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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남자친구 부모님께 처음 한국음식을 해 드렸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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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첫째 주 주말, 미국 펜실베니아 주에 사시는 제 미국인 남자 친구 알렉스의 부모님께서 반려견 락(Rok)을 데리고 저와 남자 친구가 살고 있는 조지아주로 놀러 오셨습니다.

 

 

알렉스 부모님 댁의 반려견 락!

 

작년 크리스마스에 남자 친구 부모님 댁을 방문한 이후로 남자 친구 부모님을 처음 뵙는 거라 두 분이 알렉스와 저를 보러 조지아 주에 오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반갑고 좋았어요.

 

두 분을 처음 뵈었던 지난 크리스마스에 제 크리스마스 선물과 생일 선물까지 너무 많이 준비해 주시고 제가 그 집에 있었던 3박 4일 동안 정말 편하게 지내다 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셔서 고마운 마음에 이번에 오시면 제가 직접 요리한 한국음식을 대접해 드리고 싶더라고요.

 

크리스마스에 알렉스의 어머니 티아 여사와 아버지 마이크 씨께서 불고기를 먹어 본 적 있는데 너무 맛있었다며 얘기하셨었고, 마이크 씨께서 TV에서 Mung Bean Pancake(녹두전)을 봤는데 먹어보고 싶다고 하시길래, 이번에 오시면 불고기와 녹두전은 꼭 해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었지요.

 

한인마트에 장을 보러 가서 불고기용 고기와 재료들, 녹두전 공장 사람들의 정성과 녹두전을 구운 제 정성이 담긴 냉동 녹두전, 그리고 남자 친구가 좋아하는 떡꼬치 재료와 막걸리, 과일 소주도 카트에 담았어요. 

 

오랫동안 혼자 미국 생활을 하며 여러 사람과 둘러앉아 밥을 먹던 게 그리웠던 저는 알렉스 부모님이 오셔서 같이 밥도 먹고 편한 친구처럼 티아 여사와 쇼핑도 다니고 네일샵에 가서 패디큐어도 받으니 너무 행복했는데요, 알렉스의 아파트에 계시는 동안 딸처럼 저를 잘 보살펴주시고 좋은 레스토랑에 데려가 주시며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주셔서 너무 고맙고 감사했어요.

 

 

 

토요일 아침 락을 데리고 다 같이 다운타운의 마켓에 다녀왔답니다!

태어난 지 1년 6개월 된 알래스카 말라뮤트인 락은 저와 15kg 차이나는 대형견이에요.

물론 제가 락보다 15kg 더 나간답니다.

 

토요일 아침 다운타운에 열린 마켓에 갔다가 알렉스의 아파트로 돌아와 점심을 준비하기 시작했는데 알렉스 부모님께서 도울 일이 있냐고 물어보셨지만 딱히 없어서 두 분은 쇼핑 다녀오시라고 보내드리고 알렉스와 저 둘이 요리를 시작했답니다.

 

알렉스는 한국음식을 잘 모르니 요리하는 제 옆에 있으면서 "이것 좀 꺼내와~", "저것 좀 갖다 줘~"라는 제 심부름을 해 주고 간을 봐준다는 목적으로 이것저것 집어먹으며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게 다였지만요.

 

 

 

알렉스의 도움을 받으며 완성된 한국음식이에요.

 

아, 다 차려진 식탁 사진을 보니 생각났네요!

 

저는 키가 작아서 양파와 제 눈 사이의 거리가 짧아 양파를 썰며 항상 눈물을 한 바가지 흘리는데, 키가 커서 양파와 눈 사이의 거리가 훨씬 멀어 눈물을 상대적으로 덜 흘리는 알렉스가 양파절임을 위한 양파를 열심히 썰어줬어요.

 

그러고 보니 밥도 해 줬고요.

 

간을 본다고 이것저것 하도 집어먹어서 저와 알렉스 젓가락 끝이 벌써 빨갛네요.

 

원래 계획엔 없었던 상추쌈까지 식탁에 오른 배경을 설명해 드리자면 얼마 전 알렉스와 저는 공원에서 열린 알렉스 친구의 아내의 동생의 생일파티에 갔다 왔는데요, 관계가 좀 복잡하게 들리지만 저, 알렉스, 알렉스 친구, 알렉스 친구의 아내(한국계 미국인 언니) 이렇게 넷은 친구예요!

 

넷이 만나면 게임 좋아하는 미국인인 남자 둘이 잘 놀고 한국 뿌리를 가진 언니와 저는 한국어로 대화하면서 잘 노는데요, 언니 동생의 생일파티 때 미국 아이들을 위한 타코 케이터링이 준비 되어있었고 뼛속까지 한국인이신 언니의 부모님께서는 한쪽에서 삼겹살을 굽고 계셨어요.

 

신규 간호사 동기이자 제 친한 친구 그레이스에 이어, 코리안 바베큐라고 불리는 한국 고깃집에 가면 고기만 먹던 알렉스는 그때 처음으로 쌈장과 상추쌈의 맛을 알게 되었는데, 그 맛에 푹 빠져서 먹던 타코는 내려놓고 삼겹살을 신나게 먹던 알렉스 때문에 이번에 불고기와 함께 상추쌈도 준비했어요!

 

2021.03.09 - 미국인 친구가 한번 맛보고 끊을 수 없다고 말한 한국의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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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냉동 녹두전을 부치고 불고기와 떡꼬치를 만들고 나서 다 완성된 식탁을 보니 너무 뿌듯했어요.

 

요리가 끝나자마자 쇼핑을 갔다가 돌아오신 알렉스 부모님께서는 다 차려진 식탁을 보시더니 너무 좋아하셨지요!

 

알렉스 부모님께 쌈장과 고기, 그리고 양파절임을 넣어 쌈을 싸 먹는 것도 가르쳐 드렸고, 무슨 재료들로 만들어졌는지 떡꼬치와 녹두전에 대해 설명해 드렸더니 거부감 없이 정말 잘 드셨습니다.

 

마이크 씨께서는 양파장, 쌈장, 불고기를 밥에 모두 섞어 비빔밥처럼 드시기도 하셨고요, 티아 여사는 한국음식은 참 건강한 음식인 것 같다며 상추에 고기를 넣어 싸 먹는 게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고 말씀하시며 열심히 상추에 쌈을 싸서 드셨어요.

 

제 엄마를 닮은 덕에 저 또한 요리를 할 때마다 급식마냥 대용량으로 하는 스타일이라 배부르게 먹고도 불고기가 많이 남아서 알렉스의 부모님이 펜실베니아주로 돌아가실 때 남은 불고기와 쌈장을 싸 드렸는데, 집에 가서도 오리지널 코리안 푸드를 또 먹을 수 있겠다며 정말 좋아하셨답니다!

 

"무슨 음식을 해 드려야 거부감 없이 잘 드실 수 있을까?""혹시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서 못 드시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에 걱정이 되기도 했었지만 항상 받기만 하다가 알렉스 부모님께 조금이라도 무엇인가를 해 드릴 수 있어서 저도 좋았고 알렉스 부모님께서 미국화되지 않은 제대로 된 한국 음식을 맛보실 수 있어서 뿌듯했답니다.

 

두 분께서 제가 만든 한국음식을 맛있게 드시는 모습에 제 마음까지 행복했고 한국인이라는 제 뿌리가 다시 한번 자랑스러웠던 건 덤이었고요! 

 

불고기는 세계 어느 나라 출신의 사람들에게 요리를 해줘도 다 잘 먹는, 실패가 없는 요리라고 어디선가 들었는데 알렉스의 부모님께서 그 말을 다시 한번 증명하신 것 같습니다.

 

알렉스 부모님께서 한국음식에 대해 조금이나마 배우시고 한국음식을 먹으며 좋은 추억을 만드셨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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