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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의 미국이야기/재미있는 미국문화

미국 간호사, 돌보는 환자수가 적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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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병원은 입원실에서 간호사 한명 당 돌보는 환자수가 10명이 넘는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다니는 평범한 미국 병원 병동의 경우는 데이쉬프트 (오전6:45분-오후7:15분)의 경우 보통 간호사 한명당 다섯명의 환자를 돌보고, 나이트쉬프트 (오후 6:45분-오전7:15분)의 경우에는 최대 여섯명을 돌봅니다.


환자 다섯명을 돌보면서도 열두시간 내내 앉을 시간 없이 바쁠 때가 많은데 한국 간호사 선생님들은 어떻게 한명당 환자 10명 이상을 돌보는지 항상 궁금했었지요.


얼마 전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한국에서 간호대학을 졸업하시고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몇년 일하다 제가 있는 미국 조지아주에 오신 선생님 세분을 만날 좋은 기회가 있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smbaek48 (그 중 한 선생님의 블로그입니다!)


처음 만났음에도 모두 한국 출신이라는 점과 같은 간호사 일을 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하루종일 수다가 끊이질 않았는데요, 선생님들 덕분에 그동안 궁금했던 한국 간호사 생활에 대해 모두 물어보고, 미국 생활을 막 시작한 선생님들로부터 미국병원 문화 충격에 대해 들을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였습니다.


세명의 선생님들로부터 한국 병원생활에 대해 듣고 미국 병원에서만 일해본 저는 역으로 문화충격을 느꼈지요.


제가 선생님들께 한국에서는 간호사 한 명당 돌보는 환자수가 열명이 넘는다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 물어봤더니 한국에서 12명의 환자를 돌봤던 선생님께서 미국 간호사는 별 잡일까지 다 한다며 한국에서는 잡일은 하지 않기 때문에 12명의 환자들을 돌봤던게 가능하다고 하시더라고요.


미국 간호사 생활은 천국이라는 말도 다 거짓말이였다며, 한국 병원에서의 노동강도와 지금 일하고 계시는 미국 병원의 노동 강도를 비교했을 때, 별 차이도 없다고 하셨어요.


미국 간호사는 도대체 어떤 일까지 하길래 돌보는 환자수가 적은건지 지금부터 알려드릴게요!


1. 미국간호사는 간호조무사, 간병인의 역할까지 합니다.


한국 병원은 보호자나 간병인이 환자와 함께 있어야 하지만, 미국 병원의 경우는 보호자나 간병인이 필요 없도록 병원 스탭들이 환자들 밥 먹는 것 부터 모든 것을 책임지는 전인간호 (Total Care)를 제공합니다.


일년간 병원 생활을 하면서 저는 간병인 이야기는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을 뿐더러 보호자가 환자 옆에 있더라도 기저귀 가는 것 조차 도와주지 않는 보호자가 10명중 9명 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건강한 보호자가 옆에 있더라도 환자의 기저귀를 갈아야 할 때가 되면 간호사 호출버튼을 누르고 간호사나 조무사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요. 


간호사나 조무사가 기저귀를 갈 때보호자 분들은 옆에서 보고만 있어요.


미국은 병원비가 워낙 비싸다 보니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는 정말 아픈 경우인데, 다섯명의 환자를 돌보면 보통 두명은 Bedbound(걷지 못하고 침대에만 누워있는 환자)에 Total care(밥먹는 것, 기저귀가는 것 다 도와줘야 합니다)가 필요한 환자랍니다.


저희 병동에도 간호조무사가 있지만 거의 항상 인력이 부족해서 간호사들 끼리 서로 도와가며 환자들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넘어질 위험이 높은 환자들을 화장실로 데려가기도 한답니다.


별거 아닌 것 같이 느껴지지만 보통 비만인 환자들이 많아서 기저귀 가는 것과 화장실에 대려가는 것도 최소 두명의 스탭이 필요하고 Bed bath(침상목욕)의 경우 그 이상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침상 목욕을 하면서 시트를 가는 것도 간호사의 몫이고요.


제 환자 중 300kg 가 넘는 환자도 있었는데 그 환자를 옆으로 눕히는 데에도 10명의 스탭이 필요했어서 병원의 모든 간호사들에게 지원요청 메세지를 보냈던 적도 있었어요.


Bedbound 환자의 경우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두시간마다 체위를 바꿔주는 것 역시 간호사의 일이랍니다.


기저귀 가는 일, 화장실에 데려가고 체위를 바꿔주는 일 뿐만 아니라 혼자 밥을 먹을 수 없는 환자라면 간호사가 밥도 먹여줘야 합니다.


워낙 일이 바빠서 환자 옆에 앉아 밥을 먹여주는 건 사실 불가능한 일이고 이방 저방 왔다갔다 하면서 제 할 일도 해 가며 한 입씩 입에 넣어주는게 보통입니다.


약도 혼자 못먹는 경우라면 한알 한알 입에 넣어줘야 하는데, 알약을 못 먹는다면 간호사가 직접 장신정신으로 곱게 빻아서 애플소스나 푸딩에 섞은 뒤 떠먹여줘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환자가 알약을 못삼키면 NG tube (Nasogastric tube-코위영양관.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콧줄)을 꽂거나 이미 약국에서 약을 빻아 병동으로 올려보내준다면서요?


미국에서는 환자가 삼킴곤란 때문에 사레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의사와 상의를 한 뒤 언어치료사 (Speech Therapist) 협진 오더를 넣는데요, 언어치료사가 환자를 Evaluation 한 뒤, Thin liquid (평범한 물이나 음료)를 마셔도 되는지 아니면 Aspiration(사레) 위험이 높아서 꿀 같은 형태의 Thick liquid만 마셔야 되는지, 혹은 약을 어떻게 먹는게 안전한지 까지 알려줍니다.


2. 환자들이 원하는 음식이나 음료수를 계속 갖다줘야 합니다.


미국 간호학과를 다니며 실습을 나갈 때 부터 지금까지 가장 이해 할 수 없는 미국의 병원문화중 하나는 미국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탄산음료를 무한제공 한다는 점 입니다.


병고치러 오는 병원에서 탄산음료라니, 한국 정서로는 이해 안 가는 문화이지요?


한국 선생님들도 처음 미국에 오셔서 깜짝 놀라셨다고 하는데요, 미국 병원에서는 사실 탄산음료보다 더 한 것도 줍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다음 글에서 공개할게요!


저희 병원같은 경우 각 병동마다 콜라, 다이어트 콜라, 스프라이트, 다이어트 스프라이트, 진저에일, 레몬에이드, 닥터페퍼 등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캔 음료가 배치되어있고 푸딩, 애플소스, 크레커, 피넛버터, 아이스크림, 팝시클, 시리얼, 여러종류의 우유, 차, 커피, 스프 등 간단한 간식도 Nourishment Room이라는 곳에 배치되어있어서 금식 등 특별한 지시사항이 없는 경우 환자가 요구할때마다 환자 방으로 가져다 줍니다.


저희병동은 유일하게 Nourishment Room이 환자와 보호자들이 자유롭게 드나들수 있도록 열려있는데, 자유롭게 갖다 먹어도 된다고 안내를 해줘도 대부분 간호사가 갖다주길 원해서 하루종일 음료나 음식을 갖다 달라는 호출벨이 울립니다.


환자가 원하는 음식이나 음료수를 갖다주는 일만해도 하루가 다 걸리지요.


한국 병원의 경우는 환자들이 입원할 때 물이나 간식등을 사온다고 들었는데 미국인들도 간식을 사오는 경우는 있지만 물을 사오는 경우는 장기입원의 환자가 아닌 이상 정말 드물어요.


제가 코로나 환자를 돌볼 때는 환자가 병원 밥이 맛이 없다며 저에게 신용카드를 주며 병원 일층의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사다달라고 요구 해서 바쁜 와중에 환자를 위해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사다준 적도 있어요.


얼마전 인스타그램에서 한국의 한 코로나 환자가 간호사에게 닭뼈를 발라달라고 했다고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는데, 미국에서는 그것도 당연한 간호사의 일이에요.


일반적인 미국병원의 환자식.

남는 트레이가 있어서 수간호사 선생님이 배고프면 먹으라고 하셔서 처음으로 미국 환자식을 먹어봤어요.

노인분들의 경우 칼질을 잘 못하셔서 닭고기와 아스파라거스도 다 한입크기로 잘라드려야 되요.

환자들이 항상 맛없다고 하길래 얼마나 맛없나 궁금했었는데 제 입맛엔 잘 맞았어요.


미국 환자들은 입맛도 까다롭고 알러지도 많아서 나온 식사가 맛이없다거나 알러지 때문에 못먹는다는 이유로 다른 메뉴를 요구하는 경우가 정말 많아요.


그 때 식당에 전화하는 것도 간호사의 몫이지요.


3. 한국 병원에서 인턴 의사들이 할 일을 미국에서는 간호사가 해요!


한국 간호사 선생님들과 얘기를 나누다 미국 간호사들은 한국의 의사 일까지 한다고 하셔서 깜짝 놀랬어요.


그 대표적인 것이 NG Tube를 삽입하는 일인데요, 한국 선생님들에 의하면 한국 병원에서는 인턴 의사가 한다고 하더라고요.


Aspiration 위험이 있어서 삼키지 못하거나 음식이 장으로 넘어가지 않고 위 속에 음식물이 쌓이는 경우 심한 구토를 하기 때문에 코를 통해 위까지 간호사가 직접 NG tube를 삽입합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병원에서는 상처치료 전문 간호사가 환자의 상처를 소독하고 치료한다고 하던데 미국 병원에서는 상처치료 전문 간호사가 처음 상처를 보고 오더를 내리면 간호사가 상처치료도 해야 한답니다. 


상처 전문 간호사는 환자방에는 며칠에 한번 와서 상처를 확인해요.


환자를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기본적인 일부터 환자를 입원시키고 퇴원에 필요한 정보를 교육시켜 차에 태워 집에 보내는 일을 등 전문적인 간호서비스를 제공하다보면 다섯명을 보면서도 앉을 시간 없이 바쁠 때가 많고 12시간의 긴 근무시간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영어가 서툰 환자들이 있다면 환자와 모든 대화를 나눌 때 화상통화로 통역사를 연결해 줘야 하는데 영어가 서툰 환자들이 많아서 화상통역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면 바쁜 와중에 시간이 두배로 더 걸리지요.


제가 직접 한국 병원을 경험 해 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지만, 미국 간호사 생활이라고 해서 돈을 많이 벌고 마냥 편한 것만은 아니랍니다.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미국 답게 다양한 진상 환자와 보호자도 많고, 다양한 문화를 가진 다양한 언어를 쓰는 사람들을 돌보다보면 정신적인 스트레스 또한 무시 할 수 없거든요.


그래도 환자들이 건강해진 모습으로 퇴원할 때, 그리고 환자와 보호자들의 고맙다는 한 마디가 힘들어서 꽁꽁 얼어붙은 제 마음을 사르르 녹여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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