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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얼굴 한번 보기 참 힘든 이 사람, 한국이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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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증부터 직접 만든 간장게장을 먹고 시작된 알러지반응까지 이번 여름은 여기저기 아픈곳이 많았습니다.


2020/08/19 - 이석증 때문에 갔던 미국병원, 병원비와 약값은 얼마 나왔을까?

2020/08/12 - 미국에서 간장게장을 만들었어요!


이번 여름 여기저기 병원을 다니고 몇주 뒤 집으로 날라온 청구서를 받고 보니, 제 병원에서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보험이 없었고, 아무런 할인도 받지 못했다면 병원비와 약값으로  약 400만원정도의 큰 돈을 내야 됐더라고요.


입원을 한 것도 아닌데 병원(사실 큰 병원도 아니고 우리나라 의원급의 병원이였어요) 몇번 방문에 처방받은 몇 종류의 약값까지 400만원이라니 악명높은 미국의 의료비에 미국 병원 간호사인 저도 다시한번 놀랐지요.


보험덕분에 약값은 전혀 내지 않았고 병원비 또한 많이 커버가 되서 다행이였지만, 그래도 제가 낸 돈이 한국의 진료비에 비해 많이 비쌌는데요, 한국에 있었다면 몇만원으로 끝났을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그리워졌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비싼 병원비라도 내고 진료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 참 고마운 일이였다는 것을 간장게장을 먹고 알게되었습니다.


혼자 살며 패스트푸드만 먹다보니 건강한 집밥이 먹고싶어서 간장게장 여섯마리를 담그고 이틀 뒤 점심으로 한마리, 저녁으로 한마리 맛있게 먹었지요.


간장게장에 밥도둑이라는 별명은 누가 붙인건지, 별 입맛이 없던 저도 간장게장이 있으니 밥을 두그릇씩 먹었는데요, 저녁을 배부르게 먹고 그릇들을 치우는데 갑자기 입술이 붓고 온몸이 간지럽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음식알러지도 없었고 간호학과에서 입술이 붓는 경우 기도까지 부을 수 있다고 배워서 무서운 마음에 얼른 알러지 반응을 멈추는 항히스타민제 베네드릴을 먹고 두드러기 사진을 찍어 놓은 뒤 숨쉬기 힘들진 않은지 제 스스로 경과를 지켜보고 있었지요.


평소같으면 베네드릴을 먹고 한두시간 안에 증상이 거의 없어지는데, 베네드릴을 먹어도 전혀 효과가 없고 베네드릴 부작용으로 졸리기만 하더라고요.


온몸이 가려운 상태로 그날 밤 잠이 들었고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정말 미칠듯이 간지러웠어요.


입술의 붓기는 괜찮아졌지만 머리부터 발 끝까지 두드러기가 여기저기 올라와서 전신이 간지러우면서 따가웠고, 무엇보다도 손발을 움직이니 손발이 불에 타는 것처럼 뜨거운 느낌이 들어서 바로 저희병원의 Urgent care (예약없이 갈수 있는 병원-보통 예약제로 운영되는 미국에서 지금 당장 진료를 봐야하지만 응급실가기엔 증상이 미미한 경우 가는 병원)에 갔답니다.


병원에서 일하다 몇번 본 레지던트 의사가 들어왔는데, 제 상태와 제가 찍어놓은 두드러기 사진을 보여주니 아주 무서운 말을 해주며 혹시 저에게 면역학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물어봤습니다.


"평소 꽃게 알러지가 없고 베네드릴이 효과도 없었다고 하니 알러지말고 면역쪽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어요. 사진 보니까 dermographism(피부 묘기증) 같기도 하고요. 면역쪽에 문제가 있거나 dermographism 이면 피부 가려움증이 평생 갈수도 있어요. 제가 해 줄 수 있는건 스테로이드제 처방밖에 없으니 피부과 선생님께 진료 의뢰 해 드릴게요."


"3년전에 루푸스(자가면역질환)가 의심되어서 여러 검사를 했었는데, 정상으로 나왔고 그 외에는 면역저하 증상은 없었어요. 저 하루 빨리 피부과 진료 받고 싶은데 최대한 빠른 날짜로 예약 잡아주세요."


집에와서 처방받은 스테로이드제를 먹었음에도 증상이 나아지진 않고 온몸이 뜨겁고 간지러운 느낌에 걷는 것을 포함 해 아무것도 할 수 가 없겠더라고요.


처방받은 스테로이드 알약. 

용량이 너무 적어서 효과가 하나도 없었어요.

약 처방을 할 수 있는 Nurse Practioner 언니에게 물어보니 40mg 는 먹어야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간호학과때 썼던 약전을 찾아보니 마찬가지로 그렇게 나와있었고요. 


그 다음날이 되어서 Urgent care에 제 피부과 예약이 잡혔는지 전화를 해 보니 그때까지도 아무도 제 예약을 안 잡았을 뿐더러 피부과 진료의뢰가 있었는지 조차도 모르고 있었어요.


제가 Urgent care에서 진료의뢰를 해주겠다고 한 피부과에 직접 예약을 잡으려고 전화를 해서 제 증상을 설명하며 가장 빠른 날짜가 언제인지 물어보는데, 대답을 듣는 순간 제 마음은 이미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가고 있었습니다.


"저희 병원에 한 번도 와 본 적 없는 초진이면 제일 빠른 날짜가 9월 초예요. 다른 병원에서 우리병원에 응급으로 진료 의뢰를 할 경우엔 다다음주에 의사선생님 만날 수 있어요."


"......제일 빠른 날짜가 9월 초예요...."


네????


예약이 9월 초에나 가능하다는데, 제가 전화했던 때가 언제 일 것 같으세요?


놀랍게도 이때가 7월 중순이였어요. 


대형병원 예약을 잡는 것도 아니고 그저 동네 피부과 전문의 얼굴 한번 보려면 무려 6주이상을 기다려야 되는 거죠.


한국이였으면 당일에 동네 피부과에 걸어가서 진료를 보면 되는데, 미국의 경우 주치의(가정의학과 의사-우리나라의 경우 아무 의원이나 가지만 미국에는 항상 만나는 의사가 정해져있습니다)를 포함해 전문의는 예약제로 운영되니 의사 얼굴 한번 보려면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눈이 아프면 바로 안과를 가고, 피부에 문제가 있으면 피부과를 가지만 미국에서는 보통 주치의에게 갔다가 주치의가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 할 경우 전문의에게 진료 의뢰를 보내는 방식인데요, 몇주 후에나 진료가 가능하고 그렇다보니 미국에서 전문의 얼굴 한번 보기 참 힘들어요.


피부과 뿐만 아니라 대부분 전문의를 만나 진료를 보려면 대형병원의 소문난 명의에게 예약을 잡은 것이 아님에도 불고하고 몇 주 이상 기다리는 것은 보통이에요.


긴 경우는 몇 달 씩 기다리는 경우도 있어요.


또한 모든 병원과 전문의가 제 보험을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아픈 와중에도 돈 걱정에 제 보험을 받아주는 병원과 전문의를 골라 예약을 잡아야 하고요.


물론 비용이 어마어마한 응급실에 가면 응급이라고 판단 될 경우 협진으로 전문의의 진료를 그날 바로 볼 수도 있겠지만요.


집 떠나서 아프면 서럽다지만 집 떠나 온 곳이 미국이라 이번 여름 여기저기 아프며 몇배는 더 서러웠던 것 같습니다.


Urgent Care에서 끝내 제 예약이 잡혔다는 전화를 해주지 않았던 것과 처방해준 스테로이드 복용량이 정말 터무니 없이 작아 약 효과도 없어서 짜증났던 경험은 덤이였고요.


다행히 며칠 뒤 베네드릴 말고 다른 성분의 항히스타민제를 먹으니 가려움증과 두드러기는 말끔히 사라졌답니다!


비싼 병원비와 약값에 전문의 얼굴 한번 보기 힘든 미국의 의료 시스템을 경험하고 살면서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얼마나 잘 되어있는지 다시 한번 실감했고 한국이 그리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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