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텔라의 미국이야기/스텔라의 이야기

[미국 간호학과] 내가 간호사가 되고싶은 이유, 내가 되고 싶은 간호사

반응형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저는 병원에 입원 해 본 적도 없고, 제 가족 또한 병원과 인연이 깊지 않아서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 한 이후에도 간호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조차 잘 모르고 간호학과에 지원했습니다.


간호 본과를 시작하기 전까지 저는 단순히 간호사는 환자에게 약을 주고 주사를 놔 주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었지요.


병원에 입원 해 본 적도 없고, 간호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잘 모르면서 왜 간호학과를 선택했는지 궁금하시죠?


꿈없던 만 15살의 저는 미국 고등학교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처음 오게 되었습니다.


교환학생 당시 병원에 갈 일이 딱 두 번 있었는데, 그 중 첫 번째는 미국 생활을 막 시작 하면서 학교에서 요구했던 건강검진 서류 때문이였고, 두 번째는 감기가 심하게 걸렸을 때 였지요.


미국 생활 초기, 건강검진을 하러 처음으로 동네의 작은 병원에 갔을 때, 저는 아파서 간 것이 아니었음에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몰랐고 영어를 못하는데 간호사 선생님과 잘 소통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무섭고 떨렸었지요.


간호사 선생님이 저를 진료실로 데리고 가셨고, 수술하거나 입원 한 적이 없는지 등의 간단한 Health history를 시작으로 시력, 청력, 검사를 포함한 간단한 건강검진을 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그때 당시의 사진은 없고, 저희 학교 병원의 진료실 사진입니다.


의사선생님이 있는 진료실로 환자가 들어가는 한국과 다르게 미국 병원은 환자가 진료실에 앉아있으면 간호사 선생님이 먼저 들어오셔서 vital sign(맥박, 호흡수, 체온, 혈압 등)을 측정하시고 알러지 등의 여부를 물어보신 뒤 Nurse Practitioner (전문간호사)나 의사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진료를 봐 주십니다.


고등학생의 건강검진 임에도 불고하고 미국답게 설문지 중에는 성병과 피임에 대한 개인적인 질문들도 있었기 때문에 호스트맘은 진료실에 들어오지 않아서 호스트맘의 도움 없이 간호사 선생님과 스스로 대화해야 했었는데, 영어를 잘 못했던 저는 혹시나 저를 답답해 하지는 않을까, 간호사 선생님의 말을 못알아듣거나 간호사 선생님이 내 말을 못알아듣지는 않을까 걱정했었습니다.


걱정 했던 것과는 정 반대로 간호사 선생님은 제가 잘 이해 할 수 있도록 손짓 발짓을 모두 동원해 저와 소통하려고 노력하셨고, 학교 생활 중에 힘든 일은 없는지, 미국 생활에 적응하는데 힘든 점은 없는지 등을 물어보시며 제가 편하게 건강검진을 끝낼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간호학과 첫 학기를 끝낸 지금이야 이것이 환자와 좋은 관계를 만들고 환자의의 정확한 정보를 알아내기 위한 "Therapeutic Communication (치료적 소통?)"임을, 간호학에서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환자의 문화에 대한 존중"임을 잘 알지만 그 때 당시에는 그저 목에 청진기를 걸고 깔끔한 간호사 스크럽 (간호사복)을 입은 간호사 선생님의 모습이, 저와 소통하려는 선생님의 노력이 마냥 멋있게만 보였지요. 


이때까지만 해도 사실 저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공부에만 찌들어 사느라 커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 할 기회조차 없이 점수에 맞춰 대학에 가려는 여느 고등학생과 마찬가지로 저 또한 제가 뭐가 되고 싶은지 잘 몰랐을 뿐더러, 간호사라는 직업에는 관심도 없었기 때문이지요.


미국 교환학생 생활이 익숙 해 지고 귀국을 두달 여 앞두고 있던 3월 말, 감기때문에 미국 병원에 다시 방문했을 때 제 인생은 달라졌습니다.


훨씬 늘은 영어 실력 덕분에 미국 병원에 처음 방문했을 때 보다 간호사 선생님과 더 잘 소통 할 수 있었고 간호사 선생님의 말을 훨씬 더 잘 이해 할 수 있었는데요, 선생님의 말씀 하나하나가 참 친절하고 따뜻해서 선생님과 대화하는 것 만으로도 감기가 다 낫는 느낌이였지요. 


Vital Sign (체온, 혈압, 맥박, 호흡)을 재 주셨던 그 간호사 선생님이 LPN (간조무사와 간호사 사이의 준 간호사) 이였는지, RN(3년제 또는 4년제 간호학과를 졸업한 간호사)이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간호사 선생님이 나가시고 진료를 위해 들어오셨던 NP 선생님 (Nurse practitioner-약 처방을 할 수 있는 전문간호사) 또한 매우 친절하셨습니다.


약을 처방받고 집에 와서 처방전에 써 있었던 다양한 의료인의 종류 (CNA-간호조무사, LPN-준간호사, RN-간호사, NP-전문간호사, MD-의사)에 대해 호스트맘께 정신없이 물어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나도 오늘 내가 만난 간호사 선생님들 같은 간호사가 되어야겠다" 결심을 한 이후로 지금까지 간호사가 되야겠다는 생각은 한번도 흔들린 적이 없습니다.


6월 초,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검정고시를 준비 해 그해 8월 검정고시를 보고, 토플과 SAT를 준비하고, 미국 대학교 유학을 준비 할 때도, 그리고 미국대학교 간호학과에 다니고 있는 지금까지도 "간호사" 라는 꿈은 언제나 저를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게 만듭니다.


간호 본과에 막 입학한 이번 학기 초, 저는 교수님을 붙잡고 한가지 질문을 여쭤봤습니다.


"교수님은 간호사를 하시면서 환자의 죽음을 많이 봐 오셨을텐데, 그때마다 슬픔을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많은 사람이 얘기하듯 익숙해지면 다 괜찮을 거라는 대답을 예상했던 저는 제 예상과 너무 달랐던 교수님의 대답에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앞으로 네가 실습을 나가고 간호사가 되서 병원에서 일하면 네가 돌보던 환자가 죽는 일도 있을 것이고 여러 슬픈 일 때문에 울게 될 일이 많을거야. 그 때마다 환자 보호자 옆에 앉아서 같이 울어주고 환자와 환자 보호자의 아픔과 슬픔을 가장 가까이에서 공감 해 주면 되. 그게 우리 간호사들이 할 일이야."


교수님의 말씀처럼 저는 환자와 환자 보호자의 슬픔과 아픔에 익숙하지 않은, 그래서 환자와 환자 보호자의 슬픔을 가장 잘 공감 해 주고 같이 울어 줄 수 있는 간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단순히 약을 주고, 주사를 놔 주는 것이 간호사의 일 이라고 생각했던 저는 이번 학기를 보내며 간호사와 환자의 좋은 관계가 환자를 건강한 상태로 되돌려 놓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환자를 간호 할 때 책임감과 사명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항상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된다는 것을 잊지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골 마을의 작은 병원에서 만난 간호사 선생님들이 저에게 보여주셨던 친절과 Therapeutic Communication (치료적 소통)이 저를 낫게 하고 저에게 꿈을 갖게 했던 것 처럼, 저도 환자의 가장 가까이에서 환자에게 힘을 주고 좋은 간호를 제공하는 간호사가 되야겠습니다.


"공감♡"을 눌러 스텔라를 응원 해 주세요공감버튼과 댓글은 로그인이 필요 없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