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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의 미국이야기/재미있는 미국문화

미국 간호학생이 보고 느낀 미국 산부인과 문화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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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미국대학교 간호학과의 마지막 학기는 간호사(Preceptor-프리셉터)와 간호학생(Preceptee-프리셉티)이 1대1로 짝을 지어 한 학기동안 하루에 12시간씩 약 120시간의 실습을 합니다.


마지막 학기의 이 특별한 실습을 Practicum(프랙티컴) 이라고 하는데요, 학생들은 본인이 원하는 병원과 과를 지원 할 수 있고 면접을 보거나 교수님 재량껏 학생들의 프랙티컴 장소가 정해집니다.


제가 지원한 병원은 면접을 봐야 했던 병원이였는데, 면접을 잘 본 덕분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제가 가장 원했던 분만실에서 마지막 학기 실습을 할 수 있었지요.


지난 여름 Nursing of Childbearing Family (모성간호학)을 배울때 마지막으로 분만실 실습을 했었고 오랜만에 갔던 분만실 실습이여서 처음엔 좀 낯설고 헤맸었지만 제 프리셉터 선생님과 병동의 간호사 선생님들이 너무 잘 알려주셔서 많은것을 배울수 있었던 한 학기였어요.


슬픈 것을 잘 못보는 성격인지라 단순히 행복한 일들만 있을 줄 알고 지원했던 분만실이였는데, 꽤 큰 병원이였어서 고위험 산모들이 많았던 탓에 울었던 날들도 많았습니다.


작년 여름에 분만실 실습은 3일 갔어서 소소한 문화 차이들은 알아차리지 못했었지만, 이번 학기 내내 분만실에서 실습을 하게되면서 예전엔 알아차리지 못했던 문화충격들을 느끼게 되었지요.


미국 간호학생시절 분만실 실습을 하며 받은 미국 산부인과 문화충격을 소개할게요!

(졸업했다는 것이 실감이 안나서 간호학생 시절이라는 말이 어색하네요! 아직도 간호학생 인 것 같은데 말이죠!)


1. 분만실이 따로 없어요!


한국병원에는 분만실이 따로 있지만 미국 병원에는 분만실이 따로 없답니다.


산모가 진통을 느끼고 산부인과 내원하면 그 병실이 바로 분만실이에요.



미국 산부인과 병실 겸 분만실이에요.



미국 대부분의 병원엔 병실마다 컴퓨터가 있거나 간호사마다 밀고다니는 컴퓨터가 있어서 환자 옆에서 바로바로 차팅을 할 수 있어요.


이곳에 입원해서 아기를 낳기 때문에 다른 과의 병실에 비해 산부인과 병동의 병실은 큰 편이에요.


출산이 임박하면 저 침대는 산부인과 침대로 변하고 천장에서 수술실에서 볼 수있는 조명도 내려온답니다.


병원마다 다르지만 제가 실습했던 병원과 대부분의 병원은 산모가 내원해서 아기를 낳고 몇시간 후에 Post-Partum 유닛 또는 Mother&Baby (모자동실)유닛으로 옮겨져요.


드물게 입원해서 아기를 낳고 퇴원할 때 까지 같은 산모가 병실에 머무는 병원도 있다고 해요.


미국 산부인과 병동에는 일반적인 신생아실도 없어서 아기가 특별히 이상이 없는 경우, 태어나자마자 보통 다음날 퇴원 할 때까지 산모가 아기를 데리고 있어야 한답니다.


역시 환자를 강하게 다루는 미국병원이지요?

 

2. 출산에 가족 모두가 참여해요!


미국 병원 분만실에서 실습을 하면서 가장 충격을 받았던 부분이에요.


공식적으로는 출산중 들어올 수 있는 가족의 수가 정해져 있지만 제가 실습했던 병원은 산모가 고위험 산모가 아니면 병실에 남편, 친정엄마, 이모, 여동생등을 포함해 6명씩 들어와 있는 것도 봤어요.


(고위험 산모의 경우 더 많은 수의 분만실 간호사들과 respiratory therapist-호흡치료사,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들까지 출산에 참여하기 때문에 들어 올 수 있는 가족의 수를 철저히 제한하고있어요.)


게다가 미국 분만실 의자엔 허리 밑으로는 보이지 않게 가려주는 커튼도 없고 다리 올리는 부분은있지만 잘 사용하지 않아요.


그럼 어떻게 아기를 낳는지 궁금하시죠?


침대 등받이를 30-40도 각도로 세운 채로 누워있는 산모의 다리 한쪽은 남편이 들어주고 다른 한쪽은 간호사가 들어주는데, 그렇다보니 가족들 모두 아기가 태어나는 것을 생생히 볼 수 있어요.


가족들은 아기 머리가 보일 때부터 아기가 태어나서 간단한 처치를 할 때까지 카메라를 들고 엄청 사진을 찍는답니다.  


의사나 간호사들도 가족들에게 카메라 준비하라며 최대한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게 도와줘요.


제왕절개중에도 수술실에 보호자 한명 또는 두명이 함께 들어 올 수 있는데, 이때도 마찬가지랍니다.


의사나 간호사들이야 매일 피를 보는 것이 익숙하지만 그렇지 않은 남편과 산모의 보호자들은 출산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기도 한답니다.


한번은 한 산모의 남편이 출산 장면을 보고 하얗게 질려서 쓰러질 뻔 한 적이 있는데, 대기하고 있던 신생아 담당 간호사가 그 상태로 쓰러지면 위험하니 벽에 기대서 미끄러지듯 쓰러지라고 그 와중에도 농담을 하더라고요.


제왕절개도 보호자가 원할 경우 배를 절개하고 아기가 태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줘요.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바로 엄마의 가슴위에 아기를 올려주고 엄마와 아기가 같이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좋았지만 보호자는 아랫쪽을 보지 못하도록 커튼으로 가려주는 한국 분만실이 저는 더 좋은 것 같아요.



제가 실습했던 병원의 간호사 스테이션이에요.



사진에 보이는 보든 병실이 모두 병실겸 분만실이에요.


3. 회음부 절개, 관장, 제모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하지 않아요!


한국의 산부인과에서는 환자의 안전과 감염예방을 위해 회음부 절개, 관장, 제모를 한다고 하지요?


미국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출산 전 회음부 절개, 관장, 제모는 하지 않는답니다.


회음부 절개는 드물게 봤지만 특히 관장을 하는 경우는 단 한번도 보지 못했어요.


제왕절개의 경우 절개 부위가 아랫배 쪽인지라 제모가 필요하지만 자연분만의 경우에는 제모도 하지 않는답니다.


회음부 절개를 하지 않는 대신 아래에 열상이 있으면 출산 후 의사선생님이나 미드와이프 (산부인과 전문간호사)가 한땀한땀 정성껏 봉합해줘요.


4. 진통 초기부터 출산후까지 무통주사(Epidural)를 맞아요!


한국의 분만실 다큐멘터리를 보면 여기저기서 소리를 지르는 산모들을 볼 수 있지요?


분만실 실습을 처음 갔던 작년 여름, 미국의 병실 겸 분만실은 제가 생각 했던 평소 분만실의 이미지와 많이 달랐어요.


방처럼 아늑하게 꾸며진 병실(분만실)에 차분하고 조용했거든요.


한국의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미국의 경우엔 보통 자궁경부가 3cm 열렸을 때부터 아기가 태어나고 후처치가 끝날 때 까지 무통주사를 맞아요.


자궁경부가 3cm이상 열리지 않았다거나 무통주사를 맞을 수 없는 경우 (출산이 임박해 병원에 온 경우 등)에는 혈관주사로 진통제를 투여하거나 부분마취를 해서 통증을 산모가 견딜 수 있을 정도가 될 수 있도록 의료진은 통증완화를 위해 최선을 다한답니다.


간혹 무통주사를 거부하는 환자들이나 진통이 이미 심할 때 병원에 온 경우엔 심한 통증 때문에 소리를 지르고 간호사를 잡아당기는 환자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무통주사를 맞기 시작하면 편안해지고 아기 낳기 전부터 낳을 때까지 큰 통증 없이 아기를 낳아요.


5. 에어컨, 얼음과 함께하는 출산


미국에 살아보신 분들이나 살고계신분들은 아시겠지만 미국인들의 에어컨과 얼음에 대한 사랑은 대단합니다.


미국 남부에 위치한 조지아주여서 저희 학교건물들 뿐만 아니라 기숙사에서도 거의 일년 내내 에어컨을 트는데, 보통 학교나 공공기관의 경우 21도 정도로 맞추어져 있어요.


에어컨과 얼음에 대한 사랑은 출산 중에도 예외는 아니죠.


이전 글에서도 소개 한 적 있지만 미국인들은 에어컨이 빵빵한 병실에서 얼음을 씹으며 아기를 낳고 산후조리라고 할 것 도 없는 산후조리를 한답니다.


2018/07/04 - 미국 간호학과 교과서에 소개된 한국문화, 이것까지 배울줄은 몰랐어요!


아기를 낳고 따뜻한 미역국을 먹으며 산후조리를 하는 문화에서 자라 온 저는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진 병실에서 간호사 선생님이 떠먹여주는 얼음을 씹어먹으며 출산하는 미국인 산모들의 모습이 한학기 내내 낮설고 적응이 되지 않더라고요.


아기를 막 낳은 산모에게 얼음이 가득 담긴 탄산음료를 가져다 주면서도, 진통중 덥다며 시원한 물로 샤워를 하고 싶다는 산모의 샤워를 준비해주면서도 괜히 제 마음이 불편했어요.


워낙 에어컨을 좋아하는 산모들 덕분에 저는 항상 스크럽 속에 긴팔 히트텍을 입어야 했었고 스크럽 위에 자켓까지 입어야 했었지요.


박테리아가 빨리 자라는 것을 막기 위해 병원의 온도는 추울 수 밖에 없다는 이유 말고도 산부인과 병실 뿐만아니라 내과 외과 병실 등 모든 병실은 환자들이 에어컨을 좋아하는 덕에 에어컨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인 저는 항상 추워요!


제가 겪은 미국 산부인과 문화충격,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만 22살인 저는 아기를 가질 나이가 되려면 아직 멀었지만 분만실에서 한학기동안 실습을 하면서 겁이 많은 탓에 미래에 아기를 낳을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산모님들이 대단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때마침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5월 12일) 미국의 Mother's day (엄마의 날)인데, 새 생명을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하기 위해 10달동안 고생하고 출산의 고통까지 이겨낸 세상의 모든 엄마들 모두 참 존경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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