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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연애 중 미국인 남자친구가 겪고있는 문화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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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나고 자라 만 15살에 공립 고등학교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처음 왔다가 8년째 미국에 살고 있으면서도 한국과 미국의 너무나 다른 문화와 생활 습관 때문에 아직까지도 미국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 가끔 있습니다.

2년 차 미국 간호사임에도 불고하고 미국인 환자들이 에어컨을 세게 틀어달라고 하거나 얼음물을 갖다 달라고 할 때 "아프면 따뜻한 물 마시면서 따뜻한 방에서 푹 쉬어야 될텐데." 라는 생각이 들어 아직도 적응이 안 되고, 한국에 비해 훨씬 느긋한 미국인지라 관공서에 갈 때면 답답해서 속이 터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죠.

그래도 제 인생의 4분의 1 이상을 미국에서 살았고 영어와 미국문화에도 많이 익숙해졌으니 이제 저는 미국에서 살만큼 살았다 싶은데, 반면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 살고 있으면서도 요즘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국문화를 배우며 매일 문화충격을 받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연애 2년이 막 넘은 제 미국인 남자친구 알렉스인데요, 한국에 대해서라곤 "쌤썽(삼성)" 밖에 모르다 저랑 사귀며 막걸리를 마시며 쌈도 싸 먹고 화투까지 배우게 됐어요.

미국에서 나고 자란 금발머리의 파란 눈 알렉스는 저와 연애를 하며 제 남자친구라는 죄 하나 때문에 강제로 한국 문화를 배우고 있는데요, 연애 초반엔 제가 내숭 좀 떨어보겠다고 고기는 무조건 포크와 나이프로 자르는 등 미국식으로 행동했어서 알렉스가 한국 문화를 배울 기회가 없었는데 좀 편해지기 시작하니 저도 모르는 사이 숨겨뒀던 한국식 습관들이 나오기 시작한 거죠.

변호사로 일을 하며 항상 바쁜 알렉스에 비해 12시간 반씩 2교대로 주 3일 일하는 저는 상대적으로 쉬는 시간이 많고 요리하는 것도 좋아해서 알렉스를 위해 자주 요리를 해 줍니다.

 

로즈메리 치킨, Orzo 파스타, 당근, 치아바타 갈릭 빵

 

연어, 브로콜리, 메쉬 포테이토


이렇게 미국식(?)으로 먹는 날도 종종 있지만 한국요리가 익숙한 저에게 미국식 레시피는 한계가 있어요.

 

간장 찜닭

 

갈비와 상추쌈

 

한국 마트에서 사 온 모듬나물로 만든 비빔밥


그렇다 보니 한국음식을 자주 만들어 먹고 만들기 힘든 음식이 먹고 싶을 땐 한국 식당에 가는데 가끔이라도 한국 음식을 꼭 먹어야 하는 제 덕에 알렉스는 저와 사귀기 전엔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다양한 음식과 재료들을 먹어 볼 수 있게 되었죠.

한국식당에서


알렉스 집에서 요리를 할 때마다 이 집에는 음식을 자르는 가위가 없어 너무 불편했어서 얼마 전 한인마트에 갔다가 음식 가위 하나를 들여놨어요.

알렉스랑 한국 고깃집에 가서 고기를 먹을 때 포크와 나이프를 쓰는 문화에 익숙한 알렉스는 가위로 고기 자르는 것을 보고 항상 이상하다고 얘기했었는데 제가 새로 사 온 가위를 자랑하며 이 가위는 음식만 자르는 가위라고 얘기하니 "가위로 음식을 자르는 건 안된다""그건 가위(scissors)가 아니라 음식 절단기(food cutter)"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알렉스가 겪고 있는 문화충격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식사를 할 때 냅킨을 쓰거나 티슈를 사용하는 미국 문화와는 다르게 한국에서는 아무데서나 두루마리 화장지를 쓰잖아요?

2014.08.11 - 미국인들을 당황하게 한 나의 행동은?

아주 오래전 제가 써놓은 글에서 얘기한 것처럼 미국인들에게 두루마리 화장지는 화장실에서 볼 일 본 후 뒤처리할 때만 쓰는 화장지입니다.

입을 닦거나 코를 풀 때는 곽티슈를 사용하고 식사할 때는 보통 냅킨을 사용하죠.

알렉스와 막 연애를 시작했던 때는 정상적인 사람으로 싶은 마음에 다른 미국인들과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두루마리 화장지는 화장실에서만, 입을 닦거나 코를 풀 때는 티슈 이용"이라는 규칙을 잘 지켰지만 연애 2년 차가 넘은 지금은 "닦기 기만 하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아무 때나 두루마리 화장지를 사용합니다.

굳이 티슈 가지러 가기 귀찮으니 눈앞에 있는 거 그냥 아무거나 쓰는 거죠.

처음엔 제가 식탁에서 두루마리 화장지 쓰는 것을 불편해하더니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그새 적응을 해서인지 아님 문화차이를 받아들이기로 한건지 이젠 저에게 별 말도 안 하는데 얼마 전 제가 밸런타인데이 선물로 사준 "한국어를 말해봐요" 책을 보고 그렇게 재미있어하더라고요.

다양한 상황에서 쓸 수 있는 기본적인 한국어 문장들이 담긴 회화 책

책 뒤쪽에 한국의 문화가 소개되어 있었는데, 알렉스에게 충격을 줬던 한국 문화가 그대로 소개되어 있더라고요!

"두루마리 화장지와 가위가 식탁 위에 있다?"

"바베큐(삼겹살, 갈비 등의 한국식 고기)와 냉면을 파는 많은 캐주얼한 한국 식당들에서는 편리함을 위해 직원들이 가위로 고기나 면을 자르는 것이 흔한 일입니다. 그래도 안심하세요. 그 가위들은 음식을 자를 때만 사용하는 가위입니다."

"그리고 두루마리 화장지가 식탁 위에 있다고 충격받지 마세요. 한국 사람들은 그것이 그냥 티슈의 한 종류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클리넥스와 냅킨처럼 말이죠."

 

이 부분을 읽더니 "그래서 스텔라가 아무데서나 두루마리 화장지를 쓰고 음식을 가위로 잘랐던 거구나!" 라며 본인이 이미 겪었던 문화충격을 읽고 재미있어했답니다.

저는 요리 외의 집안일은 싫어해서 밥을 먹고 나면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항상 뒷정리를 담당해주고 한국 문화와 음식을 거리낌 없이 받아들여주는 알렉스에게 늘 고마운 마음이랍니다.

우리에겐 평범했던 사소한 것 하나가 미국인들에겐 낯설고 문화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2년이 넘도록 사귀며 어떤 계기로 인해 최근에서야 알렉스는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다음엔 그 계기와 한국어를 배우다 뇌 정지가 와버린 알렉스의 이야기를 소개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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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stellakimrn 에서 저와 알렉스의 소소한 일상을 보실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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