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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의 미국이야기/미국에서의 일화

미국에서 깨닫게 된 "다름"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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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학기가 끝나고 5월학기를 기다리며 잠깐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는 요즘은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한 학기 동안 잠도 못 자고 열심히 달려왔으니 그 동안 못 잤던 잠도 실컷 자고 맛있는 음식도 해 먹으며 빡빡한 3주짜리 5월학기를 어떻게 버틸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지요.

 

오늘은(52-예약 포스팅입니다^^) 제 중국인 룸메이트 페이의 친구들이 저와 페이의 기숙사로 놀러 와 같이 쿠키를 만드는데 페이가 저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했습니다.

 

"스텔라, 너는 백인이 되고 싶지 않아? 나는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꼭 백인으로 태어나고 싶어!"

 

백인이 되고싶냐는 페이의 질문에 저의 대답은 "Yes" 였을까요?

 

미국 고등학교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처음 왔던 만 15살의 저는 무척이나 혼란스러웠습니다.

 

평생을 저와 같은 피부색과 눈동자 색, 그리고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저와 비슷하게 생긴 친구들과 어울리고 같이 공부하다가 미국 고등학교에 오니, 저와 다른 피부색을 가진 미국 친구들이 외계인처럼 느껴졌고 처음엔 그런 미국친구들에게 말 걸기도 무서웠었지요!

 

제가 다녔던 미국 공립 고등학교는 백인 비율이 이상할 정도로 높은 학교였습니다.

 

미국의 인구는  77% 백인, 13% 흑인, 그리고 10%의 타 인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의 경우 약 600명의 학생 중 95%이상이 백인 학생이었고 하얀 피부에 검은 머리를 가진 동양인은 저 혼자, 그리고 흑인 선생님은 단 한 분도 없었습니다.

 

미국에 처음 와서 모든 것이 신기하던 미국 생활 초기에 미국 친구들과 다른 피부색, 금발 또는 갈색 머리 사이에서 유난히도 튀는 검은 머리를 가진 제 자신이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진한 갈색 눈동자를 가진 저에게 눈동자 색깔 때문에 동공이 보이지 않는다는 미국 친구들의 말은 제 기분을 상하게 하기도 했었지요.

 

파란 눈, 초록 눈, 회색 눈을 가진 제 미국 친구들은 멀리서 봐도 동공이 뚜렷이 보였었는데, 제 눈에는 친구들의 뚜렷한 동공 마저도 부러웠고 예뻐 보였었습니다.


인종차별을 크게 당해 본 적이 없었음에도 "나는 왜 백인으로 태어나지 못하고 체구도 작고 미국에서는 흑인보다 아래라는 동양인으로 태어났을까?" 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남들과 다른 내 모습이 싫었고 제 미국 친구들처럼 저도 백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미국 생활에 적응 해 가고 미국이라는 크고 거대한 나라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면서 언젠가 부터 저도 모르게 제 생각은 바뀌어 갔습니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다양한 언어를 쓰는 다양한 인종이 함께 어우러져있는 거대한 미국을 Melting pot (멜팅 팟 - 인종, 문화, 민족의 용광로) 이라고 부릅니다.


다시 말해,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미국은 "백인"만을 위한 나라가 아닌 세계 각 국에서 온 다양한 문화를 가진 이민자들 한 명, 한 명을 위한 나라 인 것이지요.


금발 머리카락에 파란 눈동자를 가진 백인여자가 미국의 Sex Symbol (성적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라고 여겨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양한 피부 색을 가진 다양한 인종이 모여사는 미국에서는 사람들마다 미의 기준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특별한 미의 기준이 없을 뿐더러, 미국에 살면서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을 계속 만나다 보니 모든 인종은 다 아름답고 각각의 매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한국에서 백인 위주의 영화를 보고, 한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에 동요되어 평생을 살면서 저도 모르게 가지게 되었던 "백인은 타 인종보다 우월하다." 라는 생각이 미국에 와서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문화를 접하며 마침내 깨어지게 된 것이지요.


다양한 국가에서 온 이민자들로 인해 세워진 미국에 백인들만 있다면 미국을 진짜 미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지금은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피부 색이 어떻든, 종교가 어떻든, 어떤 문화를 가지고 살고 있는지에 상관없이 나와 다른 그 사람 또한 아름답고 존중받아야 하며, "다른 것" 은 "틀린 것"이 아님을 말이죠.


다름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나니 백인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제 모습이, 그래서 더 아름다운 제 자신이 좋아졌습니다.





미국 마트에서 파는 동양인, 히스패닉, 백인, 흑인 등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다양한 인종의 인형.


처음에는 백인들이 마냥 부러웠지만 동양인인 제 자신을 사랑하고 남들과 다른 피부색을 특별하다고 받아드리고 나니 행복하고 마음이 편합니다.


제 자신이 얼마나 아름답고 존중받아야 하는 사람인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종종 듣게되는 사람들의 인종 차별적인 발언에도 기죽지 않고 오히려 "지금 당신이 한 말이 저를 불편하게 하네요." 라고 당당하게 말 할 수 있게 되었지요.


또한, 저도 저와 다른 문화와 종교를 가진 사람들, 다른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을 존중하고 이해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여러분들이 예상 하신 대로, 백인이 되고 싶냐는 페이의 질문에 대한 답은 No 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인종차별은 미국에 여전히 흔합니다.


보통 겉으로 티는 안 내지만 여전히 백인 우월 주의가 백인들의 마음속에 남아있기도 하고, 무의식중에 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사람들도 많지요.


다른 것은 그저 다른 것 일뿐, 틀린 것이 아님을 깨닫고 인종과 문화, 그리고 종교에 상관없이 각각의 사람들이 지닌 다름의 가치를 알고 다름을 존중 할 줄 아는 성숙한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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