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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의 미국이야기/<미국생활>일상이야기

허리케인 마이클을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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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마이클이 왔다 간지도 벌써 2주가 지났네요.


큰 허리케인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진짜 오긴 오는건지, 여느때처럼 온다고만 했다가 옆으로 지나가겠지 했었는데 정말 어마무시한 허리케인이 왔다갔습니다.


점심시간 40분을 빼고 아침 9시부터 3시 45분까지 하루종일 학교에 있어야 됐던 지지난 주 화요일,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데 학교 홈페이지에 알람이 떴다고 친구들이 말 해주더라고요.



"10월 10일 수요일, 10월 11일 목요일, 모든 학교의 수업은 허리케인 마이클로 인해 쉽니다. 금요일부터 정상영업이 예상됩니다. 만약 당신이 떠나야 한다면 가능한한 빨리 떠나세요."


학교가 시키는 대로 잘 하는 나름 모범생들이 모인 간호학과 반 친구들, 알람을 보자마자 학교가 시키는 대로 수업 도중 교수님께 양해를 구하고 바로 집으로 떠나는 친구들도 있었고요, 애틀란타에 사는 제 룸메이트 맥캔지도 저한테 허리케인이 올때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문자를 남기고 허리케인이 오기 전 서둘러 집으로 떠나버렸습니다.


4시가 거의 다 되어서 수업이 끝나자마자 저도 주유소에 가서 기름도 넣고 식료품점과 월마트로 허리케인 대비 쇼핑을 하러 갔었지요.


그런데 세상에, 물도 이미 다 팔렸고 정전을 대비해 빵이라도 사야겠다 하고 빵 코너에 갔더니 빵도 다 팔려서 없더라고요.


기숙사에 살고 있는 저는 기숙사보다 더 안전한 곳은 없다고 생각한 저는 허리케인 방학동안 김치찌개도 끓여먹고 불고기도 해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싱싱한 소고기와 돼지고기, 그리고 야채들을 카트에 싣고 있었습니다.


(네, 나중에 대참사가 일어나요.)


사람들 생각은 다 똑같은지 월마트에 허리케인 대비 쇼핑을 나온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카드를 끌고 다니기 힘들정도로 복잡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제 이름을 부르더라고요.


뒤를 돌아보니 여름학기동안 산부인과 실습을 도와주셨던 실습 선생님이셨는데 기숙사 말고는 갈 곳 없는 제게 무슨일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하시며 선생님의 집에 며칠 머물러도 되니 빗길에 운전하는게 무서우면 데리러 오시겠다고까지 말씀하셨어요.


그렇게 평화로운 화요일이 지나고 수요일이 되자 하늘도 흐리고 비도 오길래 진짜 허리케인이 오나보다 싶더라고요.


하루종일 공부를 하다 뭐라도 좀 먹어볼까 하는 마음에 저녁으로 김치찌개를 끓이고 있는데, 갑자기 불이 꺼지고 냉장고가 조용해지는건 왜죠?


게다가 수요일 오후 5시부터 목요일 아침 9시까지 통행금지여서 식당에도 못가는 상황에 정전까지 되버리니 참 난감하더라고요.


김치찌개가 다 익었으면 밥 없이 그냥 퍼 먹기라도 했겠지만 제가 가진거라곤 익다 만 돼지김치찌개와 크래커 뿐인데 밥심으로 사는 한국인한테는 크래커로 배가 찰리가 없죠.


제가 가지고있던 캔들에 같은 복도에 사는 간호학과 친구들에게 캔들과 손전등까지 빌려와 촛불을 켜 놓고 시험공부를 계속 했었지요.


간호학과 친구들이 캔들과 손전등을 빌려주며 오늘밤이 고비라고, 나무가 창문을 뚫고 들어올 만큼의 바람이 불거라고 하더라고요.


한국에서 태풍만 경험해 본 저, 미국의 허리케인과 비교해보니 한국에서 제가 경험했던 태풍은 아무것도 아니였어요.


가로등도 다 꺼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밖에 얼마나 바람이 세게 불고 비가 많이 오던지, 창문을 조금 열어보니 사람 비명소리 같은 바람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밖에서 계속 뭐가 날아다니고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던데 깜깜해서 보이지가 않으니 얼마나 무섭던지요.


그 와중에 제 차가 날라가진 않았을지 걱정도 되고 저녁을 못먹어서 배는 고프고 얼른 자고 일어나서 아침을 먹으러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침대에 누웠는데 밖에서 나는 무서운 소리 때문에 잠이 와야 말이죠.


밤새 잠을 설치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엄마한테 카톡이 와 있더라고요.




유학생활을 하느라 오래 떨어져 살다보니

딸은 잘때 누가 업어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제 엄마입니다.


일어나자마자 불을 켜보니 여전히 들어오지 않는 전등에 실망하고 아침을 먹으러 패스트푸드점에 가기 위해 촛불에 의지해 대충 씻고 밖으로 나왔지요.


밖으로 나와보니 정말 심각하더라고요.


학교앞 사거리 신호등부터 고장난 신호등이 대부분이여서 경찰들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고요, 정전때문에 대부분의 패스트푸드점이 문을 닫아서 한시간 반을 넘게 기다리고 나서야 겨우 늦은 아침을 먹을 수 있었지요.




매장 내에도 사람이 정말 많았고, 차에서 내리지 않고 창문을 통해 음식을 살수 있는 Drive through 줄도 저 뒤에 도로까지 길게 늘어져 있더라고요.


고작 아침을 먹기 위해 1시간 반을 넘게 기다리며 뉴스 속보를 보는데 전기가 참 소중한 것이구나라는 걸 느꼈고, 기숙사에 살아서 다행이 물이 나오고 변기 물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지요.


미국 주택은 물을 전기로 끌어오기 때문에 정전이 되면 물도 안나오고 변기 물도 내릴 수 없거든요.



허리캐인으로 인해 쓰러진 나무들.

간호학과 단체톡방에도 기름이 남아있는 주유소가 있는지, 전기가 있는 호텔 중 예약 할 수 있는 곳이 있는지 물어보는 친구들도 있더라고요.


시험을 앞둔 흔한 간호학과 학생이 공부하는 법.
학교 축제 때 받은 반지 라이트를 형광펜에 묶으니 공부하는데 딱이더라고요.


이렇게 이틀 밤을 전기 없이 공부를 하고, 익다 만 김치찌개에서 쉰 냄새가 나기 시작해 버리고 나니 정전 45시간 만이였던 금요일 오후 전기가 들어왔습니다.

정전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금요일까지 학교를 닫게 되었고, 매주 금요일마다 가는 병원 실습도 쉬게 되었지요.

저희 동네야 45시간만에 전기가 들어왔고 피해가 그리 크지 않았지만, 화요일에 학교를 가니 그때까지도 집에 전기가 안 돌아온 친구도 있더라고요.

저랑 작년까지 1년 반동안 룸메이트였던 제 친구 집 천장에는 나무가 뚫고 들어오고, 뉴스 속보를 보니 많은 사람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에 거대한 자연앞에서 인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기와 와이파이 없이 사느라 노트북도 못 쓰고, 핸드폰 베터리가 죽을까 마음 졸여야 했고, 깜깜한 방에서 촛불과 손전등에 의지한 채 공부하느라 힘들었고, 한 끼를 먹을 때마다 문 연 패스트푸드점을 찾고 오래 기다려야했지만 허리케인 마이클을 보내고 나니 그래도 이정도로 끝난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호등이 고장난 사거리에서 꼬리물기 하는 차 한 대 없이 시계방향으로 한 차씩 질서를 지켜 지나가는 모습과, 새치기 하지않고 사람이 많은 패스트푸드점에서 불평없이 질서를 지키는 미국인들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었고요.

수요일부터 매일 아침 문자로 제 안부를 물어봐주시고 언제든지 선생님 집에 와도 된다고 말씀해주신 제 산부인과 실습 선생님께도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요!

아직도 플로리다 지역은 복구가 안된 곳이 많다고 하던데 얼른 복구가 되길 바라며 글 마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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