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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의 미국이야기/미국에서의 일화

나를 울린 미국학교의 실감나는 대비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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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을 시작 한 지 한달이 되기도 전인 9월 말,

2교시 미술시간에 연필을 깎고 있는데 안내방송이 들렸습니다.

당시 영어가 익숙하지 않아 안내방송을 알아듣는 것은 정말 어려웠었기 때문에 평소처럼 잘 듣지 않고 있었던 저는 안내방송에 개의치 않고 계속 연필을 깎고 ​있었습니다.

안내방송이 나온 순간 갑자기 교실은 어수선해지기 시작하더니, 친구들이 이리 오라고 저를 큰소리로 불렀답니다. 교실의 문을 잠그고, 불을 끄고 교실안에 있던 모든 학생들과 선생님은 벽에 딱 달라 붙어 아무말도 하지 않고 몸을 웅크린 채로  바닥에 털썩 앉기 시작 했었는데요, 그때까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 하고 있었답니다.

 

<출처:구글>

 

<출처:구글>

 

안내방송이 끝나기도 전, 학생들 모두는 몇 초 안되는 정말 짧은 시간에 위의 사진처럼 의자를 책상아래로 밀어 넣고 문 밖에서는 볼 수 없도록 에 달라붙어 웅크린 자세를 취해 교실안에는 아무도 없다는 척을 했답니다. 시끌벅적하던 학교 전체가 쥐죽은듯이 정말 조용해졌어요.

 

옆에 앉아있던 친한 친구 Rebecca에게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물어봤는데 Rebecca는 조용히 해야 한다고 하면서 저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는데요, Rebecca가 너무 작게 말해 몇개의 단어밖에 알아듣지 못했고 Rebecca​가 말 한 단어 중 Gun(총) 은 정말 뚜렷하게 알아들었답니다.

Gun(총)을 알아들은 저는 속으로 "총기난사범이 학교로 들어와 총을 쏘고 있어 교실안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숨어있는 것 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을 다시는 못보는 것이 아닌지 눈물이 나기 시작했답니다. 제가 울기 시작하자 옆에있던 친구들은 서로에게 조용히 하라고 하면서 소곤소곤 우는 이유를 물어봤었는데요, 제가 친구들한테 "미국에서 죽고 싶지 않다,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자 친구들은 웃음을 참으며 "이거 연습이야ㅋㅋㅋㅋㅋ걱정하지 마."라고 대답하며 저를 달래주었어요.

이 상황은 실제 상황이 아닌 총기난사를 대비한 훈련이였습니다.​

친구들이 실제상황으로 착각 해 울먹거리는 저를 보고 웃으니 선생님께서는 조용히 하라고 하셨고 이 훈련은 40~50분 동안이나 계속되었답니다. 훈련을 하는 중간중간에 문이 잘 잠겨있나 보려고 누군가가 와서 문을 세게 흔들기도 했고 두드려 보기도 했는데 실제상황이 아님을 알면서도 정말 무서웠답니다.

 

2교시 미술시간부터 3교시 시작 시간이 조금 지나 이 훈련은 끝이 났고, 안도하는 마음으로 3교시 Choir 교실에 갔습니다. Choir 교실에 가자마자 선생님께서는 훈련을 잘 했는지 저에게 물어보셨고 실제상황인줄 알고 무서워서 울었다고 대답하는 저를 보고 선생님또한 웃으셨답니다.

 

Choir 선생님께서는 총기난사범이 학교에 들어왔을 때는 울지 말고 무조건 숨어야 된다고 말씀하시며 Choir 교실에서는 무조건 책상 아래로 들어가거나 Choir 교실에 있는 물품을 보관하는 통로로 들어가라고 말씀 해 주셨답니다.

 

 

학교가 끝나고 호스트맘의 차를 타고 집에 오는 길, 호스트맘께 오늘 있었던 총기난사 대비 훈련과 이 훈련이 실제 상황인줄 알아 울었던 일을 말씀드렸고 총기난사범이 실제로 학교에 총기난사를 하러 오는 경우가 있냐고 물어보았답니다. 설마 그렇게 잔인하고 가슴아픈 일이 진짜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에요. 호스트맘께서는 미국에서 총기소유는 문제가 많고 실제로도 총기난사범이 학교에 오는 경우가 종종 있어 오늘 했던 훈련은 꼭 필요한 훈련이라고 말씀하시며 허리케인이나 소방훈련을 앞으로 하게 될 텐데 그때는 울지 말라고 하셨답니다. 이 훈련을 하고 3개월 뒤인 12월, 코네티컷주의 초등학교에서 총기난사 사고가 있었는데 총기난사에 대비한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답니다.

 

 

지진대비훈련이나 소방훈련을 소홀히 하는 한국학교와는 다르게 미국학교에서는 ​대비훈련 을 정말 리얼 하게 해서 속을 수 밖에 없었는데요, 총기난사 대비 훈련을 하면서 그동안 궁금했던 몇가지가 해결되었습니다.

첫번째로, 미국의 교실 문은 너무 무겁고 튼튼해 보여서 왜 이렇게 만들어 놔서 나를 힘들게 하나 싶었는데 총기난사 등의 범인이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없게 튼튼한 잠금장치와 무거운 문을 만든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저희 학교 교실의 문은 아래의 사진의 문보다 조금 작은 창문을 가지고 었고, 창문이 이중으로 되어있었는데 유리 사이에 철망이 있어 정말 튼튼해보였고 열기 힘들 정도로 무거웠었답니다.

 

 

 

<출처:구글>

 

두번째로, ​제가 다녔던 학교의 문은 이런식으로 복도 벽 보다 안쪽에 들어가 있었는데 문 밖에서 봤을 때는 절때 보이지 않는 숨을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실에 들어가 보면 문이 벽보다 안으로 들어와있기 때문에 밖에서는 안보이도록 숨을 수 있는 공간이 많거든요.

이 대비훈련 이후에도 여러차례의 소방훈련과 다른 훈련들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친구들은 저에게 훈련이라고 말 해 주었습니다.이 날 이후, 제가 한국에 돌아올때까지 친구들은 가끔 이날을 회상하며 그때는 정말 웃겼다고 하면서 저를 놀리기도 했었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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