다.

 

근처 교회와 성당이 막 끝나는 시간이었어서 식당엔 사람이 많았는데 다행히 자리가 있어서 기다리지 않았고 조금 앉아있으니 웨이트리스가 와서 주문을 받더라고요.

 

알렉스의 커피와 Empanada (엠파나다-반죽속에 고기와 야채를 넣어 만든 남미 음식) 두 개, 그리고 알렉스의 브런치 하나와 점심메뉴가 먹고 싶었던 저는 점심메뉴를 시켰어요.

 

주문한 지 30분쯤 지났을 때 커피와 엠파나다가 먼저 나왔고 10분이 더 지나고 나서야 알렉스가 시킨 에그 베네딕트가 나왔는데 에그 베네딕트를 가져다준 웨이터가 제 새우 요리도 금방 나올 거라고 해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지요.

에그 베네딕트

 

저희 담당 웨이트리스가 아닌 다른 웨이터가 알렉스의 음식을 가져다줬고 저희의 담당 웨이트리스는 어디 있는지 이미 컵에 물이 다 비었고 얼음도 다 녹았음에도 물도 새로 채워주지 않더라고요.

 

알렉스는 제 음식이 나올 때 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먹겠다며 맛있는 음식을 앞에 놓고 고문 아닌 고문을 당하고 있었는데 따뜻할 때 먹어야 맛있으니 얼른 먹으라고 재촉하는 제 말에 먼저 먹기 시작했어요.

 

주문한 지 이미 한 시간이 지났고 알렉스가 음식을 거의 다 먹어가는데도 제 음식은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때 지나가던 담당 웨이트리스를 불러 제 음식은 언제 나오냐고 물어보니 깜짝 놀라며 "어머, 너무 미안해요!"라고 말했고 주방으로 급히 가서 제 음식을 가지고 나왔어요.

 

그런데 오래 방치되어서였는지 아니면 주방의 열기 때문이었는지 샐러드는 이미 다 말라비틀어져 있었고 모양이 잡혀 있어야 될 밥은 다 무너져 있더라고요.

 

황당하다는 제 표정을 봤는지 웨이트리스는 저에게 "샐러드를 교체해 드릴까요?"라고 물어봤고 저는 당연히 새 샐러드로 가져다 달라고 했어요.

 

웨이터가 다시 음식을 주방으로 가지고 들어갔을 때 이미 말라있는 새우 소스와 샐러드를 보고 나니 주방에 얼마나 오래 방치되어 있었을지 찝찝한 마음이 들어서 입맛도 다 사라져 주문을 취소하고 싶었지만 알렉스 생일날 괜히 불편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가져다준 음식을 먹었어요.

제가 먹었던 새우요리

 

이번에는 음식 사진을 찍지 않아서 예전에 갔을 때 찍어두었던 사진입니다.

 

웨이트리스가 샐러드를 교체해 다시 음식을 가져다줬고 음식을 먹고 있는데 마음이 상해 보이는 제 표정이 불편했는지 웨이트리스가 다시 와서 무료로 줄 테니 오렌지 주스를 가져다주겠다며 시키지도 않았던 오렌지 주스를 권하더라고요.

 

이런 경우 보통 식당에서는 새로 만들어 주겠다고 하거나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데 알렉스는 저희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원하지도 않는 오렌지 주스를 권했던 게 모욕적으로 느껴져서 기분이 상했고 저 또한 기분 좋게 나왔다가 한 시간이나 기다렸고 얼마 동안 방치되어있었는지 모르는 음식을 가져다준 게 기분이 나빴어요.

 

미국 식당의 경우 웨이터나 웨이트리스가 돌아다니면서 컵에 물을 채워주는데 그때도 여전히 컵에 물을 채워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요.

 

저렴한 식당이었으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에그 베네딕트가 한화로 15000원 그리고 제 새우요리가 20000원에 세금과 팁은 별도이니 좋은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거든요.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했던 서비스와 대처 그리고 생일인 알렉스에게 기분 좋게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싶었는데 둘 다 기분만 상해서 더 속상했던 저는 결국 미국 생활 처음으로 팁을 한 푼도 내지 않았습니다.

 

팁 문화에 너무 익숙해서 팁을 내지 않아도 되는 테이크아웃 커피숍에서도 굳이 팁을 내는 알렉스도 이런 경우엔 팁을 안내도 인정한다며 얘기해 주더라고요.

 

알렉스 생일날 진상 손님은 되고 싶지 않아서 웨이트리스에게 불편한 얘기 한번 하지 않았는데 팁 적는 곳에 적힌 $0을 보면 웨이트리스도 뭔가 느낀 게 있겠지요.

 

미국 식당에서 팁을 안 낸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고 상상도 해 본 적 없는데 미국에 오래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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